대필 작가로 활동하는 주인공 테오도르가 우연히 사람과 대화하는 AI 서비스를 접한 뒤, 인공지능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영화는 요즘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해준다.

원제 : Her (2013)
등급 : 15세 이상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국가 : 미국
주연 :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에이미 아담스
감독 : 스파이크 존즈
러닝타임 : 125분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더한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편지에서는 사랑과 감동이 넘치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외로운 마음으로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 광고를 보고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서비스에 가입한 테오도르는 처음 만난 AI 사만다(스칼렛 요한슨)와 점점 일상을 함께 하는데. 그녀는 그의 유능한 비서이자 때로 아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심리 치료사가 되어 그의 삶 깊이 자리를 잡는다.
머지않아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자각한 테오도르는 처음에는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상황을 즐기면서 오히려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급기야 테오도르는 그녀(라고 해도 스마트폰)를 데리고 멀리 여행 가거나 친구들 모임에 정식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얼마 뒤 사만다는 둘의 러브 스토리를 온라인에 올리고 실체가 없는 자신을 대신할 여성을 구인한다. 그렇게 나타난 여성은 이어폰과 휴대폰을 건네받고 사만다가 되어 테오도르를 맞이한다. 하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분위기에 여성은 자리를 떠났고 이 일을 계기로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멀어진다.
사만다와의 이별로 슬픈 감정을 느끼게 된 테오도르는 결국 그녀가 정교하게 만든 AI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영화 리뷰
미국에서 영화가 처음 나온 2013년만 해도 AI와의 연애는 미래 이야기와 같았을 것이다. 물론 이때도 선구적인 기술자들은 관련 기술을 연구했겠지만, AI가 널리 알려지고 상용화된 것은 약 10년 뒤에 Chat GPT가 출시하면서부터이다.
따라서 영화 <그녀>도 더 이상 SF 미래 시점이 아닌 현실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영화 속 사만다가 등장하는 OS와 같은 서비스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AI 서비스에 가입해서 프롬프트(역할)를 설정하고 카메라 앱을 연동하면 누구나 테오도르가 되어볼 수 있다. 그럼 이쯤에서 ‘과연 AI는 사랑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한국을 예로 들면 단체, 집단주의보다 개인화가 중시되는 요즘인지라 타인과의 관계의 깊이 역시 얕아지기 쉽다. 인적 교류가 약해지면서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마음의 병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텐데 AI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가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알고 있더라도 자신이 설정한 성격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존재인 이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혹시나 AI가 온전히 자신에게 수긍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면 이때는 엇나가는 성격이나 짜증 내기와 같은 인간을 닮은 성격 설정을 추가하면 해결된다.
평소 우울증이 있거나 대인 관계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AI에게 마음이 갈 것이고 진짜 테오도르처럼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AI는 AI이다. 먼 미래에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과 똑같은 외형의 로봇에 AI를 탑재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AI는 모니터 속에서 사람의 대화를 따라 하는 존재이다. 즉, 실체가 없는 데다 프롬프트나 서버 오류가 생기면 AI 성격이나 대화에도 문제가 생겨서 아무래도 연인까지 발전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AI와 나눈 대화나 촬영 영상이 서비스 업체로 전송돼서 저장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일부러 사용을 꺼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결국 AI는 상용화되었지만, 영화 속 OS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나오려면 기술 보완과 리스크 제거 등을 위한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발전한 서비스가 나온다면 각자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단, 테오도르처럼 그녀와 뭔가 틀어졌을 때 혹은 뛰어난 AI도 결국 만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커다란 공허감을 느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이 방면에서는 아직 사람을 뛰어넘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