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주기로 사람들 눈을 피해 이사 다니는 늙지 않는 14,000살 크로마뇽인 주인공이 마지막 이사 현장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은 동료들은 당황하지만, 점점 그의 주장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원제 : The Man from Earth (2007)
등급 : 12세 이상
장르 : 드라마, SF
국가 : 미국
주연 : 데이비드 리 스미스, 존 빌링슬리, 윌리엄 캣
감독 : 리처드 쉔크만
러닝타임 : 87분
10년간 대학 교수로 일한 존 올드맨(데이비드 리 스미스)은 어느 날 교수직을 물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준비한다. 이에 같이 시간을 보낸 동료 교수들은 그의 집에 찾아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다.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교수 한 명이 구석기 도구 같은 돌을 발견해서 언급하는데 존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만약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 것 같냐며 운을 띄운다.
교수들은 소설 설정이냐며 대수롭지 않게 의견을 주고 받았지만, 존은 자신이 14,000년 간 살아온 크로마뇽인이라는 사실을 폭로해 버린다. 아주 오래 전, 약 35살이 된 다음부터 늙지 않게 된 자신을 발견했고,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10년 주기로 이사 다닌다고도 알렸다.
당연히 그 말을 믿을 수 없던 교수들은 그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역사의 시점에서 중요한 일을 겪었는지 등 질문을 이어간다. 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막히지 않고 답변하는 존의 모습에 교수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종교 주제로 넘어갔고 존은 자신이 중동에 불교를 전파하려다가 예수가 되었다는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여자 교수는 존을 경멸하는데. 거짓말 같지만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그의 말에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급기야 한 교수는 주머니에서 총을 꺼내 그에게 겨누며 이쯤에서 그만하라고 충고한다.
존은 동료들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하지만, 이후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증거가 드러난다.
영화 리뷰
소설이나 영화에서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존재라면 뱀파이어가 먼저 떠오르는데 <맨 프럼 어스>에서는 후기 구석기 시대에서 온 14,000살 크로마뇽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그는 뱀파이어 같은 막강한 힘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늙지 않는 불사의 능력을 타고난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자세히 봐도 일반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
사실 늙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이 원하는 일이겠지만, 생각해 보면 번거로운 점도 많을 것 같다. 먼저 현실적으로 주인공처럼 다른 사람에게 존재를 들키지 않으려고 10년 주기로 이사를 다니려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정부에 이름 등록부터 어려워서 항상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다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각종 행정 서류 발급이나 은행, 학교를 이용하는 것도 제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운전 면허증이나 여권 발급에도 지장이 따를 것이고 한국처럼 면적이 좁은 국가라면 언젠가 사람들이 정체를 알아볼 수도 있다. 그럼 머지않아 국가 기관에 불려가서 늙지 않는 유전자 개발 실험대상으로 스트레스 받는 삶을 살게 될 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에 있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10년마다 도망자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새로 도착한 곳에서 어떻게 신분을 잘 속인다고 해도 정체를 숨기려면 그리운 과거의 인연을 만나는 데도 제약이 따른다. 즉, 대놓고 세상에 정체를 알리고 정부의 보호 관찰을 받을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불노불사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새로 배워도 어차피 시간은 무제한이라 감흥이 없어지고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생겨난다. 그런 한계가 있어서인지 존도 삶에 집착이 없고 무념무상한 태도를 보여준다.
한편 영화 중반 이후 존은 자신이 예수라고 밝히는데 성경에 나오는 바다를 가르는 초능력은 없고 단지 오래 살아왔을 뿐이라고 밝힌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성경 말씀을 믿는 교수가 거의 오열하듯이, 현실의 기독교인들도 강한 반발을 느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신화는 신화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존의 의견에 마음이 간다. 하지만 역시 14,000년을 살아온 크로마뇽인은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않아서 진실을 알 방법은 없다. 결국 자신이 어떤 가치를 믿느냐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