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자몽러

08/20/2025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일본 정부에서 만든 평화경찰이 무분별하게 일반인을 잡아다 고문해서 위험인물로 낙인 찍고 공개 처형하는 세상. 그야말로 암울한 시대 상황이지만, 난데 없이 나타난 검은 복면의 사나이는 평화경찰과 악당들을 때려 눕히며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원제 – 火星に住むつもりかい? (2015)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은모
발행 – 아르테 (Arte) (2017)
페이지 – 496p

회사에서 직원들의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마에다 겐지는 아내와 저녁 식사 중인 어느 날 밤, 집으로 불쑥 찾아온 경찰들에게 연행된다. 해외 테러 조직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는 혐의가 있었던 것인데 결국 무혐의로 풀려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것인지 마을에서 만난 검둥개를 때리다가 오히려 목이 물려 죽어 버린다.

마에다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방범 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에 돌면서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테러 관련 혐의를 받았던 점에 그의 험상궂은 얼굴까지 더해져 결국 평화경찰의 판단이 옳았다며 역시 그는 위험인물이었다는 여론이 형성되는데.

평화경찰은 일본 정부가 국가의 치안과 안녕을 위해 만든 경찰 조직이다. 일본 전국에 ‘안전 구역’을 설정해서 구역 내 주민들을 집중 감시하며 위험인물을 색출해 공개 처형대로 보내는 업무를 한다. 하지만 테러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동네 의사나 전업주부 같은 일반 주민들이 하나씩 경찰에 연행되자 ‘마녀 사냥을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한다.

마침 가네코 교수를 중심으로 센다이에 사는 주민 몇 명이 모여 평화경찰의 활동에 반기를 들기로 하고 작전을 세운다. 이들의 목적은 평화경찰이 실제로는 아무 주민이나 잡아서 가학적인 고문을 즐긴다는 증거 채칩에 있다.

작전 당일, 청소업체 직원으로 위장하여 평화경찰 취조실로 들어간 이들은 계획대로 방범 카메라와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데 성공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반동분자를 잡으려는 평화경찰의 함정이었으니. 결국 이들의 앞에는 가학적인 고문 끝에 거짓 자백을 하고 공개 처형대에 올라가서 생을 마치는 비참한 미래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검은 전신 작업복에 검은 마스크와 고글을 쓰고 목검을 든 이상한 사내가 홀연히 나타나는데. 사내는 거짓말같이 순식간에 경찰들을 제압하며 위험인물로 몰릴 뻔한 사람들을 구해 취조실 건물을 빠져나간다. 과연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고 평화경찰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소설 감상

공포와 감시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상대가 위험인물이라고 거짓 밀고를 한다.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겠지만, 결론적으로 평화경찰 그 자체는 하나의 권력 기관이 되어 폭주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소설 제목에 화성이 들어가는 것은 다름 아니라 ‘평화경찰의 감시 아래 살든가, 아니면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의 뜻으로 책 본문에서 등장 인물을 통해 그대로 나온다. 영문도 모르고 평화경찰에 잡혀 온 시민들은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거나 모진 고문에 못 이겨 거짓 자백 후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뒤 사람들 앞에서 마녀사냥 당하듯이 처형된다.

또한 평화경찰의 축소판이라고 할까. 소설 초반에 나오는 대학생 무리인 ‘아이 두 클럽’은 유흥을 위해 여고생을 납치해 나쁜 짓을 벌인다. 단, 납치당한 여고생이 자신을 대신할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 풀어주는 조건이고 실제로 여고생들은 친구의 이름을 알려주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름을 불린 친구는 다음 납치 대상이 됨)

결론적으로 아이 두 클럽과 평화경찰은 모두 검은 복면을 쓴 목검 사내인 ‘정의의 편’에게 처참히 박살난다. 악당 앞에 선 정의의 편은 먼저 매우 강력한 자력을 발산하는 자석 구슬을 굴린다. 자석은 주변에 있는 철, 금속 재질의 물건에 미친 속도로 날아가 붙으면서 굉음을 낸다. 이후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목검으로 제압하고 피해자를 구출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정의의 편은 이름 그대로 정의의 사도나 다름 없지만, 사실 그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소시민이고 사람을 구할 때도 자신만의 기준을 적용해 구할 수 있는 사람만 구한다. 그래서 슈퍼맨처럼 막강하고 초월적인 히어로가 아니라 상당히 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이번 소설에서 재미있는 점 한가지는 시민, 경찰, 정의의 편 이 세 등장 세력의 관점에서 각각 1인칭 시점으로 화자가 바뀌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이다. 이를테면 정의의 편에서 바라보는 평화경찰은 사악함 그 자체이지만, 경찰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정의의 편이야 말로 경찰에 상해를 입히고 업무를 방해하는 사악한 존재이다.

결국 소설은 정의의 편과 평화경찰이 최종적으로 부딫힌 뒤 제법 해피엔딩에 가까운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무엇이 완벽한 정의인가’에 관한 온전한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정의의 편도 평화경찰도 세상을 이루는 각각의 축이고 서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할까.

정의의 의미는 그 균형의 무게 중심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화성에서 살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어느 편에 서서 행동할 것인지 판단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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