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가이드가 되는 것을 포기한 이유

중국어 가이드가 되는 것을 포기한 이유

처음에 가이드가 되려고 했던 것은 외국어를 공부해서 민간 외교관이 되어 전문적으로 일해보자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손 놓은 일본어를 다시 공부했고,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두 번의 면접 끝에 첫 자격증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일본어 가이드 대신 중국어에 관심이 생겨 1년 정도 독학으로 공부했다가 두 학기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중국어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여행사 면접을 보고 단체 여행 실습 가이드를 두 번 경험했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고 느껴 그 길로 가이드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라면 이쪽 업계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쇼핑 매출이 가장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때 경험한 실습 투어는 모두 저가 패키지였고 손님에게 쇼핑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하루 최소 한두 군데는 반드시 화장품이나 면세점, 건강식품, 기념품 등의 가게를 돌았다.

심할 때는 하루 일정의 절반이 쇼핑이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종류의 여행이고 또 돈을 쓰라는 강요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당시 만난 화교 출신의 메인 가이드들은 손님이 돈을 안 쓰면 뒷담화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니 조금 안쓰럽기는 했다. 동시에 현실적인 매출 앞에서 가이드로서의 직업관이든 뭐든 우선순위가 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항

그러고 보니 이 무렵 온라인 관광통역안내사 카페를 통해 현직·예비 가이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직업 이야기도 듣고 정보 공유도 기대했던 목적이었는데, 여기서 나온 걸러야 하는 여행사 명단에는 투어에 나간 가이드가 기준 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가이드 사비로 메꿔야 한다는 곳도 있었다. 한마디로 대단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저가 패키지를 만들어서 무리하게 모객하는 여행사들도 문제겠고, 자세하게 감독하지 않는 관련 기관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물론 모든 단체 투어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당시 물이 들어와 노를 저어야 했던 중국어권 여행사들은 이런 여행 저가 패키지 상품을 많이 판 것 같다.

결국 이런 비정상적인 매출 구조와 그 구조를 거부하는 신념이 충돌했고 이 직업은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와 행동으로 옮겼다. 부수적으로는 공항이나 호텔에서 관광객 픽업 등이 있을 때 아주 꼭두새벽이나 아침 일찍, 밤늦게 이동해야 하는 불규칙한 스케줄도 맞지 않았다.

분명 가이드란 직업은 한때 삶의 중요한 목표였기에 미친 듯이 언어를 공부했고 그 시간도 길었지만, 업계 현실을 경험한 뒤 그만둔 것에는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맞지 않는 일을, 그것도 아직 깊이 발을 들이지 않은 단계에서 아깝다고 계속 붙잡고 있으면 스트레스만 받고 다른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

오히려 가이드의 길을 포기하고 얼마 지나서 우연히 지인을 통해 전혀 생각 못 했던 방향을 알고 새로운 진로를 밟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새로운 도전도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의미가 깊었던 일이라서 언젠가 여건이 될 때 이다음 편 에세이로 작성해 보려고 한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