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1. 중국 도착 첫날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약 2시간 반 정도 만에 중국 천진 빈하이 공항(天津滨海国际机场)에 도착했다. 곧 인솔자와 학생들을 따라 비행기 밖으로 이동했고 출입국 절차를 마친 뒤 수화물로 부친 짐도 찾았다. 인원이 제법 되었지만,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짐을 챙겨 출국 게이트를 나온 뒤에는 잠시 대기한 다음 전용 버스를 타러 공항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처음 접하는 중국의 공기가 참 낯설게 느껴졌다. 뭐랄까, 공기 냄새나 느낌이 한국과는 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곧 모인 인원들은 버스 탑승을 완료했고 조금씩 공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중국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 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와 표지판, 지나가는 자동차도 모두 한국과는 달랐다. 그대로 얼마간 달렸을까, 천진 시내 모습이 나타나더니 곧 버스는 시내 여러 대학교에 들러 학생들을 내려 주었다. 이후 목적지인 천진대 앞에 멈췄을 때 인솔자와 다른 학생 몇 명과 같이 내려 각자 짐을 챙겼다.


천진대 남문

학교에 도착한 다음 바로 우원(友园) 기숙사의 배정받았는데 각자 방에 짐을 풀고 다시 기숙사 건물 앞에서 인솔자를 따라 유학생 사무실 건물로 이동했다. 사무실 도착 후 현지 담당자를 통해 간단하게 유학생 등록 절차를 마쳤고 이후 반 배정을 위한 중국어 레벨 테스트와 수업 진행 일정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중국어 테스트와 반 배정까지 남은 2~3일은 자유 시간이었다)

사람들을 따라 다시 기숙사로 돌아온 다음 현지 핸드폰 심카드를 사러 근처 매장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때가 아직 2013년도였고 에디터는 스마트폰이 없었다. 또 중국어 공부에 전념하려고 한국에서 쓰던 피처폰도 가져오지 않아서 그냥 혼자 기숙사에 남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모두를 따라가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제 중국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참에 이런저런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혼자 기숙사에 남아 잠시 숨을 돌리고 조금씩 짐 정리를 시작했다. 배낭과 트렁크에서 옷이나 책, 이런저런 물건을 꺼내 책상 서랍이나 옷장 등에 넣었고 안 들어가는 옷은 그대로 트렁크에 접어 놓았다.

그렇게 한창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문득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固定电话)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유학원 담당자에게 기숙사 방마다 전화기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으로 국제전화 도전

중국에 잘 도착했다고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싶어져 우선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기숙사 프런트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서 어설픈 중국어로 ‘한국’, ‘전화’라고 연신 설명하면서 손동작으로 전화하는 시늉을 했더니 기숙사 입구 앞에 보이는 작은 건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건물은 1평 정도 되는 작은 크기였는데 꼭 우리나라 동네마다 있는 구둣방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정말 구둣방이거나 아니면 잡화점이었던 것 같다. 마침 주인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분이 있길래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곧 국제전화카드 한 장을 보여주었다.

주인장은 카드 가격이나 사용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도무지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결국 마지막에 들었던 “나를 믿어(相信我)!”라는 말은 듣고 카드를 한 장 사서 방에 돌아왔다.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1. 중국 도착 첫날
중국 국제전화카드 예시

당시 구매한 카드에는 다른 언어 없이 중국어 안내만 있었는데 유심히 살펴본 끝에 곧 사용 방법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드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국제전화 번호 → 국가코드 → 지역 번호 → 전화번호’ 방식으로 입력해서 사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역시 이런 카드 대신에 스마트폰 sns 메신저로 연락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한다.

처음 한두 번은 실패했지만, 곧 부모님과 유학원에도 전화할 수 있었고 잘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한국에서 독학으로 준비해 온 중국어 실력이 빛난 순간이었다.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마저 짐 정리를 계속했다.


학생 식당에서 저녁밥 도전

짐 정리를 마치니 조금 무료하다고 느껴 방에 있던 텔레비전을 켜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았다. TV에서 나오는 중국어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방송마다 화면 아래에 나오는 대사 자막을 보고 부분적으로 단어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독학으로 공부하고 익힌 단어가 중국 현지 방송에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고 할까.

그대로 멍하니 TV 시청을 계속했는데 어느새 밖은 어두워졌고 시간도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생각해보니 천진 공항에 도착한 뒤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터라 허기를 느끼지 않는 게 이상했다. 중국어를 잘 말할 수 없어서 기숙사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긴장되었지만, 그래도 뭔가 먹어야 했다.

곧 한국에서 가져온 중국 생활비 중 일부를 꺼내 방을 나왔다. 이후 프런트 직원의 도움으로 기숙사 근처의 학생 식당을 찾아 들어갔는데 마침 한창 식사 시간이었는지 중국 학생이 정말 많이 보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식판을 들고 배식 창구 직원에게 뭐라고 말한 뒤 카드를 꺼내 벽 기계에 찍은 후 음식을 받아 가고 있었다.

배식 방법을 알 리 없었던 까닭에 계속 서성였지만, 결국 학생들 무리에서 갑자기 ‘나는 한국인 유학생입니다. 밥을 어떻게 먹나요?’라고 말해버렸다. 이것은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러워지지만, 일단 저질러버린 것 같다. 고맙게도 에디터의 어설픈 중국어를 이해한 현지 학생 한 명이 배식구 옆 카운터를 알려 주었다.

카운터 직원의 중국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직원은 다시 무언가 종이에 써서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이해하지 못해서 무작정 중국 돈 100원을(약 17,000원) 건네버렸다. 잠시 후 학교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받을 수 있었고 그제야 식당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드에는 보증금을 제외한 90 몇 원이 충전되어 있었던 것 같다. “고마워(谢谢).” 직원에게 인사한 뒤 학생들을 따라 배식 창구에서 원하는 음식을 받아왔다. 알고 보니 주문 방식은 정말 간단했는데 직원에게 이것(这个), 저것(那个) (주세요)라고 말하며 원하는 음식을 손으로 가리킨 다음 기계에 금액이 찍혔을 때 카드를 대면 충전 금액에서 차감되는 방식이다.

이때도 조금 긴장했지만, 그 와중에 처음 맛보는 중국 학생 식당 밥은 무척 맛있었다. 곧 식기를 반납하고 식당 건물 안을 둘러보다가 지하 매점을 발견했는데 생수 몇 병과 생활용품, 간식거리를 사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생소한 환경에 말도 거의 통하지 않아서 다소 긴장되는 하루를 보냈지만, 이왕 도착했으니 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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