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약 2시간 반 정도 만에 중국 천진 빈하이 공항에 도착했다. 인솔자를 따라 비행기 밖으로 나와 출입국 절차를 마친 뒤 수하물을 찾았고 곧 단체로 전용 버스에 올라 출발했다. 창문 너머로 이어지는 낯선 풍경을 보고 있으니,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버스는 얼마 뒤 천진 시내로 들어와서 몇몇 대학교에 멈췄는데, 목적지가 맞는 학생은 내려서 짐을 챙겨 교문 안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몇 차례 학교를 돈 끝에 천진대에 도착했고 다른 학생 몇 명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남문에서 가까운 외국인 전용 기숙사인 우원(友园) 로비였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푼 뒤에는 인솔자와 같이 유학생 사무실 건물로 이동했다. 이후 어학연수 등록 절차를 마쳤고, 반 배정을 위한 중국어 레벨 테스트와 수업 진행 일정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다시 우원으로 돌아온 인솔자와 학생들은 현지 심카드를 사러 간다고 했다. 하지만 공부에 전념하려고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았던 터라 결국 혼자 기숙사에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를 따라가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 새로운 장소도 가보고 여러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랄까.
그래도 혼자 기숙사 방에 남은 이상, 잠시 숨을 돌리고 조금씩 짐 정리를 시작했다. 배낭과 트렁크에서 옷이나 책, 이런저런 물건을 꺼내 책상 서랍이나 옷장 등에 넣었고 안 들어가는 옷은 그대로 트렁크에 접어 놓았다.
한창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문득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固定电话)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유학원 담당자에게 기숙사 방마다 전화기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국 국제전화 도전
한국으로 전화 거는 방법은 몰랐지만, 일단 기숙사 프런트에 문의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로비로 내려와 직원에게 어설픈 중국어로 ‘한국’, ‘전화’라고 연신 설명하면서 전화하는 손동작을 했더니 기숙사 입구 앞 작은 건물로 가라고 알려주었다.
1평 남짓 크기의 구둣방과도 비슷한 건물로 가보니 마침 주인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있었다.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뜻을 이해했는지 곧 국제전화카드 한 장을 보여주었다.
중년 남자는 카드 사용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지만, 도무지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는데, 결론적으로 “나를 믿어(相信我)!”라는 말은 듣고 100위안 정도에 카드를 한 장 사서 방으로 돌아왔다.
이후 카드의 중국어 안내를 살펴본 뒤 전화기에 필요한 번호를 입력했고, 세 번 정도 시도 끝에 부모님과 유학원 통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아직 말은 거의 못 해도 카드 설명 한자를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 식당 저녁밥 도전
얼마 뒤 짐 정리도 마쳤고 잠시 텔레비전을 켰다. TV 속 중국어는 말도 빠르고 어려웠지만, 한동안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서 쉬었다. 그런데 모르는 사이에 벌써 저녁 7시는 다 되어 밖은 어두워졌고 생각해 보니 천진 공항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이기도 했다.
중국어를 못하는데 기숙사 밖으로 혼자 나가려니 긴장부터 되었다. 하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기도 어려워서 결국 위안을 조금 챙겨 방을 나왔다. 로비 프런트에 문의 후 도착한 학생 식당은 우원에서도 가까웠다.
식당에는 중국 대학생들이 각자 식판을 들고 배식 창구 직원에게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다. 음식을 받은 뒤에는 카드를 꺼내 벽 기계에 찍었는데, 가까이 가서 그 모습을 관찰해도 정확한 주문 방식을 알 수 없어서 계속 서성였다.
그러다 갑자기 학생들 사이에서 ‘나는 한국인 유학생입니다. 밥을 어떻게 먹나요?’라고 말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쑥스러운데, 배가 고파서 일단 저질러 버린 것 같다. 감사하게도 어설픈 중국어를 이해한 누군가가 배식구 옆에 있는 카운터를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아쉽게도 카운터 직원의 중국어는 이해하지 못했다. 직원은 다시 무언가 종이에 써서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이해하지 못해서 무작정 중국 돈 100위안을 건네버렸다. 잠시 후 학교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받을 수 있었고 그제야 식당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카드에는 보증금을 제외한 90 몇 위안이 충전되어 있었던 것 같다. 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학생들을 따라 배식 창구에서 원하는 음식을 받아왔다. 주문 방식은 정말 간단했는데, 먼저 원하는 음식을 가리킨 뒤 직원에게 이것(这个), 저것(那个) (주세요)라고 말한다. 이후 기계에 음식값이 나오면 카드를 대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여전히 조금 긴장한 상태였지만, 그 와중에 처음 맛보는 중국 학생 식당 밥은 무척 맛있었다. 식사 후 식기를 반납하고 식당 건물 안을 둘러보다가 지하 매점을 발견해서 생수 몇 병과 생활용품, 간식거리를 사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생소한 환경에 말도 거의 통하지 않아서 다소 긴장되는 하루를 보냈지만, 이미 중국에 도착했으니 앞으로 생활도 공부도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