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면접에 통과하고 진로를 생각했는데 바로 가이드가 되기보다는 언어 한 가지를 더 배워 미래의 경쟁력을 더 갖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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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민했던 언어는 영어와 중국어였는데 영어는 제대로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회화 실력이었지만, 왠지 흔하다고 느껴서 중국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이미 독학 위주로 일본어를 충분하게 공부하고 익힌 경험이 있었기에 중국어도 혼자 시작하기로 했다. 중국어의 발음이나 어순, 성조, 문장 구조 등에 관해 아는 건 없었지만, 그래도 일본어 습득 경험을 통해 한자에 어느 정도 밝았던 터라 자신감이 있어서 그해 12월 바로 공부를 시작했다.
1. 중국어 독학 시작
중국어를 기초부터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교재를 보면서 독학으로 배우기로 했다. 중국어를 아예 모르니 교재도 완전 초보자용이나 입문자용을 선택해야 했는데 사실 입문 레벨의 단계는 금방 지나간다. 그래서 시작은 교재 대신 인터넷 시리즈 강의를 내려받아 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당시 봤던 강의 영상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중국어에 능통한 한국인 선생님과 한국어에 능통한 중국인 선생님이 매번 주제를 정해 서로 이야기하며 중국어를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영상은 한 편당 20~30분 정도였던 것 같은데 화면 속 자막이나 회화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최대한 이해하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공부했다.

영상을 보다 보니 중국어 한자는 우리나라나 일본 같은 번체자가 아닌 획수가 적은 간체자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다’ 동사는 去 qù라고 써야 하는데 之 zhī 라고 쓰면서 익혔다) 같은 한자라도 모양과 뜻이 달라서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꼈지만, 공부를 거듭할수록 확실히 재미있다고 느꼈다.
영상으로 배울 수 있었던 또 다른 부분이 있다면 바로 중국어 듣기였다. 그저 한자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문장과 단어를 발음으로 들려주었는데, 매번 강의에서 배우는 내용도 중국인 배우(?)의 간이 상황극을 통해서 보다 입체적으로 언어를 익힐 수 있었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이라면 역시 소통 능력 습득에 있다. 앞선 일본어 공부의 경험상, 언어 소통 능력을 키우려면 크게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4가지 영역을 잘 익혀야 하는데 다행히 영상을 통한 공부가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즉 화면 속 문장을 읽고 들을 수 있었고 혼자 발음을 따라 할 때 말하기와 문장을 노트에 적으면서 쓰기도 연습할 수 있었다.
비록 중국어 입문~초보 단계라서 아는 중국어를 전부 늘어놓으라고 해도 몇 개 나올 수 없었지만, 강의 영상을 하나씩 클리어 하는 동안 조금씩 언어 지식은 늘어갔다. 여기에 플러스로 영상에서 메인이었던 수업 말고도 종종 중국 문화 이야기도 들려줘서 중국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넓힐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시간이 더 지나니 이제는 간체자 한자도 익숙해진 것 같다. 또한 영상 속 본문 내용 한정이기는 해도 중국어를 듣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성조와 문법에 관한 이해도 높아졌다. 언어 이해가 높아진 만큼 중국어 공부 자체도 매우 재미있어져서 이제 회사를 다녀오면 평일, 주말 계속해서 공부했고 슬슬 시청을 마친 영상도 절반은 훌쩍 넘은 것 같다.
2. 중국어 독학 3~5개월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4월이 되었다. 이미 영상도 마지막 50편까지 시청을 끝냈는데 이제부터는 교재를 중점적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더욱 긴 문장을 보고 공부하면 언어 이해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재는 마을 도서관에 가서 지금 수준에 맞거나 살짝 어려운 교재를 빌려 와 최대한 내용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우선 본문 내용을 차례로 보면서 해석하고 이해한 다음 다시 종이에 한자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이렇게 하면 본문을 두 번 이상 보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한다. 특히 종이에 한자를 손으로 쓰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는데 읽기와 쓰기를 동시에 공부하는 동안 중국어 이해가 더 늘 수 있었던 것 같다.
한편 듣기 연습은 교재에 있는 본문 녹음 MP3 파일을 들으면서 연습했다. 내용을 문자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소통 능력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읽기와 듣기, 쓰기를 공부했고 때로 본문 내용을 읽거나 듣기 파일을 듣고 따라 발음하는 것으로 말하기 연습도 어느 정도 진행했다.
그렇게 1~2달 정도 지났을까, 다양한 교재를 보는 동안 중국어 실력도 이제 초보자 수준으로 올라온 것 같다. 당시 교재는 100%가 아니더라도 우선 70% 정도만 이해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데, 중국어 언어시험인 新 HSK 3급 교재 내용도 제법 무난하게 이해하는 정도는 되었다.
* 신 HSK는 중국교육부에서 주최하는 중국어 언어시험으로 1급부터 6급까지 있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어려워진다.
그래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하고 4급 교재를 구매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HSK 교재 공부는 당장 시험에 응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언어 습득의 폭을 넓히고자 했던 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진짜로 시험 보는 것처럼 시간 관리를 하면서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본문과 문제를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언어 구조를 이해하려고 했다. 또한 이때도 한자 쓰기와 듣기, 말하기(본문 읽기, 듣기 따라 말하기) 연습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계획을 세우는데 중국에 1년 어학연수 다녀오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중국에 가면 언어도 더 잘 배울 수 있고 문화, 사회 경험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태 해외라면 일본에 짧게 여행을 다녀온 것이 전부였지만, 어쩐지 두려운 마음보다는 재미있겠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지금 바로 떠날 수는 없다. 지난 몇 개월간 중국어는 꾸준히 공부했지만, 여전히 초보 실력이라 막상 중국에 가도 언어를 많이 배우지도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중국 생활 범위도 줄어들 것이 분명해서였다. 그래서 조금 더 중국어를 공부한 뒤에 가기로 했다.
3. 중국어 독학 6~10개월

기억에 중국어 독학 7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 HSK 4급 공부를 마친 것 같다. 내용을 100%까지는 아니었지만, 대략 70~80%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때 4급 교재 말고도 도서관에서 비슷하거나 좀 더 어려운 수준의 교재를 찾아 같이 공부했는데 덕분에 전체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공부는 HSK 5급을 기준으로 잡기로 했다. 그런데 구매한 5급 교재를 펼쳐 봤더니 생각보다 중국어 수준이 한 번에 확 높아진 느낌이었다. 본문을 대충 훑어봐도 어려운 단어나 문법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할까? 하지만 여전히 중국어 공부가 재미있었던 만큼 본문 내용이 어려워 보여도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방식 자체는 앞서 읽기, 듣기, (한자) 쓰기, 말하기 연습을 익히는 방법과 큰 차이가 없다. 즉 본문 내용을 먼저 최대한 이해한 다음 한자 쓰기와 듣기, 말하기 연습을 이어갔다. 다만, 갑자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져서 본문 한 편을 보는 시간은 조금 길어진 것 같다.
중국어 5급 교재와 씨름하는 사이 벌써 10월이 되었다. 내년 초면 회사를 관두고 중국으로 떠나는 계획을 세웠던 지라 왠지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여기서 잠시 연수 준비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제 10월인 만큼 슬슬 유학원을 알아봐야겠다고 느꼈는데 인터넷에서 괜찮아 보이는 유학원 한 곳을 발견해 예약한 뒤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방문해 보았다.
상담 시작 후 담당자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연수 도시로 베이징, 하얼빈, 천진, 상하이, 항주 정도를 추천받았는데, 이중 베이징이 제일 유명하고(특히 베이징 어언대학) 학생들도 많이 간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연수 비용과 생활비가 가장 높다는 말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유명하고 비싼 학교는 당연히 그에 맞는 좋은 교육 과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인지도 높은 학교에 간다고 해서 중국어를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학습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는데 결국 베이징과 가깝고 연수 비용과 도시 물가도 조금은 더 저렴한 천진(天津)을 마음에 두었다.
담당자는 진행 절차와 비용부터 천진 지역과 학교 정보에 더해 어학연수 생활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천진도 중국어 커리큘럼이 좋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었다. 약 2시간에 걸친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곧 출발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마음이 조금 들떠 있었던 것 같다.
그 뒤로 이틀에서 삼일 정도 고민했고 다시 유학원에 전화해 최종 결정 의사를 밝혔다. 이곳과 상담한 뒤로 다른 유학원은 찾지 않았는데 조금 번거롭기도 했고 사실 에이전시(유학원) 쇼핑을 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담당자의 상담 태도 역시 진실해 보여 믿고 맡기기로 했다.
* 연수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거나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면 시간 여유를 갖고 유학원 몇 곳은 직접 알아보고 비교해보는 게 좋기는 하다. 방문 상담이 부담되는 경우, 전화나 메신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4. 중국어 독학 1년 결과
어느덧 해가 바뀌었는데 그동안 유학원 담당자와 계속 연락하면서 연수에 필요한 비용을 보내고 보험 가입이나 비자 신청과 같은 절차를 진행했다. 이때도 중국어 공부는 중단하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공부를 시작한 지도 이미 만 1년이 넘어 있었다.

먼저 약 3~4개월 정도 입문자 영상 50편 정도를 보면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빌린 교재와 직접 구매한 몇몇 교재를 통해 실력을 높였는데 한자 쓰기도 수시로 진행했다. (사진 속 검은 노트와 아래 A4 용지) 덕분에 본문 내용도 두 번 이상 학습하는 효과를 얻었고 한자 자체에도 많이 익숙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 공부했던 HSK 5급 교재는 최종적으로 60% 정도까지는 이해를 마친 것 같다. 실제로 시험에 응시한다면 300점 만점에 합격 기준인 180점(60%) 정도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1년 공부한 것 치고는 대단한 성과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풀타임 직장 생활과 병행한 걸 생각하면 만족할 수 있었다.
문득 중국어 학습의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한국어와 비슷한 곳이 많은 일본어보다는 시작할 때 더 어렵다고 느꼈다. 낯선 성조부터 간체자 한자나 복잡한 문법 요소도 그렇지만, 특히 문장 구조가 동사나 형용사를 풀어서 쓰지 않고 오직 한자만으로 뜻을 나타내는 표음문자 방식이라 처음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 듯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부는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껴서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공부한 실력은 아직 미숙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중국 연수를 위한 기본적인 언어 준비는 마쳤다고 느낀 것 같다.
5. 중국 어학연수 출발
한편 중국으로 출발하는 날짜도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계획한 연수 기간은 총 2학기, 1년이었는데 우선 천진에서 한 학기 지낸 다음, 연수를 연장할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 그때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유학원을 통해 필요한 절차는 모두 마쳤고 이미 회사도 그만둔 상태였다. 중국 연수가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겠지만, 곧 새로운 경험을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렌 것 같다. 벌써 마음도 중국에 가 있었는지 중국어 공부는 아예 손에서 놨는데 밖에서는 친구나 지인을 만났고 집에서는 인터넷으로 중국 연수 생활 정보를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2월이 되었고 출국일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옷이나 상비약, 생활용품부터 현지 생활비와 여권 등을 준비해서 캐리어와 배낭에 나눠 짐 정리를 마쳤고 다음 날 새벽 이른 시각 집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유학생 모임 장소에 도착해 다른 천진행 학생들과 합류했다.
1시간 정도 뒤 약 20여 명의 학생이 모였고 유학원 관계자와 출국 절차를 밟았다. 인원은 제법 많았지만 수화물 등록과 항공권 발급, 출국 보안 검사, 여권 확인 등 모든 과정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곧 탑승구 앞 좌석에 앉았는데 이제 비행기 출발까지 1시간도 남지 않았다. *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탑승 안내 방송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공항 창문 밖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사이, 근처에 있던 스피커에서 탑승 안내 방송이 나왔고 주변 사람들이 일어나 긴 줄을 만들었다. 얼른 배낭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는데 탑승 지연 안내 방송이 나와 잠시 그대로 기다려야 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중국인 부부 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건네왔다.
하지만 여태 공부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항공’, ‘비행기’, ‘천진’ 같은 몇 개 단어를 빼면 부부의 중국어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나마 이해한 단어가 몇 개 있어 곧 출발한다고 말했더니 부부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이어서 ‘천진’, ‘중국어 공부’와 같은 문장도 아닌 단어를 겨우 전달했는데 부부도 알겠다는 듯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잠시 후 여권과 항공권 검사를 마친 뒤 비행기 좌석에 오를 수 있었다. 곧 한국을 떠난다는 사실에 조금 떨리면서도 과연 중국 생활 적응과 언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지 내심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출발 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무심한 듯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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