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3. 중국어 레벨 테스트

학교에 도착하고 이튿날이 되었다. 아침에는 밖으로 나가는 대신 어제 매점에서 사 온 간식으로 대충 아침을 먹으면서 TV를 시청했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면서 마음에 드는 방송을 찾아봤지만, 채널도 별로 재미가 없고 알아듣는 말도 적어서 오래 시청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신 한국에서 가져온 중국어 교재를 가볍게 공부했는데 그러고 보니 중국어 레벨 테스트까지 아직 이틀은 더 자유시간이 있었다. 특별한 계획은 없었지만, 학교 안을 조금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주변이 궁금하기도 했고 또 앞으로 몇 개월 생활할 곳인 만큼 미리 익숙해지는 것도 좋았기 때문이다.

방에서 지루한 시간이 조금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돼서 우선 학생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를 해결했다. 밖에 나갈 때는 조금 긴장되었는데 이유는 중국어 소통에 있었다. 한국에서 혼자 1년 정도 신 HSK 5급 정도까지 공부했지만, 천진에 도착하고 보니 중국어 소통이 거의 되지 않아서 안전한(?) 기숙사를 나오면 긴장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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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중국에 도착한 이상 움츠러드는 건 의미 없는 일이었다. 식사 후에는 식당 주변부터 학교 안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교내 풍경과 현지 대학생들 모습도 구경했다. 그러다 조금 오래 다녔다 싶으면 다시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TV를 보거나 교재를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시 저녁에는 학생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매점에 들러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사서 방에 돌아왔다. 둘째 날에 이어 셋째 날도 비슷하게 잘 보냈는데 저녁에 한 가지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중국 맥도날드(麦当劳) 도전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3. 반 배정 시험
중국 맥도날드

학교 남문 앞으로는 웨이진로(卫津路)가 이어져 있고 대로 맞은편에는 다양한 상가 건물이 있었다. 한 번은 상가 쪽을 걸으며 구경하다가 맥도날드를 봤는데 평소 패스트푸드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중국 맥도날드는 어떨지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특히 앞서 한국에서 중국 문화에 관한 책을 봤을 때 맥도날드 관련 내용도 있었던 터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아직 중국 말을 거의 하지 못해서 맥도날드에 가기로 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고 막상 매장 앞에 도착하니 더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지금이야 중국 대부분 매장에도 키오스크가 있어서 중국어를 몰라도 편하게 주문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직원에게 직접 말로 주문해야 했다.


중국 맥도날드

매장 안으로 들어오니 사람들이 메뉴를 주문하고 받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곧 사람들 뒤에 줄을 선 뒤 앞 사람들이 어떻게 주문하는지 관찰했다. 얼마 뒤 드디어 차례가 왔는데 주문받는 직원의 중국어는 무슨 랩하는 것처럼 너무 빨라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ㅎㅎ;

중국어 메뉴 이름도 너무 어렵다고 느껴서 결국 손으로 메뉴를 가리켜 간신히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휴우’ 무슨 햄버거 세트 하나 주문하면서 이렇게 긴장되는 경험은 처음 하는 것 같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잠시 기다린 뒤 포장되어 나온 음식을 챙겨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긴장은 했어도 무사히 주문을 마쳐서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 먹는 중국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도 중국 특유의 향(香)이 없어서 거부감은 들지 않았는데 어쩌면 한국이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햄버거를 다 먹은 뒤에는 TV를 보거나 교재를 조금 공부했고 내일 오전 시험에 참여해야 해서 너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 중국에서 외래 단어는 영어를 전혀 쓰지 않고 소리가 비슷한 한자로 음역해서 사용한다. 예) 맥도날드 : 마이땅라오(麦当劳), 코카콜라 : 扣扣可乐(커커컬러) 제품이든 나라 이름이든 원래 중국어 소리가 아닌 단어는 새로 공부해야 해서 중국어 초심자라면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중국인도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영어 단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만약 그 뜻에 해당하는 중국어 단어를 모르면 단어 자체를 모르는 것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중국어를 공부할 때는 외래어도 적극적으로 익히는 것이 좋다.


중국어 레벨 테스트

다음 날 오전 시간에 맞춰 기숙사를 나서 류원 기숙사 건물에 도착했다. 2층의 강당 같은 곳으로 올라가니 무척 많은 학생이 있었는데 가까운 한국이나 일본부터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국적도 다양했다. 잠시 뒤, 사람이 많아서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시험은 바로 진행되었다.

시험은 예상과는 다르게 종이 시험이 아니라 먼저 유학생들이 몇 개 줄로 나눠 선 다음 한 명씩 중국 선생님과 대화하고 교재를 읽는 것이 전부였다. 선생님들은 짧은 시간 동안 유학생의 독해, 청해, 말하기 능력과 같은 전체 중국어 레벨을 판단해서 반을 배정했다. 테스트 자체는 무척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굉장히 효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천진대 중국어 연수 커리큘럼 반은 A~G까지 있었고 G반으로 갈수록 중국어 수준은 높아졌다. (에디터는 E반을 배정받았다) 선생님과 면담을 마친 학생은 한쪽에서 담당자에게 비용을 내고 수업 교재를 받았고 이후 자신의 반 알파벳 팻말을 들고 있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동했다.

얼마 뒤, 모든 학생이 테스트를 마쳤고 반 인원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우원 1층의 지정된 교실로 이동했다. 담임 선생님은 교실 앞에서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앞으로의 수업 진행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했고 같은 반이 된 주변 학생들끼리도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천진 공항 도착부터 첫 중국어 시험까지 길었던 시간도 지나가고 드디어 내일 오전이면 기다렸던 중국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에 온 큰 목적 하나가 언어 공부였던 만큼 열심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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