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착 둘째 날이 되었지만, 중국어 레벨 테스트까지 아직 이틀은 자유시간이 있었다. 기숙사에서는 TV를 보거나 한국에서 가져온 중국어 교재를 가볍게 공부했다. 공식 일정이 없었던 만큼 뭘 해도 자유였는데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마친 뒤에는 학교 안을 조금 더 다녀보았다.
여전히 중국어 소통이 어려워서 밖에 나오면 다소 긴장했지만, 생활 반경을 넓히는 감각은 좋았다. 그렇게 가까운 교내 시설과 지형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고, 다시 우원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낸 뒤 저녁에 식당과 매점에 들르는 생활을 3일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중국 맥도날드 주문

학교 남문 앞 웨이진로(卫津路) 대로 맞은편에는 다양한 상가 건물이 있었는데, 하루는 이쪽을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맥도날드를 발견했다. 평소 패스트푸드를 그렇게 찾는 편은 아니었지만, 중국 맥도날드는 어떨지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어에 자신감이 없어서 막상 매장에 가기까지는 꼬박 하루 정도 고민한 것 같다. 지금은 중국에도 키오스크 매장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직원에게 직접 말로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매장 안에는 메뉴를 주문하는 사람들로 바쁜 모습이었다. 잠시 전체 메뉴를 봤지만, 읽을 수 없는 한자가 많았다. 그래도 줄을 섰고 얼마 뒤 차례가 왔는데, 주문받는 직원의 중국어는 무슨 랩 하는 것처럼 너무 빨라서 못 알아 들었다.
결국 급한 대로 중국어 대신 손으로 메뉴를 가리켜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휴-‘ 무슨 햄버거 세트 하나 주문하면서 이렇게 긴장되는 경험은 처음 하는 것 같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잠시 기다린 뒤 포장되어 나온 음식을 챙겨 기숙사 방으로 돌아왔다.
햄버거는 중국 특유의 향이 없었고 한국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이후 TV를 보거나 교재를 조금 공부했고 내일 오전 시험에 참여해야 해서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중국어 레벨 테스트
다음 날 시간에 맞춰 우원을 나서 류원 건물에 도착했다. 2층의 강당 같은 곳으로 올라가니 많은 학생이 몇 줄로 서 있었고 한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국적도 다양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차례가 온 학생은 중국 선생님과 1:1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는 예상과는 다르게 종이 시험이 아니라 한 명씩 선생님과 대화한 뒤, 교재 본문을 읽는 것이 전부였다. 선생님들은 짧은 시간 동안 학생의 독해, 청해, 말하기 능력과 같은 전체 중국어 레벨을 판단해서 반을 배정했다. 진행 방식 자체는 단순했지만, 효율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천진대 중국어반은 A~G까지 있었고 G반으로 갈수록 중국어 수준이 높아졌다. 선생님과 면담을 마친 학생은 한쪽에서 담당자에게 비용을 내고 수업 교재를 받았다. 이후 자신의 반 알파벳 팻말을 들고 있는 담임 선생님에게 이동했다.
얼마 뒤, 모든 학생이 테스트를 마쳤고, 인원을 확인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데리고 우원 1층의 지정된 교실로 이동했다. 이날 배정받은 반은 E였다. 담임 선생님은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앞으로의 수업에 관해 이야기했다. 동시에 같은 반이 된 학생끼리도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수업은 바로 다음날 오전 8시부터 시작되었다. 중국어를 공부하러 중국에 온 만큼, 우선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