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4. 중국어 수업과 푸다오

레벨 테스트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중국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당시 수업 방식은 먼저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5일간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하루 4교시로 진행되었다. 한 시간 수업은 45분에 쉬는 시간 15분으로 구성되었던 것 같은데 전체 과목은 읽기(阅读), 듣기(听力), 말하기(口语), 쓰기(写作)가 있었고 요일마다 시간표도 조금씩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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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과 류원 기숙사

중국어 교실은 유학생 기숙사 중 한 곳인 유원 1층에 있었다. 오전 8시까지 학생마다 배정받은 반에 맞게 교실에 들어가면 수업을 받을 수 있는데 전날 구매한 교재를 가져가면 된다.

학기 시작 후 약 1주일 정도였나. 만약 배정된 반의 중국어가 너무 어렵거나 반대로 너무 쉽다면 선생님과 간단하게 면담하고 반을 이동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반을 옮기는 학생도 조금 볼 수 있었는데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학기 초에는 교재에 필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 수업 이야기로 돌아오면 오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가끔 있는 교내 행사를 제외하면 딱히 공식 일정은 없었던 것 같다. 4교시 후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거나 오후 교양 수업을 선택해서 들어도 된다. 아니면 기숙사 방이나 카페에서 숙제·공부를 하거나 학교 밖으로 놀러 가는 등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중국 유학을 즐기면 된다.


중국어 공부 이야기

수업이 너무 쉬우면 발전이 적고 그렇다고 너무 어려우면 따라가다 지치기 마련이다. E반의 수업 교재는 신 HSK 5급과 비교하면 단어나 문장 수준이 쉽거나 비슷할 때도 있었지만, 사실 어려울 때가 좀 더 많아서 ‘이 정도면 딱 맞겠다’ 싶었다. 그래서 딱히 반도 옮기지 않았고 수업 내용을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첫 수업부터 선생님들의 중국어가 잘 들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1년이나 중국어를 공부하고 온 게 맞나 싶기도 했는데 어떤 때는 한 시간 수업에서 이해하는 말이 고작 10% 정도일 때도 있었다. 알아듣는 것도 어려웠는데 가끔 선생님이 질문할 때도 말은 거의 나오지 않거나 버벅거릴 때가 많았다.

왠지 첫날 수업부터 힘이 빠지는 것 같았지만, 좌절하는 대신 점심 먹고 그날 오후부터 바로 중국어 공부에 끈덕지게 매달려 보기로 했다. 아래부터는 천진에서 지내는 동안 수업이 있는 평일 어떻게 공부했는지 간단히 정리했는데, 어학연수가 끝나고 졸업할 때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한 것 같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밖에서 간단히 밥을 먹고 돌아와 TV를 틀고 시각, 청각, 자막으로 중국어를 익혔다. 모르는 단어는 가끔 노트에 적고 사전으로 찾아 뜻을 이해하려고 했고 그대로 TV 시청을 계속했다가 시간이 되면 교실로 이동했다.

이후 4교시까지 각 수업과 교재 공부에 집중했고 질문과 발표 등 수업 참여에도 적극적인 편이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 바로 식당으로 가 점심을 먹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숙제부터 마쳤다. 숙제는 작문도 있고 단어 쪽지 시험을 준비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일단 할 일부터 끝내야 마음이 편했다.

숙제를 마치면 바로 그날 공부한 4과목 본문을 다시 보면서 모르는 어휘는 사전으로 확인하면서 복습했다. 어느 정도 가볍게 복습했으면 이어서 다음 날 공부할 4과목 본문 내용을 읽고 어휘 체크 등을 미리 마쳤다. 그러다 시간이 저녁이 되면 식사한 뒤 방으로 돌아왔고 주로 TV를 보는 것으로 하루 공부를 마쳤다.

때로 친한 유학생과 식사하거나 시내 구경 갈 때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돌아오면 숙제부터 예습, 복습을 거의 빠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학교에 다녔을 때도 이런 식으로 공부해본 적은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저 중국어가 좋아서 스스로 분발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에서는 거짓말같이 선생님의 이야기가 점점 잘 들리기 시작했고 TV를 볼 때도 이해하는 어휘나 표현이 늘었다. 또한 교내나 시내에서 처음 보는 중국인과 이야기해도 조금씩 대화가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결이라면 매일 꾸준하게 공부했던 것 말고는 딱히 특별한 무언가는 없지 않나 싶다. 생각해보면 수업 교재는 예습과 복습, 본 수업까지 더하면 같은 내용을 3번씩 봤던 셈이다. 거기에 매일 같이 중국어를 듣고 말할 기회도 있어서 한국에 있는 것보다 환경적으로 유리한 면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중국인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고 모르는 말도 많아서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느꼈다. 그래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걸 체감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었다고 할까. 한국에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언어도 잘 습득했고 현지 생활도 잘 적응해서 어학연수 결정은 만족스럽다고 느낄 수 있었다.


푸다오(辅导)를 만나다

한국에서 유학원 상담 당시 담당자로부터 ‘푸다오’에 관한 정보를 들은 적 있다. 푸다오(辅导)란 무언가 가르치거나 지도한다는 뜻의 중국어 단어로 현지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우는 것으로 보면 된다. 푸다오의 방식은 개인 과외처럼 일정 비용을 내고 중국어를 배울 수도 있지만, 상대방이 한국어를 공부한다면 언어 교환 성격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푸다오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먼저 우선 연수를 신청한 유학원에 이야기하면 현지 푸다오 선생님을 알아봐 준다는 것 같다. 단, 유학원 운영 방침이나 현지 상황에 따라 매칭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상담할 때 미리 확인하면 좋다.

다음으로 교내 게시판 등을 활용하면 유학생도 현지에서 직접 푸다오를 구할 수 있다. 연수 생활 중 기숙사 게시판 등을 보다가 언어교환 푸다오 광고지를 발견한다면 먼저 연락해보자. 혹은 직접 광고지를 만들어 교내 게시판에 붙여도 무방한데 서로 언어도 배우고 현지인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추천한다.

사실 천진에 도착한 다음에도 푸다오 생각은 딱히 없었는데, 언젠가 기숙사 1층 게시판에서 작은 메모지 한 장을 발견한 적이 있다. 종이에는 조금 서툰 한국어로 중국어와 한국어 언어교환 구인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연락처도 있어서 호기심에 기숙사 방 전화기로 연락을 해보았다.

전화를 받은 현지인 남성은 대학생은 아니었고 천진시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인데 취미로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밝혔다. 현지인과 언어 교환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 바로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우원의 로비에서 만나 자리를 찾아 서로 교대로 언어를 공부했다.


연출된 사진

한번은 푸다오 중 펑츠(碰瓷) 사기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내용은 아주 황당했다. 노인이 길가에 쓰러져 있어서 일으켜 주었는데 역으로 당신이 나를 넘어트려서 다쳤으니 돈을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푼돈이 아니라 몇백 만원은 넘게 부른다는 것 같다.

참고로 펑츠는 ‘도자기를 깨다’라는 뜻의 단어인데 오래전 중국에서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들고 다니다 사람에게 일부러 부딪혀 깨트린 뒤 돈을 요구하는 불량배를 지칭했다고 한다. 지금은 도자기는 들지 않았지만, 미리 넘어져 있다가 일으켜 주는 사람한테 덤터기를 씌우거나 가만히 서 있는 차에 혼자 부딪혀서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펑츠는 우리나라로 치면 보험금을 노린 각종 자해 공갈단쯤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이야 차량 블랙박스가 있어서 이런 사기꾼이 줄었다는 것 같지만, 외국인뿐만 아니라 현지인 피해사례도 있다는 만큼 조심하는 것이 좋다. 푸다오 친구로부터는 만약 넘어져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면 처음부터 전체 장면을 녹화하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을 얻기도 했다.

푸다오 친구 덕분에 중국어는 물론이고 중국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 어학연수도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인데 현지 푸다오 친구와 언어를 교환하고 현지 생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면 긴 연수 생활에도 분명 활력이 될 것이다. 단, 같이 있을 때 중국에 관해 배우는 게 많다면 한국에 관해서도 많이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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