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면접시험 결과가 나오고 얼마 지나 해가 바뀌어 1월이 되었다. 어느덧 마음도 잘 정리했고 지난 면접시험 때 가장 큰 실패 원인인 부족한 일본어 실력과 관광 지식을 보충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시험까지는 약 11개월이 남아 있었고 일본어 공인 어학 성적과 필기시험도 준비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시간은 조금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드문드문 아르바이트했던 지난해와 다르게 직장을 한 곳 구해서 다니기 시작했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전적으로 시험 준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1. 일본어 공부 과정
지난 시험에서 언어가 부족했음을 실감한 만큼 우선 면접 몇 달 전까지는 오직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일단 회화를 잘하려면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누구한테 물어본 적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다.
다만 영상을 그냥 시청하기만 하면 회화 실력이 크게 늘지 않으니 일단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사전 등으로 찾으면서 의미를 이해하려고 했다. 의미를 이해한 다음 배우가 말하는 것을 실제로 소리 내서 따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섀도잉 학습법이었다.
섀도잉 연습을 처음 했을 때는 보통 40분 정도 분량의 일본 드라마 한 편을 2시간~2시간 반에 걸쳐 시청을 마칠 때도 있었다. 대사 속 모르는 말을 메모하고 찾아서 따라 말하는 이런 과정은 처음에는 조금 힘들다고 느꼈지만, 연습을 계속해보니까 점점 재미있어져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영상 시청을 거듭할수록 알아듣는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중으로 갈수록 사전을 찾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고 드라마 한 편을 보는 시간도 조금씩 원래 시청 시간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스스로 학습 성과를 많이 느끼는데 공부가 재미없을 수는 없었다.
다만, 평소 영상을 많이 보더라도 애니메이션은 거의 제외했는데 현실적으로 통용되는 일본어 회화를 중점으로 생각했을 때 적절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일본어 공부에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아무래도 과장된 표현이 많은 것을 경계하고자 했다. 그런 표현을 많이 접하다 보면 면접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밖에서 회사를 마치면 집에 돌아와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드라마, 영화 시청과 섀도잉 연습에 빠져 6개월 정도를 보내고 보니 벌써 7월이 다가왔다. 혼자서 드라마와 영화만 보고 일본어를 연습했던 지라 진짜로 회화 실력이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훨씬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았다.
면접시험은 망설이지 않고 접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슬슬 공부에 변화가 필요했는데 일본어 회화 실력을 올리기 위한 일본어 연습 대신 면접시험을 위한 일본어 연습을 해야 했다. 앞으로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약 4개월 정도. 시험 준비를 하기에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방법을 생각해서 조금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2. 면접시험 준비 과정
면접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미리 알 수는 없다. 출제 범위가 굉장히 넓고 주제도 다양해서 무슨 연구를 한다고 정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화재면 문화재, 역사면 역사, 관광학개론이면 개론’ 이런 식으로 큰 틀에서 정해진 주제는 있었으므로 주제마다 너무 부족한 곳이 나오지 않도록 최대한 두루 준비하고자 했다.

이때 활용한 것이 바로 면접 노트인데 문화재부터 유네스코 목록, 문화, 전통, 관광학개론 등 면접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료를 찾아 시간 날 때 틈틈이 정리해 두었다. 그리고 연초부터 회사에 다닐 때는 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출퇴근 지하철에서 자주 보면서 외우려고 했다.
물론 당시 집에서는 일본어 실력 향상에 매진했지만, 그래도 평소 출퇴근 시간이라도 면접 자료를 봐 둔다면 나중에 꼭 도움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또한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궁궐이나 다른 관광지도 들렀고 관광 안내소에 가서 안내 책자도 조금 가져와 가끔 보고 내용을 숙지하려고 했다.
7월이 되어 면접시험을 접수하고 앞으로 11월 시험까지 본격적인 준비 방법을 구상해보았는데 이번에는 100% 독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학원과 스터디 경험이 있어서 그 효율과 장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쩐지 올해는 혼자 준비해서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것 같다.
면접에서는 질문에 잘 대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혼자 시험 자료를 숙지할 때도 일본어로 대답하는 연습을 빼놓지 않고 진행했다. 최근 6개월 정도 드라마 섀도잉을 연습해서 나름대로 실력은 올랐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자만은 금물 아니겠는가. 반드시 큰 소리만 낸 것은 아니고 오히려 중얼거림 정도일 때가 많았지만, 아무튼 최대한 소리 내서 일본어를 말하고자 했다.
또한 작년에는 필기/면접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오프라인 한일 교류 카페에 나가 일본인과 이야기하거나 언어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 올해는 한 번도 안 나가기로 했다. 분명히 일본어 실력 향상에도 많이 도움 되었지만, 올해는 섀도잉으로 대체했고 특히 혼자 면접 질문에 답변 연습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까닭이다.
시간은 흘러가더니 계절도 바뀌어 가을이 무르익었다. 시험 날짜가 가까워짐에 드라마 섀도잉은 거의 하지 않았고 대신 면접 자료 숙지와 대답 연습하는 시간을 늘렸다. 혼자 말하다 피곤해질 때는 드라마를 ‘그냥’ 보면서 쉬거나 아니면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나 관광통역안내사 카페에 접속해서 여행 정보와 이슈 등을 살피기도 했다.
시험이 보름 정도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감사하게도 회사에 무급 휴가를 내서 온전히 시험 준비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여유 시간이 많아진 만큼 오전부터 저녁까지 면접을 준비했는데 아무래도 혼자 일본어로 답변 연습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고 그 외 온라인으로 부족한 정보 등을 찾기도 했다.
하루하루 면접 준비를 하는 사이 거짓말같이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이제 5일 뒤면 면접을 봐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에는 여유가 생겨났던 것 같다. 가지고 있던 면접 자료 내용은 이미 몇 번 이상은 반복해서 봤고 일본어 대답 연습도 어느 정도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가끔 거울을 보고 말하는 표정을 다듬거나 웃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작년 면접을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아찔해진다. 면접관과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긴장으로 일관했지만, 올해는 절대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시험을 준비했고 표정과 미소도 다듬어 보았다. 면접일은 하루하루 가까워지는데 과연 준비한 만큼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까?
3. 일본어 면접 합격 후기
시험에 잘 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며칠 전에 구매한 새 정장을 차려입고 대망의 면접장에 도착했다. (반드시 정장이 규칙은 아니고 깔끔한 스마트 캐주얼을 입어도 됨) 곧 담당자의 시험 안내와 함께 응시자는 저마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가 한 명씩 면접을 보러 자리를 떠났다.
기다리는 동안 미리 가져간 면접 노트와 간단한 안내 책자를 보면서 부족한 곳이 있는지 살폈는데 왠지 작년보다는 덜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실제로 면접관에게 질문을 받고 막히면 긴장할 수 있겠지만, ‘준비한 만큼 면접에 임하자’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다.
잠시 후. 1년 만에 다시 면접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면접관 세 분이 기다리고 있었고 가볍게 인사한 뒤 면접을 시작했다. 그런데 첫 문제부터 평소 준비했던 주제가 나오더니 내리 5~6문제를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드라마 섀도잉의 노력이 빛난 것인지 일본어 회화가 자연스러웠고 자신감도 생겨서 답변 도중 면접관들과 시선을 마주치고 미소 짓는 여유까지 보일 수 있었다.
물론 모르는 문제도 나올 때는 있었다. 투어 중에 관광객이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할지 물었는데 잠시 생각한 뒤 여행사 담당자를 통해 회수하겠다고 대답했다. 또한 국내 일부 축제 관련 질문에는 답이 생각나지 않아서 대신 일본의 3대 축제를 말해보겠다고 한 뒤 대답하기도 했다.
그 뒤로도 관광자원 관련 내용이나 ‘가이드가 되려는 동기’, ‘가이드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과 같은 주관적인 문제가 나왔는데 결론적으로 모든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었다. 이날 받은 질문이 13개 정도 되는데 대부분 평소 준비했던 주제와 내용이라서 무척 신기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면접관 앞에서도 거의 긴장하지 않았고 시험장을 나올 때도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결과가 나오려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했지만 전혀 걱정되지 않았고 회사에도 잘 복귀할 수 있었다. 특히 1년의 여정이 끝났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껴 시험 생각도 접어두기로 했다.
12월 중순. 다시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결과 발표일이 되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오전 일을 마친 뒤 점심시간 큐넷 홈페이지에 로그인했는데 정말 합격했다! 점수는 80점 중반이었는데 물론 운도 따랐겠지만, 평소 열심히 시험 준비했던 걸 확인받은 기분이었다.


* 사진은 (구) 자격증인데 상단에 ‘관광종사원’ 자격증이라고 적혀 있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관광전문요원이라면 모를까.. 다행히 지금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으로 바뀌었다. (자격증은 나중에 재발급 신청함) 또한 현재 한국관광공사 주소는 서울시가 아닌 강원도 원주시이다.
원하던 자격증이었고 불합격 경험까지 한 번 있어서 이번 합격 결과에는 제법 여운이 길게 남은 것 같다. 스스로 합격한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부족한 부분을 분석해서 보충했던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일본어 섀도잉과 면접 질문 연습 모두 100% 혼자 진행했는데 학원과 스터디 도움 없이 비교적 높은 점수로 면접에 합격해서 성취감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결과 발표가 있고 나서 학원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여행사를 소개해 준다는 연락이 왔고 혼자 인터넷으로 가이드 취업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며칠 뒤에는 자격증 발급도 마쳤는데 다니던 회사는 다른 분야라서 원한다면 아예 그만두고 여행사에 가이드 취업도 알아볼 수 있었다.
자격증 취득 전까지는 시험 준비만 생각했지만, 취득하고 나니 진로를 고민하게 되었는데 내심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해 12월도 슬슬 저물고 새해 1월이 다가오고 있었고 어느덧 고민 끝에 다음 진로 결정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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