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잉 (Shadowing)은 영상을 보면서 인물의 대사를 그림자처럼 따라서 말하는 공부 방법을 뜻한다. 독학으로 일본어 회화를 배우고 싶을 때 섀도잉을 추천하는데 일본어 발음과 억양이 좋아지고 혼자 할 수 있어서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시작하면 회화 연습에 별로 도움도 안 되고 공부 자체가 재미없어지는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효과적으로 섀도잉을 하려면 우선 일본어에 대한 문법과 어휘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그래야 따라 말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습득하고 실력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섀도잉은 1년에 한 번 있는 일본어 면접시험을 앞두고 드라마를 보면서 열심히 했던 시기가 있다. 사실 전년도 면접에서 일본어 회화가 많이 부족했고 시험도 떨어졌다. 그래서 새로 1년을 준비하면서 회화 연습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6개월 이상 섀도잉을 연습한 결과, 회화 실력의 상당한 발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아래는 경험을 바탕으로 섀도잉을 연습할 때 참고하면 좋은 점을 정리하였다.
1. 실력에 맞는 영상 고르기
공부를 열심히 해도 지금 실력보다 월등히 어려운 영상을 보면 제대로 따라갈 수 없다. 이건 마치 JLPT 5급을 공부하는 초보자가 영화 섀도잉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대사를 모두 이해하고 배우들과 똑같이 일본어를 할 수는 없는 원리와 같다.
아직 초급 단계라면 교재 듣기나 동영상 강의에 나오는 말을 따라하거나, 대사가 적고 너무 빠르지 않은 작품을 선택해서 연습하면 된다. 일반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아직 모르는 말이 많을 텐데 들리는 말이라도 이해하고 따라하면 공부에는 도움 된다.
섀도잉의 효과가 나타나는 건 일본어를 제법 공부한 중급 이상부터라고 생각한다. (JLPT 기준으로 N3~N2 정도) 이미 습득한 언어 지식이 많아서 처음 드라마를 봐도 이해되는 말이 많고 따라 말하면서 회화 실력을 높일 수 있다.
2. 재미있는 영상 고르기
일본어 공부와 섀도잉을 계속하려면 지금 보는 영상이 재미있어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일본 드라마 한 편은 30~40분 정인데 모르는 표현을 찾으면서 전체 대사를 섀도잉하면 시간도 걸리고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관심 있고 흥미로운 작품을 선택해야 끝까지 연습할 수 있다.
앞서 한창 섀도잉을 연습했을 때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변호사 드라마 한 편이 유독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리갈 하이 아님) 드라마를 보는 내내 하품과 잠이 쏟아졌고 결국 반도 못 가서 시청을 포기하게 되었다.
영상은 드라마나 영화, 다큐멘터리, 뉴스 등 실생활 회화를 사용한다면 어떤 작품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그저 공부에 도움 될 것 같다고 재미없는 작품을 붙잡고 있으면 효율이 떨어지니 재미있는 영상을 선택하는 게 좋다.
3. 섀도잉 연습 방법
적당한 영상을 찾았다면 대사를 듣고 따라 말하는 섀도잉을 시작해 보자. 일본어 발음과 억양을 의식하면서 최대한 많이 따라해야 실력도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이때 장면마다 멈추고 말을 따라 하거나 아예 멈추지 않고 대사가 끝나면 바로 섀도잉하면서 연습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실력보다 어려운 말이 많다면 그때그때 영상을 멈추고 사전이나 스크립트를 참고해야 한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어려운 말과 표현은 우선 넘어가도 상관없다) 이런 이해의 과정 없이 소리만 따라한다면 섀도잉의 효과는 제대로 살릴 수 없다.
끝으로 섀도잉 연습을 할 때 꿀팁이 있는데 먼저 대사의 감정을 살려서 따라해 보는 것이다. 일본어를 일본어 답게 말하려면 표현과 발음도 중요하지만, 억양도 무시할 수 없다. 감정을 그대로 따라해 보면 조금 더 일본어 억양에 가까워지는 데 도움 될 것이다. 그리고 연습을 거듭하면 실제 회화에서도 조금 더 일본어다운 느낌을 낼 수 있다.
다른 팁은 자신의 일본어를 녹음해 보는 것이다. 녹음은 섀도잉도 좋고 지문을 읽는 것도 좋은데 객관적으로 자신의 일본어 발음과 억양을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까운 일본 친구나 수업 받는 일본 선생님이 있다면 녹음을 들려주고 피드백을 받으면 회화 향상에도 도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