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외국어 회화에서 말하기보다 듣기 연습이 중요한 이유

회화는 말하기가 중심이 되는 언어의 표현 영역인데 그런 회화에서 말하기보다 듣기가 중요하다는 이 글 제목은 다소 아이러니한 느낌이 든다. 보통 외국어 회화 실력을 올리려고 할 때 발음과 표현, 섀도잉 등의 연습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회화를 잘 한다는 것은 말하기, 즉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한다는 뜻이므로 이런 접근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말하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듣기’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해를 위해 두 가지 예시를 준비했는데 먼저 글 작성자가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때는 호주 현지인과 같은 집에서 지냈을 무렵인데 하루는 집주인이 어떤 일을 부탁해서 맡은 적이 있다. 그래서 알겠다고 영어로 쿨하게 대답하고 진행했는데, 나중에 제대로 일이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는 너와 Happy하지 않다 (I’m not happy with you)’며 화를 내었다.

알고 보니 애초에 집주인의 영어를 잘못 알아듣고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호주 일상에서도 의욕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사용하고 있던 터라 자신감이 있었는지, 당시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OK라고 대답하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 집주인에게 사과하고 마치기는 했는데 이후 못 알아듣는 내용이 있으면 다시 물어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두 번째 예시는 한국어를 오래 공부하고 있는 일본 지인의 이야기이다. 공부 햇수만 이미 10년은 가볍게 넘은 지인이지만, 아직 실력은 한국어 능력시험(TOPIK) 기준으로 초~중급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일본어 능력시험인 JLPT에 비유하자면 3급~부분적 2급 정도라고 할까. (1급이 최고)

지인은 한국어 공부를 처음 시작한 뒤로 팬데믹 시기를 빼면 한국 여행도 거의 매년 오고 있지만, 어학당을 다녔거나 회사, 연수 등으로 한국에 오래 머문 ‘한국 생활’ 경험은 전무한 상태이다. 평소 공부는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1:1 한국어 회화 수업 또는 언어 교환을 진행하거나 K-드라마를 시청하는 정도인데, 그래도 발전은 하고 있고 또 본인도 본인 실력에 만족하고 있어서 딱히 문제는 없다.

한국에서 지인을 만날 때면 글 작성자는 최대한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이해 못 한다고 할 때 일본어를 사용한다. 그래야 모처럼 한국에 온 느낌이 살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인도 이런 부분은 환영하는데 가끔 한국어 대화 방향이 이상하게 빗나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오사카의 유명한 음식을 물었는데 교토 음식으로 답하거나 (두 곳이 가깝기는 하다), 저번에 여행 갔던 곳은 어땠냐고 물으면 이번에는 어딜 가고 싶다고 말하는 식이다. 지인의 엉뚱한 대답에는 물론 한국어 실력의 이유가 크겠지만, 상대의 말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아서 그런 답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즉, 위의 상황에서 지인은 나의 전체 문장이 아니라 음식과 여행이라는 핵심 키워드에 집중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평소 지인은 한국어 공부에서 말하기를 가장 선호하는데, 오래간만에 한국에 오면 마음이 들뜨는 건지 대화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급하게 하려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했다. (이 부분에 관해 지인과도 재미있게 이야기했더니 그런 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회화는 상호작용이다

말하기와 듣기

글 작성자의 호주 경험과 지인과의 대화 사례를 통해 외국어 회화에서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고 본다. 사실 말하기의 발음과 표현을 원어민처럼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좋은 회화 공부 자세이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면 말하기 실력이 아무리 유창해도 결론적으로 회화를 잘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자꾸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아예 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일상 생활이라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 상황이라면 상당히 난처한 일이 생길 수 있는 점도 알아두자. 그래서 평소 회화(말하기) 연습을 할 때 듣고 이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실제 원어민과의 대화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적절한 대답이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대화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듣기가 잘 되지 않으면 결국 전체 대화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말하기와 듣기 둘 다 연습했을 때 회화 실력도 점점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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