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시험을 알게 되었다. 자격증을 얻으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해서 가이드로 활동하는 만큼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관광 관련 지식도 갖춰야 해서 전문직이겠다 싶었다. 특히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
더구나 가이드로 일하게 되면 외국인에게 올바른 한국의 문화나 역사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부심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민간 외교관이 아니겠는가! 그 전까지 가이드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이 자격증에는 꼭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래부터는 개인적인 경험담이지만, 외국어 성적과 필기/면접시험 준비 과정부터 아쉽게도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으면 한다.

1. 외국어 성적 준비 과정
자격증 제도를 처음 알게 된 건 연초 무렵이고 그해 7월 시험 접수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험 접수를 위해서는 우선 외국어 공인 자격을 준비해야 했다. 당시 외국어라면 영어는 거의 한마디도 못 했지만, 혼자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어 언어시험인 (구)JLPT 2급에 통과한 경험은 있었다.
또 시험에 응시하지는 않았지만, JLPT 1급 교재도 공부한 적이 있어서 그동안 오래 손 놓고 있던 일본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겠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어 성적 유효기간은 2년이라서 다시 언어 시험부터 준비해야 했는데 연중 시험 횟수가 많은 JPT를 보기로 하고 그때부터 교재를 구해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험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있는 것 같다)
JPT는 영어의 토익처럼 듣기와 독해 시험으로 구성된 990점 만점의 시험이다. 자격증 원서 접수를 위해서는 740점 이상이 필요했는데 여태 JPT에는 응시한 적이 없어서 점수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 것 같다. 더구나 일본어 공부도 무척 오래간만이라 교재에 모르는 한자와 단어도 많았는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 시험은 2월에 응시했는데 아쉽게도 720점대가 나와서 실패였다. 하지만 주저할 틈도 없이 교재를 보면서 공부에 집중했다. 시험에 접수하는 7월까지 점수를 얻지 못하면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 더 공부하고 3월 시험을 봤는데 다행히 760점이 나와서 한시름 놓고 원서 접수를 마칠 수 있었다.
2. 필기시험 준비 과정
외국어는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에서 감독관과 질의응답 하는 것이 필수이므로 그저 어학 점수를 만족했다고 연습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당장 1차 필기시험만 4과목을 준비해야 했고 남은 시간도 넉넉하지 않아서 일단 외국어 말하기와 면접시험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 법규, 관광학 개론 4과목 교재를 사서 거의 매일 과목을 번갈아 내용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연습을 이어 나갔다. (학원은 등록하지 않고 100% 독학 선택)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만 넘으면 필기시험은 합격이지만, 한 과목이라도 과락이 되면 불합격이라서 어느 과목도 소홀하지 않게 공부하는 것에 신경 썼던 것 같다.
* 필기시험은 각 과목당 25문제가 출제되는데, 10문제 이상 맞히지 못하는 과목이 하나라도 있으면 나머지 과목 점수와 상관없이 불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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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중 국사의 점수 비중이 가장 높았고 또 어려운 문제도 많아서 시간 배분은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교재를 공부하면서도 EBS 수능 국사 강의도 많이 찾아서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시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머지 과목은 내용 암기에 시간이 걸리기는 했어도 대체로 무난한 느낌이었는데 ‘관광자원해설’은 조금 예외였다. 왜냐하면 관광자원이라는 게 국내 문화재나 여행지부터 국보, 보물, 명승지, 축제, 문화 등 매우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매한 교재 문제를 풀고 암기하면서 시간 있을 때는 대한민국 구석구석같은 홈페이지도 자주 참고했다. 문제 출제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것 또한 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집과 도서관에 오가면서 약 4달 정도 필기시험을 준비했고, 날짜에 맞춰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 시작 전까지는 가져간 교재에서 중요한 내용을 다시 한번 짚어봤고 곧 2교시에 걸쳐 4과목 시험을 마쳤다. 그동안 준비를 열심히 했는지 당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시험장을 나올 때도 발걸음이 가벼운 편이었다.
3. 면접 준비와 학원 등록
필기시험 합격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러갔다. 앞서 가채점을 해보고 어느 정도 결과는 예상했지만, 그사이 느슨해져서 면접시험 준비는 사실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잘한 게 있다면 일본 드라마를 계속 보면서 언어 감각을 유지하는 정도였다고 할까?
그러다 막상 합격 결과가 나오니까 이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해졌다. 우선 무작정 서점으로 가서 관광통역안내사 면접 대비 교재를 사 온 다음 내용을 외우기 시작했다. 교재에는 국내 여행지나 문화, 역사 지식부터 가이드가 되려는 동기, 응급상황 대처 등 면접에 도움 되는 문답 내용이 일본어와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한동안 교재 내용만 외우면서 준비했는데 혼자 일본어로 대답하는 게 도무지 입에 붙지 않았다. 일본어를 공부했던 것은 맞지만 정작 면접에 필요한 회화는 거의 할 줄 몰라서 결국 눈으로만 내용을 외울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이건 도무지 아닌 것 같다고 느껴 결국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하게 되었다.
학원에는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시험 준비생이 있었는데, 어쩐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평소 긴장했던 마음도 풀 수 있었다. 또한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하면서 무엇보다 시험 대비 자료와 질의응답 피드백을 받았던 점이 좋았다. 먼저 기출/예상 문제가 많아서 시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고 또 일본어 회화 실력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다.
학원에 가지 않을 때는 대부분 집에서 자료를 보고 혼자 질의응답 연습을 하며 면접시험을 준비했다. 면접에서는 질문에 소리 내서 대답해야 했으므로 잘 안되더라도 어떻게든 말을 해보려고 했다. 혼자 대답할 때는 벽이나 허공을 보기도 하고 때로 휴대폰 녹음기를 활용해서 자신의 답변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제 면접 당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흘 정도 남았을 때부터는 학원에 가서 수업이 끝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따로 모여 모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편한 분위기에서 서로 역할을 바꿔 질의응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았는데 마음도 편해졌고 합격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어 좋았다.
4. 면접시험과 불합격 결과
정장을 입고 가방에 시험 자료 일부를 챙겨 면접장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응시자가 비슷한 옷차림으로 와서 대기하고 있었고 담당자로부터 시험 진행과 관련된 안내 사항을 전달받았다. 잠시 후, 응시자마다 번호 명찰을 받고 가슴에 부착했는데 이제부터 한 명씩 번호 순서대로 면접장에 들어가 면접관과 외국어 질의응답 해야 했다.
차례가 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가져간 면접 자료를 잠시 훑었지만, 사실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당시 대기실과 면접장 거리가 가까워서 앞서 시험 보는 사람들의 외국어 답변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어쩐지 마음은 계속 긴장되었는데 그대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올 것이 왔다!
심호흡을 한 뒤 최대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서 면접관 세 분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기억에 이날 좋았던 부분은 딱 여기까지다. 자리에 앉고 첫 번째 질문을 받았지만, 질문 내용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버렸다. 나름대로 열심히 면접시험을 준비했는데 이건 시작부터 최악인 셈이다.
동시에 심장박동은 빨라졌고 전신으로 긴장을 만끽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식은땀마저 흐른 것 같다. 아니, 11월 늦가을에 식은땀이라니! 태어나서 이런 긴장은 처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면접관 한 분이 물을 떠다 주면서 잠깐 마시라고 했는데 물을 마셔도 도무지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시험은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이날 총 10문제 정도 질문받았는데 여태 준비했던 관광지나 문화재 관련 내용은 거의 한 개도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SIT(Special Interest Tourism : 특수목적관광), FIT(Free Independent Tour : 개별자유여행)과 같은 관광학개론 문제만 거의 3~4문제가 나왔는데 애석하게도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이드가 되려는 동기’나 ‘한국 방문 외국인 수를 늘리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와 같은 주관적인 질문에는 잘 대답했지만, 무슨 고려시대 아니면 삼국시대 어떤 장군에 대해서 설명해보라고 해서 한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결론적으로 이날 전체 문제에서 절반은 간신히 대답했고 나머지 절반은 모른다고 답하거나 얼버무리고 시험을 마쳐야 했다.
그렇게 시험장에서 나왔지만,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또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휩싸여서 우울한 마음 상태가 며칠은 지속된 것 같은데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다시 며칠 뒤에는 그동안 학원에서 같이 공부한 사람들도 만나서 시험 후기나 앞으로의 계획 이야기도 나누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나갔다. 솔직히 합격에 확신은 없었는데 결과는 56점으로 4점이 모자라서 불합격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우울해지지 않았고 다시 1년간 준비해서 다음 면접을 기약하기로 했다. 당해 면접에서 탈락하면 다음 해 필기시험 응시는 면제라서 확실히 신규 응시자보다 부담도 적었다.
면접장에서 긴장한 나머지 답변도 잘 못 한 것 치고는 그래도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는 건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노력하면 충분히 면접에 합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합격의 결과는 쓴맛이었지만, 앞으로 1년간 일본어 실력과 관광 지식을 보충해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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