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올 때 기본적으로 국내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있고, 상황에 따라 여행객 본국에서 같이 나온 TC 인솔자가 같이 움직인다. 그런데 이 구성에 때로 사진기사가 같이 오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단체 여행 중 주요 관광지에서 성능 좋은 카메라로 여행객들의 기념할 만한 순간을 사진 찍어 주는 역할을 한다.
잘 찍은 사진은 나중에 인화해서 여행 마지막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단체 여행에는 가족이나 지인 단위의 손님이 많다 보니, 일정 중 찍은 사진을 패키지로 묶어서 한 팀당 얼마씩 판매하는 것 같다. 단, 갑자기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사라고 하면 손님이 거부감을 느낄 테니, 아마도 사진기사에 관한 사전 안내가 있고, 살지 말지는 손님이 정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사진기사는 정식 가이드가 아니라서 면세점 판매 수수료는 가져가지 않는다. (친한 가이드가 쇼핑 매출이 잘 나올 때 조금 얹어줄지는 모르겠다) 즉, 오직 사진 판매로만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정 내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야 나중에 판매율도 높아진다.
좋은 인상은 외모도 작용하겠지만,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면서 적극성을 어필하는 것이 좋다. 예로 사진을 안 찍을 때 가만히 있는 대신, 여행객의 캐리어를 나르거나 식당에서 서빙하고 관광지에서 인솔 보조 등을 맡는 일을 해야 한다.
사진기사 역시 100% 프리랜서이고 특히 사진이 팔려야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얼마나 벌어갈지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어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습 가이드로 어느 투어에 참여했을 때 있었던 사진기사는 여행객들과 잘 지내고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투어 마지막 날, 메인 가이드가 마무리 인사 중 사진기사를 소개했고 손님들이 환호하는 분위기에서 팀별로 준비한 패키지 사진도 완판되었다. 물론 가이드처럼 면세점 판매 수수료는 없지만, 그래도 준비한 사진이 다 팔리면 어느 정도 매출은 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사진 판매만으로 얻는 수익에는 한계가 명확해서 장기적인 직업을 생각한다면 아예 정식으로 자격증을 준비하고 가이드가 되는 것이 낫다.

개인 이야기를 덧붙이면, 그때 만난 사진기사와는 잘 지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메인 가이드에게 뭔가 요청받아서 할 때마다 계속 간섭하고 이래라저래라 말도 많아서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이때 딱히 받아칠 명분을 찾지 못해서 속으로만 누르고 있었다.
그러다 일정 중 설악산 권금성에 올라간 일이 있다. 동남아에서 온 여행객들은 한동안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감탄했고, 얼마 뒤 집합 시간이 되어 내가 아래쪽에서 중국어로 외치며 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때 사진기사가 옆으로 와서 뱉은 한마디. ‘목소리가 작은데요?’
결국 여행객들을 다 모으고 이동하는 길에 사진기사와 설전을 벌였다. 너는 왜 계속 간섭이세요? 네가 일을 못 하니까 그러지요~ 대략 이런 내용이 오갔는데, 둘 다 감정적으로 그렇게까지 고조되지는 않아서, 옆에 있던 외국인들은 두 사람이 한국어로 무슨 토론을 한다고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명분은 자격증이 있던 이쪽에 더 있었고 서로 다소 감정이 남은 채로 대화를 마쳤다. 그래도 막상 투어를 마치고 인천 공항에서 이 친구와 같은 철도를 탄 다음, 헤어지기 전까지 이야기를 더 나누다 보니 얄미운 감정은 사라졌다.
결론적으로 사진기사가 정식 가이드는 아니지만, 여러 차례 투어를 돌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훤해진다. 외국어 안내나 일정 편성, 투어 정산 같은 일만 빼면 가이드의 업무를 분담하기도 한다. 그래서 당시 경험 많던 이 친구에게는 실습 가이드였던 내 행동에 미숙함이 많이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