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다크 소설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자몽러

02/18/2026

애프터 다크 소설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자정에 가까운 한밤부터 날이 밝은 다음 날 오전 7시 무렵까지, 예쁘지만 기묘한 언니 에리와 동생 마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 두 자매의 이야기는 밴드에서 트롬본을 연습하는 다카하시와 호텔 ‘알파빌’의 관리자 가오루가 개입하면서 완성되어 간다.


원제 – アフタ-ダ-ク
번역 – 권영주
발행 – 비채 (2015)
페이지 – 240p

자정에 가까운 시각, 마리는 홀로 데니스(일본 레스토랑)에 테이블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주문해 놓고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그 순간 레스토랑 자동문이 열리더니 어깨에 악기 케이스를 맨 호리호리한 남자 다카하시가 들어오더니 우연히 발견한 마리에게 다가와 아는 척을 한다.

이 년 전 여름, 고등학생이던 마리와 대학생 언니 에리, 마찬가지로 대학생이던 다카하시와 그의 친구는 2:2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과거의 기억이 난 둘은 에리의 일을 포함해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지만, 대체로 마리는 시큰둥했고 주로 다카하시가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 근처 지하실에 밴드 야간 연습을 하러 먼저 일어났다.

여전히 홀로 책을 읽던 마리 앞에 가오루가 나타난 것은 약 30분 뒤였다. 전화로 다카하시로부터 중국어가 가능한 마리를 소개받은 가오루는 그녀가 관리자로 일하는 호텔 ‘알파빌’의 어느 객실로 마리를 이끌었고, 그곳에서 매춘 손님에게 맞아 피로 몸이 흥건해진 중국인 소녀를 함께 진정시킨다. 다행히 소녀는 안정되었고 곧 조직원 남자가 호텔로 찾아와 그녀를 데려갔다.

밖으로 나온 마리는 다시 다카하시를 만나 산책하면서 중국인 소녀와 언니 에리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카하시는 6시에 아침밥을 먹자며 연습실로 향했고, 마리는 다시 알파빌로 돌아온다. 이미 오전 4시가 넘은 시각. 호텔 직원 고오로기와 같이 있던 마리는 그녀의 비밀 이야기를 들을 후 문득 언니 에리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소설 리뷰

먼저 작품에는 1인칭 관찰자인 ‘우리’가 등장하는데, 소설의 두 주인공인 에리와 마리 각각의 시점을 오가는 동안 모든 인물과 사건을 지켜보는 묘사가 이어진다. 관찰자가 다른 등장인물도 아닌 ‘우리’이기에 마치 작가와 독자가 같은 시점에서 인물들을 지켜보는 기분도 든다.

그런 우리의 시점에서 묘사하는 에리의 존재는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할까. 에리는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테리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 캐릭터의 설정은 다소 모호하고 낯선 느낌도 있었지만, 애초에 마리가 어두운 밤에 밖에 나온 것도 언니 에리로 인한 방황이기도 하다. 즉, 에리가 없었다면 마리의 이야기도 없다.

사실상 소설 대부분의 이야기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마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그녀가 만난 인물들의 서사로 이루어진다. 처음 마리에게 에리란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였는데, 자정 이후 날이 밝는 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건을 겪으면서 에리에게 다가가는 실마리를 찾는다.

밤의 어둠이 지나간 애프터 다크의 아침, 마리는 그렇게 조용히 에리에게 다가갔고 ‘우리’의 시점은 두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을 살피면서 소설도 막을 내린다.

어쩌면 처음부터 에리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그녀는 마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관념일 뿐, 실체가 없는 존재이다. 자신의 관념 속에서 방황하던 마리는 어두운 자정 무렵 집 밖으로 나오지만, 결국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관념과 재회한다.

소설은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확실한 점은 밤의 어둠이 지나간 후 마리에게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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