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이사카 고타로 킬러 시리즈 3부작, 두 번째

악스 이사카 고타로 킬러 시리즈 3부작, 두 번째


악스 AX(도끼)

원제 – AX, アックス (2017)
저자 – 이사카 코타로
옮긴이 – 김해용
발행 – 알에이치코리아(RHK) (2018)
페이지 – 372p


* 소설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드네임 풍뎅이로 불리는 미야케는 겉으로는 평범한 문구회사 영업사원이지만, 사실 의뢰받은 일은 완벽하게 수행하는 전문 킬러이다. 그런데 업계에서 그렇게 알아주는 풍뎅이조차 두려워하는 대상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그의 아내이다. 전문 킬러나 되는 주제에(?) 집에서는 아내의 기분이 상할까 봐 비위를 맞추며 노심초사하는 풍뎅이는 엄청난 공처가임이 틀림없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아내가 깰까 조심스럽게 소리 내지 않고 소시지로 허기를 채우거나 아니면 아내와 대화할 때 본심과는 관계없이 그녀의 장단에 맞추어 말을 꺼내는 정도이니.

고3 수험생 아들 가쓰미는 아버지인 풍뎅이의 그런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당돌한 모습을 보이지만, 당사자인 풍뎅이는 개의치 않는다. 이유라면 풍뎅이는 그저 자신의 방식대로 아내와 잘 지내고 있고 아들 가쓰미와도 허물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족을 아끼는 그의 모습이 어째 킬러답지 않다며 썩 내키지 않게 바라보는데 풍뎅이에게 가족이란 매우 소중한 존재라서 일에서도 슬슬 은퇴하고 싶어 한다.

아쉽게도 그런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의뢰는 계속 들어왔고 일을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소 킬러 일을 주는 병원 의사에게도 일을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매번 이런 저런 이유에 막혀 저지당할 뿐이었다. 이건 필시 업계에서 베테랑 킬러인 풍뎅이의 실력이 아까워서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이겠다.

이쯤 되면 풍뎅이가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사실 여태 은퇴하지 못하고 순순히 의사의 지시를 따른 것은 가족이 걸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건 업계의 암묵적인 규칙이라서 그런 건데 풍뎅이도 이제 한계라서 무언가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킬러로서 두려운 것이 없는 풍뎅이이지만,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인 아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공처가라도 상관없어. 가족을 지키고 싶어.’ 풍뎅이는 일을 의뢰 받으러 다시 한번 병원을 찾았고 마침 주어진 어떤 선택지를 계기로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제부터 자유로워지리라.’ 그런데 철저하게 준비를 마치고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고 만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풍뎅이는 소망대로 킬러 일에서 은퇴하고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이사카 고타로 킬러 시리즈 3부작 두 번째 작품으로 <악스>를 완독했다. 시리즈 내용이 내용인 만큼 소설 본문에는 킬러 주인공과 청부 관련 일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 중 킬러는 주인공 풍뎅이 외에도 여러 명이 등장하는데 서로 다른 목적과 이유로 얽혀 있어서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역시 이사카 고타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스>의 작품 색채나 이야기 전개 방식, 퍼즐 같은 구성은 여전했는데 앞서 읽은 <그래스호퍼>만큼 재미있었다. 소설은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특히 주인공 풍뎅이의 존재가 무척 별나고 재미있었다. 밖에서는 자타공인 베테랑 킬러인데도 집에만 들어오면 어김없이 아내에게 꼼짝 못 하고 쩔쩔매는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풍뎅이의 존재는 바로 <악스>의 유머코드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소설 본문에서 예고도 없이 아무 때나 나오는 풍뎅이의 한심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불시에 웃음 공격을 당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런 독실한 공처가인 풍뎅이의 모습이야말로 작가가 <악스>에서 그리고자 하는 인간 존재의 모습이며 나아가 킬러 시리즈 3부작을 관통하는 인간과 인간 사회 묘사로 이어지는 것 같다.

먼저 킬러 시리즈 첫 작품인 <그래스호퍼>를 보자. 마치 메뚜기가 떼 지어 살아가는 것처럼 인간 역시 사회에서 무리 짓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치이면서 복잡하게 살아간다. 또한 <악스>에서는 공처가 킬러 풍뎅이의 존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이나 사정을 조금 더 깊게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밖에서는 험한 일을 하는 킬러이지만, 그래도 집에서는 제법 훌륭한 공처가라고. 누구에게나 이런 사정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재미있게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어쩐지 현실 생활에서 무심히 마주치는 타인에 관해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만약 현실에도 어딘가 풍뎅이가 존재한다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소설에 조금 심취한 탓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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