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매매를 업으로 삼던 우사기타 다카노리는 어느 날, 조직의 돈이 사라졌다는 정보와 함께 자신의 아내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돈의 행방은 컨설턴트 오리오가 알고 있었고, 조직은 제한 시간 내로 그를 잡아오면 아내를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건다. 이에 우사기타는 빠르게 움직였고 마침내 센다이시의 한 가정집에 도달하는데..

원제 – ホワイトラビット (2017)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은모
발행 – 현대문학 (2018)
페이지 – 316p
유괴 조직에 발을 들여 필요한 사람을 납치(소설에서 ‘매입’이라고 표현한다)해 온 우사기타는 지난 2년 간의 조직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일이 불법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가정에는 귀여운 아내 와타코짱이 있었고 적당한 수입에 남들과 같은 일상도 충분히 누렸기 때문이다.
우사기타가 여느 때처럼 대상 납치에 성공한 그날, 문득 동료 조직원이 오리오라는 컨설턴트 남자가 조직의 돈을 어디론가 빼돌렸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하지만 우사기타는 매입 담당인 자신이 아닌 다른 조직원들이 알아서 할 거라며 무신경한 반응을 보인다.
매입한 인질을 조직에 넘긴 그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어째 아내 와타코는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조직의 누군가가 아내 와타코를 유괴했다는 전화를 걸어왔고 교환 조건으로 오리오를 데려올 것을 제시한다.
그렇게 우사기타가 전력으로 대상의 흔적을 찾아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센다이 시내에 있는 한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그곳에는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자와 한층 더 수상해 보이는 아버지가 있었는데. 얼른 오리오를 찾아 조직에 넘기고 와타코짱을 찾을 생각이었던 우사기타는 얼떨결에 세 명을 꽁꽁 묶고 오리오의 행방을 추궁하기 시작한다.
곧 상황은 인질극으로 번져서 집 주변으로 경찰과 매스컴이 몰려오고 훗날 ‘흰토끼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과연 우사기타(우사기 – 일본어로 토끼)는 제시간에 오리오를 찾아서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조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소설 리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16 페이지 분량의 <화이트 래빗>은 인질 농성을 벌이는 범인과 경찰의 대치를 기반으로 주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의 주요한 특징 중 한 가지라면 캐릭터별 이야기가 시간을 교차해서 진행되다가 때로 한자리에서 모이는 전개 방식과 구성에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 우사기타 이야기가 나오다가, 잠시 몇 시간 뒤로 가서 인질범과 대치 중인 경찰의 상황이 나오다가, 이번에는 다시 뒤로 가서 가정집 아버지의 사연이 등장하고 그러다 다시 캐릭터들이 동시에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사카 월드에서 이런 전개 방식은 매우 자주 등장하는데, 역시 뒤로 갈수록 앞에서 벌여 놓은 일들이 하나로 맞춰져서 마치 퍼즐을 푸는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들은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 많이 소개되는 것 같고 실제로 가볍게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 많다.
이번 <화이트 래빗>에서 이야기 전개 방식 외에도 메인 캐릭터 설정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그저 평화로운 가정집의 3인 가족인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어떤 내막이 있었고 심지어 인질극보다 더 큰 사건에 연루되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런 예상 못 한 상황과 설정에 ‘뭐, 진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가가 의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작품에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의 교차 진행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 방식은 괜찮았지만, 독서 초반에는 전지적 작가와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 동시에 나와서 조금 정신없는 느낌도 들었다. 여기에 우사기타는 어째서 인질 조직에 들어갔으며 작품 후반 구로사와의 동료들이 창고로 향했던 이유 등도 설명이 부족하거나 다소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은 소설인데 이사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퍼즐 구성이 궁금하다면 독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