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가는 유가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자몽러

08/16/2025

후가는 유가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선천적으로 기묘한 능력을 타고 난 일란성 쌍둥이 후가와 유가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분 나쁜 미스터리 사건을 해결하면서 악을 응징해 가는 이야기. 피는 물보다 진한 것처럼 끈끈하게 뭉친 쌍둥이 형제의 활약이 감동과 통쾌함을 준다.


원제 – フーがはユーが(2018)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은모
발행 – 현대문학 (2020)
페이지 – 304p

대학생 유가는 센다이 시내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TV 방송 제작사의 다카스기와 만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인 형 유가와 동생 후가는 5살 어린 시절부터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밑에서 불운하게 자란다. 가정 상황을 외면하는 듯한 어머니였기에 형제는 서로 의지하면서 자라는데, 어느 날 서로 물리적인 위치가 바뀌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위치 이동은 매년 쌍둥이 형제의 생일이면 2시간 간격으로 일어났다.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형제는 반이 나뉘어 수업을 들었지만, 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그 일이 일어나 교실과 운동장에 있던 서로의 몸이 바뀌는 등 가벼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 환경에서 위치 이동이야말로 잠시나마 형제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동시에 위치가 바뀌었을 때 손에 든 물건이 같이 이동하거나 이동한 다음에는 주변 시간이 잠시 멈추는 등 규칙도 발견하게 된다.

중학교 2학년이 된 형제는 이 능력을 실전에서 사용해 보기로 하는데. 생일 당일, 마침 같은 반의 불량 패거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와타보코리를 구해 패거리를 골탕 먹이는 데 성공한다.

큰 사건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일어난다. 어느 날 후가는 위치 이동 능력으로 얼떨결에 또래 여자아이인 고다마를 돕게 되고 위기를 모면한 그녀와 사귀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가는 가정 폭력의 그늘이 있는 자신과 형보다 고다마에게 더 어두운 구석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데.

실마리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앞서 형제는 중학교 때부터 근처 재활용 업체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다. 고등학생 후가는 그날 업체 주인과 어느 저택에 들러 컴퓨터를 수거하고 돌아왔는데, 판매를 위해 하드 초기화를 하려다가 물에 흠뻑 젖은 고다마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이 상황과 사진 모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유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거대한 사건의 실체를 알게 되었고 결국 형제는 고다마를 구출하기로 한다. 과연 형제의 위치 이동 능력은 사건을 푸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소설 감상

소설은 참신한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 전개에, 이사카 월드다운 퍼즐 끼워 맞추기 구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개성이 다른 쌍둥이 형제가 생일만 되면 2시간 간격으로 서로 몸이 이동한다’ 이렇게 보면 대단히 독특한 설정은 아닐 수 있겠는데, 형제는 각종 사건의 중심에서 이 능력을 활용해 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작품 제목으로 지은 <후가는 유가>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후가는 곧 유가이고 유가는 다시 후가가 된다. 이건 단순히 몸의 위치가 뒤바뀌는 것을 넘어서, 가정 폭력이라는 아픔을 공유한 이들이 형제애를 발휘해 정의의 사도가 되는 점에서 1차로 감동하고 2차로 사건이 해결되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한편, 위 줄거리에서 고다마를 구하는 장면은 물론 소설의 큰 축이지만, 그보다 더 큰 축이 있고 반전에 반전까지 더해져서 모든 것이 긴박하게 흘러간다. 여기서 큰 축이라고 하는 것은 사건의 분량도 그렇고 특히 악을 응징한다는 것에 이야기 전개의 중점을 두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더구나 이번 소설에서는 쌍둥이 형제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점에서, 작가의 <중력 삐에로>가 연상되기도 했다. 똑똑하고 이성적인 형 이즈미와 행동력 있는 동생 하루가, 마치 중력처럼 자신들을 옭아매던 태생의 그늘을 벗고 악을 응징한다는 이야기인데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두 소설의 ‘형제가 사건을 해결한다’라는 설정 자체는 비슷해 보이지만, 이야기 자체가 서로 달라서 각각의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후가와 유가>는 위치 이동을 하는 쌍둥이 형제가 점점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반전 요소도 있는 점이 좋았고 분량도 짧은 편이라 독서의 부담도 적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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