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의 하루와 이즈미 형제가 어느 날 도시 곳곳에서 일어나는 방화 사건의 범인과 실마리를 쫒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 방화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래피티 낙서가 발견된다는 규칙이 있었는데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방화를 하는 것인지.

원제 – 重力ピエロ (2006)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양억관
발행 – 작가정신 (2018)
페이지 – 496p
주인공 하루는 잘생기고 그림도 잘 그리고 가끔 특이한 행동으로 주변 사람을 웃게 하는 재주가 있었지만, 무거운 중력과도 같은 어두운 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연쇄 강간범의 범행으로 태어났다는 태생의 한계인데 하루는 자신에게 새겨진 악인의 유전자를 경멸한다.
마침 도심에서는 연속으로 불을 지르는 방화마의 존재가 나타났는데, 평소 거리의 낙서를 지우는 일을 하던 하루는 방화 현장에 항상 그래피티가 남아 있다는 규칙을 발견한다. 그리고 곧 유전자 회사에서 일하는 형 이즈미에게 전화를 걸어 어쩌면 방화마가 곧 형의 회사에도 방화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예측을 한다.
얼마 뒤 이즈미의 회사에는 정말로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하루는 형 이즈미와 병원에서 암 투병 중인 길러준 아버지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추측하게 된다. (어머니는 일찍 떠났다) 가족의 힘이 발현된 것인지, 거리로 나선 두 형제는 마침내 연쇄 방화 사건의 실체를 발견하는데.
자신에게 주어진 중력을 거부하던 하루는 한 손에 조던 배트를 들고 이층에서 떨어져 내려 악을 응징한다. 마치 웃는 얼굴로 무거운 중력을 이겨내는 삐에로처럼 그렇게 하루는 조던 배트를 들고 자신을 누르던 중력을 벗어나 한없이 가벼워진다.
소설 감상
이 소설은 연쇄 방화범을 찾아 나서는 추리 형식을 보이고 있지만, 결국 가족의 끈끈함을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루의 출생의 비밀은 상처라면 큰 상처이고 하루 본인도 혐오하는 그늘과도 같다. 다만 길러준 아버지와 어머니, 형이라는 따뜻한 가족의 품이 있어서 하루는 방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과거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연속으로 일어나는 방화 사건과 매번 현장에 남아 있는 미스터리한 그래피티. 그리고 사건의 실마리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하루의 가족사. 작품은 미스터리 장르로서도 재미있고 결말에 도달했을 때 나오는 권선징악적 장면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개인적으로 하루가 배트를 들고 직접 악인을 징벌하는 결말 장면은 현실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고 느꼈다. 정말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랄까. 그래서 장면을 읽고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기보다는 왠지 소설 전체가 결말을 위해 짜여진 것 같아서 아주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든 것 같다.
뭐 그래도 그런 맛에 읽는 것이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이고, 이사카 고타로의 치밀하고 정교한 내용 구성도 돋보이는 만큼 <중력 삐에로>를 읽은 것은 후회되지 않는다.
여담으로 작품은 재미나 메시지, 완성도 면에서 지금도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대표작에서 빠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처음 출간되었을 때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인기가 높았다고 하는데 2009년에는 일본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작품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절대악의 응징을 바라는 이가 많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