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회사 선배 고탄다의 일을 맡아서 하게 된 엔지니어 와타나베와 오이시는 프로그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다. 고탄다가 사라진 이유와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 이들은 ‘검색’을 했고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의문의 거대 시스템과 맞서게 되었는데..

원제 – モダンタイムス(2008)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소영
발행 – 웅진지식하우스 (2017)
페이지 – 608p
프로그램 엔지니어인 와타나베는 어느 날 집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의자에 앉혀 손발이 묶여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처음 보는 덩치 큰 수염남자가, 자신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 가요코로부터 고용되었고 이제부터 하나씩 손톱을 뽑으며 자백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톱은 다시 자라니까 인도적인 거라고.’
간신히 수염남자의 고문에서 벗어난 와타나베는 다음 날 회사로 향하지만, 그의 선배 고탄다가 실종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탄다의 작업을 대신 떠안게 된 와타나베와 후배 오이시는 프로그램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사라진 고탄다 선배와 프로그램 속 풀 수 없는 암호 사이의 수상한 연관성을 느낀 이들은 실체를 파악하려 하는데.
결국 이 모든 일은 5년 전 중학생 학살이 있었던 하리마자키 중학교와 그곳에서 사람들을 구한 영웅이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나가시마 조와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후 사건과 관련있는 키워드인 ‘하리마자키 중학교’, ‘안도상회’, ‘개별 상담’의 조합으로 인터넷에 검색하자 ‘고슈’라는 의문의 만남 사이트가 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 검색을 계기로 와타나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습을 감춘 거대한 세력의 추적에 휘말리게 된다.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3인조에 붙잡혀 손가락이 잘릴 위기에 처한 와타나베는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수염남자 덕에 위기를 모면하지만, 여전히 그는 와타나베의 외도를 추궁할 따름이다.
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와타나베는 점점 자신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한다. 우선 자신부터 손가락을 잃을 뻔했고 회사 동료였던 외도녀는 해외여행 이후 종적을 감췄다. 또한 오이시는 폭력 사건에 휘말리더니, 외도녀의 행방을 물으러 사무실로 찾아온 수염남자는 얼마 전 쫓아낸 3인조가 이번에는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다며 푸념한다.
와타나베는 시험 삼아 수염남자에게 3가지 키워드를 검색하면 3인조가 바로 나타날 것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얼마 뒤, 아내 가요코와 집에서 뉴스를 보고 수염남자가 집과 함께 불타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여전히 고탄다는 행방불명 상태이고 오이시는 경찰서에 구금되었다. 와타나베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수상한 회사인 고슈와 나가시마 조, 안도상회의 실마리를 찾아 나서는데..
소설 리뷰
소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주인공 와타나베와 기타 인물들이 거대 조직인 고슈와 5년 전 하리마자키 중학교의 진상을 파헤치며 시스템에 맞서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소설 속 세계관에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시스템이 존재하며, 시스템은 어떤 사건의 진상을 가리기 위해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려는 자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응징한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점 단위의 조직이나 개인은 그저 시스템이 잘 움직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 협박 3인조나 토끼 복면 사나이는 대표적인 시스템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들도 핵심은 알지 못한 채 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과 구성원들의 모습은 소설에서도 직접 언급하였지만,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 영화 속 공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기계 나사를 돌리는 사람들과도 같다. 소설이 고전 영화에서 모티브를 받아 같은 제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와타나베와 오이시, 고탄다는 그런 기계적인 시스템에 맞서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소설의 재미 요소라면 이사카 고타로식의 유머나 코믹함이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 장면에 있다. 또한 두 가지 이상의 사건이 교차로 진행되는 긴장감 있는 전개도 좋았고, 반전에 반전이 나오는 결말도 특히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 와타나베가 안도상회를 찾아가는 장면은 조금 루즈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와타나베가 친구로 등장한 이사카 고타로(작가와 동명 소설가 설정)의 신작 원고를 읽고 사건의 실마리에 접근한다는 설정과 내용은 조금 인위적이었다고 할까.
그리고 주인공의 아내 가요코가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느꼈다. 미모와 지성을 갖춘 데다 싸움 실력까지 월등하다니 너무 소설 같은 설정 같아서였다. 그래서 결말부의 가장 중요한 장면에서도 공감이 잘 안되었는데, 어쨌거나 소설은 마무리되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끝으로 소설은 마지막 장에 이를 때까지 시스템의 파괴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의 존재를 묘사한 조지 오웰의 <1984>와는 다르게 암울하지 않고 경쾌한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일까, 역시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