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사소한 일을 계기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이야기. 새롭게 이어진 사람은 알고 보니 지인의 지인이거나 공통으로 응원하는 당대 최고 헤비급 복싱 선수였다는 등 이사카 월드식의 구성으로 인연들의 관계를 풀고 있다.

발행 – 현대문학 (2016)
번역 – 최고은
페이지 – 328p
기억에 처음으로 읽었던 작가의 책은 <중력 삐에로>였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작품 설정이나 스토리 그리고 뿌린 떡밥을 나중에 회수하는 특유의 퍼즐 구성이 재미있어서 이사카 월드에 입문하게 되었다.
여태 읽어 온 작품에는 초능력이나 범죄, 암살 등의 키워드가 자주 튀어나왔는데, 무거운 주제임에도 작가의 재치나 상황 묘사가 더해져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느낀다. 뭐, 여기에는 정의의 편이 악당을 응징하는 해피엔딩 구성도 많았던 것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 읽은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는 이사카 월드에서도 결이 다른 작품이라고 느꼈다. 살벌한 범죄 액션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과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소설 제목이 모차르트의 유명한 세레나데 곡과 같은 것도 세레나데가 중세 시대 귀족들 만남의 자리에서 연주하는 곡이었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총 6장에 걸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시장 조사를 위해 거리에 종이 설문조사를 하러 나온 사토가 그녀와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주변 인물들의 인연 내용을 보여준다. 가령 헤어디자이너 미나코는 단골손님 이타바시의 남동생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고 망설이지만, 무언가를 계기로 관계가 발전한다.
아니면 회사 서버에 커피를 쏟은 사토의 선배 후지마는 자신의 덜렁거리는 성격을 싫어한 아내가 가출한 뒤 5년에 한 번씩 자동차 면허증을 갱신하러 갔다가 한 번씩 새로운 그녀를 만나기도 한다. (후지마와 아내도 우연한 만남이었고, 운전면허 센터에서 만나 친구가 된 그녀는 지인의 부인이었다거나)
소설 속 평범한 일상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사소한 계기로 가까워지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라고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재미 요소라고 느꼈다. 그런 만남은 실제로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등장인물은 많고 관계도 은근히 복잡한데 과거, 현재, 미래 장면 전환 주기가 짧을 때가 있어서 이야기가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다. ‘이 인물이 누구더라’하고 헷갈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럭저럭 독서는 잘 마칠 수 있었는데, 이사카 월드에서 신선한 느낌의 작품을 읽은 것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