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리뷰

자몽러

04/04/202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리뷰

철도 설계 일을 하는 다자키 쓰쿠루가 좋아하는 그녀를 만나면서 자신을 누르던 과거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러 먼 길을 떠나는 이야기. 그 시절 스스로 무미건조한 색을 가졌다고 여겼지만, 순례를 통해 나약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하고 색채를 회복해 간다.


발행 – 민음사 (2013)
번역 – 양억관
페이지 – 
440p

도쿄의 한 대학에서 토목 공학과 전공을 공부하던 다자키 쓰쿠루는 2학년 여름이 되어 죽음을 생각한다. 과거 고향 나고야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오(靑), 아카(赤), 시로(白), 쿠로(黑)라는 애칭의 절친한 4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지난 방학 영문도 모르고 모두에게 손절당한 이유에서다.

후유증이 컸던 다자키는 약 반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 살도 7kg나 빠져서 얼굴의 인상마저 달라져 버렸다. 다행히 상태는 점점 회복되었고, 새로운 대학교 친구를 만나는 등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는데 졸업 후 14년간 철도 설계 일을 해오고 있는 지금, 다시 그때의 일을 상기하게 되었다.

계기는 독신이었던 다자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라와 데이트하면서이다. 여행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다자키의 절친했던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고, 그의 동의를 얻어 거짓말같이 며칠 뒤 4명의 근황과 주소를 찾아다 준다. 그녀는 다자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 어두운 그림자가 남아 있는 것을 간파하고, 이들을 만나 보라고 조언한다.

사라와의 관계에서 마음 상태가 불안한 것은 다자키 자신도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잘 해나가려면 결국 마음속에 오래 얽혀 있던 실타래를 푸는 것이 먼저라고 느낀 다자키는 성인이 된 친구들을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나는데.


소설 리뷰

프란츠 리스트의 ‘순례의 길’은 음악을 만든 리스트 자신이 20대부터 60대까지의 여행 감상과 감정 등을 담은 곡이다. 오랜 기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로마를 돌며 성찰한 부분을 곡으로 완성했고, 곡 전체에 몇 개의 다른 분위기의 연주를 구성한 특징이 있다.

소설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순례의 길 음악은 아마도 이 작품의 모티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6살의 다자키 쓰쿠루는 어엿한 사회인이지만, 대학생 시절 겪은 충격적인 일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는 점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그런 다자키의 순례 이야기에 색채가 따라온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의 고교 시절 절친들은 각자 애칭에 맞는 색 한자가 이름에 들어가면서 외모나 성격, 개성에 다채로운 색채가 있는 모습이 다자키와는 대비되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랬던 친구들도 성인 이후 각자의 삶을 살게 되었고 저마다 본래 가진 색채마저 변해버린다.

개인적으로 시로가 색채를 잃어갔던 것과 친구들이 다자키를 버린 이유를 연결하는 후반부 구로의 설명 장면과 구성에 설득력을 느꼈다. 따지고 보면 5명 모두에게 애석한 일이기는 한데, 그래도 당시가 아니라 오랜 뒤에 만나서 충격은 완화되었고 화해와 용서가 남는 설정도 좋았다. 그리고 등장하는 결말도 그동안의 서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결과적으로 독서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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