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자몽러

01/18/2026

1973년의 핀볼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친구 나오코를 잃은 주인공이 1973년 5월부터 11월까지, 상실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핀볼에 집착하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 나오코에 대한 상념은 주인공을 어느 냉동창고로 이끌었고 그곳에서 수많은 핀볼 기계를 마주한다.


원제 – 1973年のピンボル (1980)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 – 윤성원
발행 – 문학사상사 (2007)
페이지 – 239p

주인공 ‘나’는 낯선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였고 많은 사람이 찾아와 이야기해 주었다. 1973년 5월, 나는 나오코가 이야기해 준 어느 역을 찾아 헤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설명한 ‘역 주변을 배회하는 개’는 보이지 않았다.

당시 대학을 졸업한 나는 대학 시절 유능한 친구 1명과 시내에 외국어 번역 사무소를 차려 같이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서 눈을 떠 보니 웬 쌍둥이 자매가 자신의 곁에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들은 어디서 온 누구이고 어떻게 자기 집에 들어왔는지 심지어 이름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들과의 동거를 이어간다.

한편, 대학을 중퇴한 쥐는 지역에서 딱히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던 나의 친구였다. 그러다 타이핑기 대여를 계기로 여자 친구를 사귀었고, 나에게는 핀볼 머신 게임을 같이 하자며 권유하였다. 삶의 무력감을 느낀 쥐는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고 어디론가 떠났지만, 여전히 나는 핀볼 머신에 빠진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관심 있던 스페이스십이라는 기계의 행방을 알고 있던 어느 남자와 연락이 닿았고, 남자를 따라 도쿄 변두리의 한 냉동창고로 이동하는데.


소설 리뷰

이 소설에는 작가의 유명한 <상실의 시대 >(원작 ‘노르웨이의 숲) 작품에 나왔던 나오코가 잠깐 등장한다. 지역 이야기를 남긴 나오코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고, 주인공 나는 나오코의 존재를 쉽게 잊지 못한다. 작품에서 주인공이 나오코를 잃고 느끼는 상실의 감정은 불현듯 핀볼 머신에 집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주인공은 매일 번역 일을 급하게 해치우고 핀볼을 하러 가더니 조작에 능숙해지고 급기야 단종된 스페이스십을 찾아 나선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남자는 단종된 스페이스십이 모여 있는 도쿄 외곽의 냉동창고로 그를 인도한다. 늦은 밤. 택시에서 내린 주인공은 혼자 창고에 들어가 그곳에 잠들어 있는 70여 대의 스페이스십을 마주한다.

기계에는 저마다 이국적인 배경이나 여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문득 핀볼을 하려던 주인공은 창고 전원을 올렸다가 그중 한 여인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주인공과 대화한 여인 그림은 나오코의 관념이었을까. 상실에서 벗어나려던 것인지, 여인과 짧은 대화를 마친 주인공은 한 번도 핀볼을 하지 않은 채 전기를 모두 내리고 창고를 벗어난다. 나갈 때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주인공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친구 쥐와 쌍둥이 자매도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그들은 주인공 곁에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주인공 자신의 자의식 관념과도 같다 보인다. 마치 나오코와 같이 말이다. 모두를 떠나보낸 주인공은 일상 생활을 이어갔고 1973년의 11월도 그렇게 지나가 버린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가 좀 더 나중에 발표한 <상실의 시대>와도 기류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작품에도 나오코가 나오고 주인공은 상실의 감정에 방황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끝내 창고에 있던 핀볼 기계들을 뒤로하고 여러 관념을 떨쳐내고 일상으로 복귀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용기와 극복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은 문체도 다소 평이하고 재미 면에서도 보통이었지만, 왠지 주인공의 심경 변화도 와닿았고 그럭저럭 읽을 만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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