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소설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자몽러

09/29/2025

골든 슬럼버 소설 리뷰 – 이사카 고타로

신임 총리 암살사건을 일으킨 범인으로 지목된 아오야기 마사하루가 온 세상의 눈을 피해 도주하는 이야기. 2년 전, 우연히 아이돌을 구해 영웅으로 떠오른 그는 하루 아침에 극악무도한 총리 암살범으로 추락해 버린다. 과연 아오야기는 어디까지 달아날 수 있을까.


원제 – ゴルデンスランバ (2008)
저자 – 이사카 고타로
옮긴이 – 김소영
발행 – 웅진지식하우스 (2017)
페이지 – 527p

일본 센다이에서 택배기사로 일하던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2년 전, 근무하던 중 우연히 괴한으로부터 여자 아이돌을 구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매스컴은 인터뷰를 통해 훤칠한 키에 준수한 얼굴을 한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고 대중 역시 열광했다.

2년 뒤, 아이돌을 구한 영웅 아오야기는 유능한 신임 총리인 가네다를 드론 폭탄으로 암살한 범인으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추락의 길을 걷는다. 매스컴에는 사건 전후로 그를 봤다는 증언이 셀 수 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여성 성추행을 시도했다’, ‘무인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봤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등등.

이 모든 일을 한 적이 없고 관련도 없던 아오야기는 매스컴과 경찰, 시민들의 눈을 피해 달아나기로 한다. 택배 일 경험을 살려 시내 지리를 파악하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몸을 숨겼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곧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때 나타난 경찰들은 심지어 일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실탄 총을 발사하기도 했다.

센다이 시 곳곳에는 이미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큐리티 포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근처를 지나는 사람은 모습이 촬영되고 휴대폰 통화는 30초만 넘어도 바로 도청당한다. 도주 중 이 사실을 인지한 아오야기는 휴대폰을 버리고 몸을 숨기며 신중하게 움직였지만, 아쉽게도 한 수 위였던 경찰에 체포당하게 된다.

그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이동하던 경찰은 자수한다면 그럴듯한 사연을 만들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이 말을 들은 아오야기는 애초에 자신이 총리 암살범이 된 것과 거짓 자수를 회유하는 경찰의 말 모두 배후에 어떤 세력이 있고 자신의 인생을 너무나도 쉽게 조작한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차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던 순간, 갑자기 차 한 대가 뒤에서 경찰차를 들이받았고 아오야기는 기회를 틈타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사고를 일으킨 앳된 남자는 자신을 따라오며 돕겠다고 손을 내미는데. 과연 이 남자는 왜 자신을 도우려는 것이고 믿어도 될 것인지 아오야기는 혼란스러웠지만 우선 몸을 피하기로 한다.


소설 리뷰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1. 사건의 시작 – 2. 사건의 시청자 – 3. 사건의 20년 후 – 4. 사건 – 5. 사건 석 달 뒤’의 구조로 진행되면서 독자는 미리 결말을 안 상태로 본편인 4, 5장을 감상하게 된다. 이미 3장에서 밝히고 있지만, 2년 전 시민 영웅이 된 아오야기가 2년 뒤 갑자기 총리 살해범이 된 것은 검은 세력, 곧 시스템에 의한 철저한 조작의 성공적인 결과이다.

경찰과 매스컴 그리고 아오야기를 봤다고 인터뷰한 수많은 사람 모두 이들 세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온 세상과 사람들이 그를 추적해 왔지만, 아오야기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도망치는 길을 선택한다. 애초에 폭탄 드론을 날려서 총리를 암살한 일 따위는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누명을 뒤집어쓴 개인이 거대한 시스템에 맞선다는 소설의 설정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아오야기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항상 그를 돕는 캐릭터의 등장과 행동은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물론 주인공의 친구나 가족, 회사 동료가 그의 결백을 믿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들이 시기 적절하게 도움을 주고 특히 생면부지의 캐릭터들이 위기의 타이밍에 나타나 그를 도와주는 장면에는 잘 공감할 수 없었다. 가령 센다이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살인범 미우라나 뒷세계 출신인 호도가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오야기를 지지하면서 도와준다.

한편, 소설은 크게 아오야기의 도주와 전 여자친구 히구치의 현재 그리고 이들의 과거 시점을 오가며 전개된다. 조금씩 단서를 풀면서 복수 캐릭터의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퍼즐로 끼워 맞추는 구성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째 이 소설에서는 시점 이동이 너무 많아서 그러지 굉장히 산만하고 작품의 메인이 되는 아오야기의 도주 장면은 속도감이나 몰입감이 떨어졌다.

그리고 히구치가 같이 데리고 나오는 4살 딸은 주요 장면마다 상황을 보는 듯한 대사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소설 재미를 떨어트리는 불필요한 설정이라고 느꼈다. 결론적으로 이 이야기는 2시간 남짓으로 요약한 영화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2010년 일본에서, 2018년 한국에서 개봉했는데 여유가 되면 감상해 보려고 한다.

끝으로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골든 슬럼버>는 아오야기가 도주 중 흥얼거리는 비틀즈의 ‘Golden Slumbers(황금 자장가)’를 그대로 가져온 제목이다. 황금 자장가를 부르며 억울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이전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염원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하는데, 자장가를 부르는 주인공 감정이 잘 와닿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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