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십개월의 미래 리뷰. 여성의 커리어와 출산에 관해

프로그램 개발자인 20대 후반의 미래가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고민 끝에 커리어를 포기하고 10개월에 걸친 임신, 출산의 여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코믹한 일상과 두려운 현실이 얽힌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대한민국은 출산하기 좋은 나라인지 짚어 볼 수 있다.


십개월의 미래 (2021)
등급 : 12세 이상
장르 : 드라마
주연 : 최성은, 서영주, 유이든
감독 : 남궁선
러닝타임 : 96분

한국 나이로 올해 29살인 미래(최성은)는 어느 컴퓨터 회사의 프로그래머로 현재 중요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부모님은 그런 미래가 썩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미래 자신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회사 일에 매진한다. 그런데 어느 날 며칠간 속이 안 좋아 약국을 찾은 미래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임신 10주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충격받은 미래의 고민은 깊어진다. 회사 프로젝트에서 빠져버리자니 여태 몇 년간 쏟은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같았고 그렇다고 낙태하자니 생명 윤리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온다. 더구나 남자 친구 윤호(서영주)는 미래의 이런 고민은 모른다는 듯 그녀의 임신 사실을 기뻐하며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다.

결국 미래는 집안에 이 사실을 알리고 윤호의 부모님과도 만나 결혼을 결정하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커리어의 꿈도 포기할 수 없었다. 마침, 회사는 프로그램 완성을 코앞에 두고 중국에 진출하려던 시점이라 미래는 윤호에게 같이 중국에 가자고 했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려던 윤호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윤호의 반응이 어떻든 미래는 회사에 찾아가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같이 중국에 가겠다고 밝혔는데. 믿었던 사장은 임신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그녀에게 배신감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결국 말싸움 끝에 미래는 한바탕 난동을 부린 뒤 그 자리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밖으로 나와 버린다. 쌓아왔던 커리어의 꿈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한술 더 떠 윤호는 밖에서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들어가 부모님의 도움으로 풀려나지만, 대신 앞으로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고 가업인 농장 일을 하기로 한다. 예비 신부인 미래도 앞으로 농장에서 생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하여 미래는 폭발해 버린다. 세상 모두가 임신한 자신을 기만하고 속이는 것만 같았고 더 이상 회사 일이나 결혼도 못 해 먹겠다! 과연 미래에게는 어떤 미래가 찾아올 것인지..


영화 리뷰

영화에서 미래는 20대 후반 나이로 한창 커리어에 몰두하던 대한민국 여성이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나 각본은 모두 설정이겠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인지라 충분히 공감이 가고 영화를 다 본 뒤에는 한국의 현실에 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영화는 진지하기만 한 다큐멘터리는 아니다. 미래에게 갑자기 찾아온 카오스(미래가 자신의 아이를 부르는 이름)는 삶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두려운 대상이지만, 영화에서는 적절하게 코미디 요소를 배치해서 말 그대로 웃픈 상황과 느낌을 잘 연출하고 있다.

그래도 웃기는 장면이 나온다고 미래의 고민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에 가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커리어가 있는 여성의 임신이란 개인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건 커리어와 육아의 양립을 위해서는 회사나 정부 차원의 어떤 지원 제도가 필요한 이유이겠는데, 그 전에 인식의 전환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커리어보다는 결혼과 출산이 우선이라는 그런 생각 말이다.

결국 영화에서 미래는 윤호와의 결혼을 깨고 홀로 카오스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 직업적으로는 배신감이라는 소리를 듣고 열 받아서 깽판 치고 나온 이전 회사에는 돌아가지 않지만, 경험과 능력을 살린 일을 찾는 등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아직 현실은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영화는 웃픈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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