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 비현실적 상황을 만난 김남우들이 각자의 고민과 선택을 이어가는 총 세 편의 단편 이야기 모음집. 어떤 김남우는 현실이 곧 게임인 세상을 살아야 하고, 또 다른 김남우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세계 전생자가 되어 있거나 나머지 김남우는 내일을 위해 매일 아내와 키스해야 하는데.

저자 – 김동식
발행 – 요다 (2025)
페이지 – 172p
<현실 온라인 게임>
평범한 중소기업 회사 생활을 지루해하던 김남우는 사내 관심 대상이었던 홍혜화에게 데이트 권유를 시도해 본다. 하지만 그녀는 주말에는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며 요청을 거절하고, 어떤 게임인지 묻는 그에게 비밀이라는 말만 언급한다.
끈질긴 SNS 메신저 대화를 통해 결국 비밀스러운 게임의 접속 링크에 들어간 김남우는 현실이 곧 게임이 되는 놀라운 세계를 발견한다. 유저는 현실에서 마법사, 기사와 같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퀘스트 마크를 확인하여 특정한 임무 수행 후 보상을 얻는다.
김남우는 게임의 재미에 빠졌고 머지않아 홍혜화와 가까워져 매주 데이트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게임 회사의 수익 창출 방법이 수상했고 심지어 첫 고급 퀘스트는 범죄와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결국 퀘스트 수행을 포기해 유저 자격 박탈 위기에 놓인 김남우는 홍혜화를 만나 사실을 말하는데.
<이세계 과몰입 파티>
어느 날 김남우는 카페에 갔다가 옆 테이블에서 다 큰 남자 셋이 모여 판타지 세계관에 떠드는 것을 목격한다. 학생 시절 친구들과 RPG 게임에 빠진 추억이 있던 김남우는 남자들 테이블로 가 자신도 끼워달라고 요청한다.
남자들은 자신들이 이세계의 마왕을 무찌른 영웅 동료들이고 현실에 환생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김남우를 자신들과 같은 전생자로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남자들은 서로 이세계에서의 활약을 이야기하며 전생의 역사서 제작에 심취한다.
규칙은 각자 당시에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했는지 말하면 공동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역사서에 기술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린 김남우는 마법과 몬스터 같은 이야기를 지어냈고 매주 3번이나 모이는 그룹의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놀라운 소식을 들고 찾아온 공치열로 인해 모임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내일을 부르는 키스>
신혼여행으로 아르헨티나를 찾은 김남우와 홍혜화는 낯선 동굴에서 서로 키스하는 모양의 특이한 비석을 발견한다. 부부는 장난삼아 비석을 따라 키스했는데 웬 목소리가 들리더니 ‘키스의 저주’에 관해 알려주었다.
내용인즉슨, 오늘 내 서로 키스를 하면 앞으로 ‘키스하지 않으면 내일이 찾아오지 않는’ 저주였다. 하루를 무한으로 반복하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 김남우는 홍혜화를 설득해 키스했고 저주도 실제로 일어났다.
부부는 복권, 주식 등의 정보를 기억한 뒤 일부러 키스하지 않아서 하루를 리셋하고 부를 거머쥐었다. 원하는 것을 얻은 뒤에는 키스 후 다음 날을 맞이했고 그렇게 둘의 현실은 완벽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성격과 취향 차이로 다투면서 사이가 급속도로 멀어졌고 곧 저주의 위기 앞에 놓이게 되는데.
소설 리뷰
이번 소설집은 게임과 가상현실이라는 주제로 총 세 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다. 두 이야기 모두 현실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는 설정이지만, 그래도 각 이야기의 주연들은 저마다 놓인 상황에서 선택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선택으로 인해 일어나는 내용 전개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현실 온라인 게임>의 김남우는 조직과 범죄와의 연관성을 알게 되지만, 같은 유저인 홍혜화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다른 소설집 <13일의 김남우>에 등장하는 ‘퀘스트 클럽’과 거의 같은 설정인데 세부 내용이 달랐고 특히 결말이 흥미로웠다.
<이세계 과몰입 파티>에서는 이세계 역사서 기술 자체가 허구라는 건 참가자 전원이 잘 알고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받았다고 할까. 다들 잘 나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함인지 서로가 이세계 설정에 심취하는 모습이다.
이 부분은 보기에 따라 조금 손발이 오글거리는 느낌도 들었는데, 공치열로 인한 그룹의 변화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서 느끼는 열등감을 이세계 영웅담으로 포장한 이들이었기에 이후 스토리가 와닿았고 인물들 심리 묘사도 탁월했다고 본다.
한편, 이번 소설집에서는 <내일을 부르는 키스>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부부가 비석에 의해 키스에 저주에 걸려 자신들이 유리하게 하루를 반복한다는 내용 자체는 사실 타임워프물로서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갈등을 겪은 부부가 위기 상황에서 보인 행동과 그로 인한 결말까지 이어지는 내용 전개가 참신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