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김남우 리뷰 – 김동식 소설집 3

자몽러

01/04/2026

매일 13일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부터 최고의 복수 연구, 20년 전의 죄책감, 친자 확인에 매달리는 노인, 보상이 확실한 퀘스트 클리어, 평행 우주의 가족과의 만남 등 기발하고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구성한 21편의 초단편 소설집


저자 – 김동식
발행 – 요다 (2017)
페이지 – 428p

<13일의 김남우>
아침에 잠에서 깬 김남우는 그날도 13일이라는 사실에 분노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든 자정이 넘고 정신을 차려보면 14일은 절대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TV 일기 예보 시청 후 집을 나서면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할 뿐이다.

결국 김남우는 어차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이라면 막가보자는 심정으로 일탈을 선택한다. 그렇게 회사를 빠지고 장거리 연애 중인 여자 친구에게 불쑥 전화하더니 데이트하러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그늘을 알아챈 여자 친구에게 김남우가 사실을 털어놓자, 다음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데.

<버튼 한 번에 10억>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낚싯배 위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김남우에게 버튼을 누르면 10억을 준다고 제시한다. 평소 아내와의 불화에 돈 문제까지 스트레스가 컸던 김남우는 솔깃하지만, 버튼을 누르고 3일이 지나면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는다는 사내의 말을 듣고 흠칫 놀란다.

김남우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버튼을 누르고 말아버렸다. 사내는 미소와 함께 사라졌고, 집에 돌아온 김남우는 아내를 마주하기가 괴로워졌다. 남은 기간은 3일 남짓. 이제야 무언가 느끼기 시작한 김남우는 아내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곁에만 꼭 붙어있게 하는데.


소설 리뷰

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인 <회색 인간> 이후 연속 출판된 초단편 소설집 중 하나이다. 총 21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짧지만, 어딘가 일상과 환상을 오가는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비일상적인 내용은 신선하면서 분량도 짧아 독서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고 느낀다.

각 이야기가 길지 않다 보니 아무런 맥락이나 설명이 없고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는 점 역시 작가의 스타일 중 하나이다. <버튼 한 번에 10억>을 예로 들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떻게 대상의 교통사고를 일으키면서 또 어떻게 10억을 지급하는지 등등 아무런 배경 설명이 없다. 사내는 그저 사내일 뿐이고 김남우에게 의문의 버튼을 제시한 뒤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이런 설명 없이 바로 시작하는 내용 구조에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나 반전 등이 더해지면 이야기에는 재미가 실린다. 주인공이 회사 선배의 소개로 비밀 클럽에 가입한 뒤 퀘스트를 깨 가는 <퀘스트 클럽>, 타인의 죽음을 예견하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는 <나비 효과>, 30년 뒤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 오는 <도와주는 전화>는 이번 책에서 재미있게 읽은 대표작이다.

한편, <친절한 아가씨의 운수 좋은 날>과 <가족과 꿈의 경계에서>는 비일상 요소로 구성된 감동적인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킬러, 복수, 무서운 이야기, 같은 날 반복, 버튼..과 같은 다소 과격한 이야기 속에서 조금 결이 다르다고 할까.

동시에 소설집으로서 커다란 주제를 관통하고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를테면 정보라 작가의 <여자들의 왕> 이야기들이 강인하고 용맹한 여성이라는 주제가 있듯이 말이다. 그래도 상상력 자극이나 반전 재미가 있으면서 가볍게 읽기도 좋은 점은 작가 스타일의 매력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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