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나르 주식회사의 다양한 초인공지능 서비스가 인류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설정의 17편의 초단편 이야기 모음. AI가 지금보다도 훨씬 발전한다면 앞으로 인간은 어떤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 것인지 미리보기를 해볼 수 있다.

저자 – 김동식
발행 – 요다 (2025)
페이지 – 224p
2016년 알파고가 프로바둑기사 이세돌을 3:1로 이기더니, 몇 년 뒤에는 챗 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AI의 발전도 가속되었다. 이 책은 발전한 AI로 인해 달라진 미래 인류의 모습을 총 17편에 걸쳐 그리고 있으면서 현실보다도 좀 더 시대를 나간 설정이다.
미래 인류 사회에서 AI 전문 기업인 보그나르 주식회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가정에 AI 로봇 친구를 두는가 하면(대답해 줘, 로라) 안구에 임플란트를 끼우고 상대의 원하는 모습을 보거나(안구 임플란트 일화), 사람 대신 AI가 작성한 대본만이 드라마 제작으로 이어지는가 하면(드라마 성공 공식) 급기야 높은 상금이 걸린 ‘AI 없는 한 달 살기 이벤트'(그런가)가 등장하기도 한다.
약 100년 전 인류는 지금의 현실 세계를 얼마나 예측할 수 있었을까. 현실의 인류도 비슷한 시간이 흐르면 소설집에 나오는 미래 시점에 도달할 수 있는데 물론 책 속의 내용이 얼마나 정확하게 맞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속 발전하는 AI의 존재를 생각해 보면 설득력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 <철통 보안 콘서트>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이다. AI 가수가 즐비한 미래 세상에서 어느 날, 얼굴을 감춘 신인 여자 가수가 인기를 얻어 콘서트를 열게 되는데. 다만, 콘서트에는 어떤 기기도 반입할 수 없고 참가자는 오직 자신의 눈과 귀로만 음악을 즐겨야 하는 규칙이 있다. 초 디지털 사회에서 아날로그를 추구하는 이런 모습은 먼 미래에도 있을 법해서 무척 공감이 갔다.
범죄와 관련해서는 사진 한 장으로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거나(딥페이크 시대의 기본 소양), 가족의 목소리를 변조해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누가 진짜 AI인가) 내용은 이미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보다 AI 기술이 발전한 미래라면 훨씬 정교한 속임수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로 보인다.
한편, 소설집을 다 읽은 뒤에는 AI가 발전할수록 인간 존재는 역으로 AI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고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사회에서는 인간이 무언가 많이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되는 것이 많고,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집에서는 ‘인간은 생각을 포기하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정말 AI 시대에 꼭 필요한 자세로 보인다. 그래야 독창성과 창의성도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자동화된 AI와 차별되는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