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는 여자 소설 리뷰 – 기리노 나쓰오

자몽러

03/31/2026

품는 여자 소설 리뷰 – 기리노 나쓰오

인간관계에 서툰 20살 여대상 나오코가 남자에게 안기는 소극적인 여자에서 남자를 안는 적극적인 여자로 변해가는 이야기. 재즈 음악이 흐르는 바를 배경으로 나오코가 사랑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발행 – 문학사상 (2017)
번역 – 김혜영
페이지 – 
352p

대학교 2학년생인 미우라 나오코는 동기나 선후배, 친구들과 재즈 바에 드나들며 술을 마시고 여러 남자와 잠을 자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재즈 음악을 듣는 것부터 가끔 내기 마작을 하거나 왕창 술을 마셨다가 다음 날 필름이 끊긴 채 일어나는 것은 딱히 큰 의의는 없었지만, 습관처럼 좋아하는 삶의 일부였다.

하지만 나오코는 자신이 인간관계와 감정 조절에 서투른 철부지 어른이라는 것은 잘 모르고 있었다. 하루는 밤의 길거리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바의 사장과 마주쳐 술을 마시러 갔는데, 대화 도중 욱해서 바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더구나 우연히 만난 한 친구로부터는 자신이 관계했던 남자들 사이에서 대략 걸레 취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분노를 느낀다. 이때 마침 알게 된 여성 운동 모임에 가게 된 나오코는 ‘안기는 여자에서 안는 여자로’라는 슬로건을 접하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 깨달음은 나오코에게 마치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하라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얼마 뒤 재즈 밴드의 한 드러머 남자와 가까워진 나오코는 스스로 변하기로 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데.


소설 리뷰

이야기는 1972년을 배경으로 9월부터 12월까지 4달에 걸쳐, 주인공 나오코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다소 철없는 20살 여대생이 또래 인간관계에서 고민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한다는 설정은 좋았다고 느낀다.

결정적으로 <품는 여자> 작품에 실망한 이유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나오코의 설정과 결말부 전개에 있다. 나오코는 여성운동 모임에 갔다가 획기적인 슬로건을 접하는데 뭐,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밴드 드러머와 사랑에 빠지면서 왜 아무 관련도 없는 가족을 그런 식으로 저버리는 건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오코의 가족은 그녀를 못살게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본문에도 딱히 설명이 없었다), 평소 집이라는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대학 학비도 내주는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집안 전체를 들쑤시는 나오코의 행동은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물론 실제로 가족이 연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럴 수 있겠고, 소설에서 나오코의 어머니도 딸의 새로운 연애를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상황이라는 게 있지 않나. 작은오빠가 학생 운동에 참여했다가 처참한 몰골로 돌아왔는데, 나오코가 내린 선택과 특히 마지막 장면은 실망스러웠다.

나오코가 올드한 자신을 버리면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캐릭터 설정이라면 어느 정도 성공했고, 결말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아 공감이 잘 안되었는데, 오히려 주인공이 처참하게 타락하는 작가의 전 작품 <그로테스크>가 소설로서의 재미도 훨씬 탁월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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