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일상이 경계 없이 만나는 24편의 기발한 이야기 소설집. 지저인간들에게 납치된 이후 인간성을 찾아가는 사람들부터 신에게 소원을 빌 인간 대표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 운석을 움직이는 남자, 외계인이 인류에게 선물한 영원히 늙지 않게 해주는 구 등 재미있는 상상력이 가득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 김동식
발행 – 요다 (2017)
페이지 – 356p
이 책은 직장인이던 작가가 퇴근 후 온라인 공포 게시물 커뮤니티에 올린 300여 편의 짧은 이야기 중 24편을 선정하여 낸 소설집이다. 이야기는 당시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마침 우연히 내용을 읽은 출판사 기획자에게 발굴되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집이 처음 나오던 해 독자로부터도 호평을 얻었다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먼저 개별 이야기는 단편도 아닌 초단편이라는 짧은 분량에 있다고 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이미 긴 텍스트로 가득한 책보다는 짧은 텍스트 위주의 SNS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소설은 이야기별 분량도 그렇지만, 문단 길이도 짧아서 평소 독서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접근성이 좋다고 느낀다.
그리고 각 장을 구성하는 비현실적인 설정이나 결말에서 나타나는 반전도 재미있는 요소라서 속도감 있게 빠르게 읽어 내려가기에 좋다. 개성 있는 설정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이야기 전개에 과하지 않은 텍스트 분량을 생각하면 <회색 인간>은 확실히 요즘 시대에 어울리는 초단편 작품집이다.
다만, 빠르고 짧은 내용이 많다 보니 깊이가 부족한 이야기도 더러 보였다. 분량이 짧은 만큼 강렬한 배경·캐릭터 설정이나 전개, 반전 요소 등을 기대했는데, 때로 너무 진부하거나 당위적인 내용도 있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디지털 고려장’, ‘돈독 오른 예언가’, ‘흐르는 물이 되어’, ‘지옥으로 간 사이비 교주’ 등이 그러하다.
반대로 ‘보물은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인간 재활용’, ‘사망 공동체’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책을 읽는 사람마다 재미의 포인트는 다를 수 있겠는데, 결론적으로 <회색 인간>은 가볍고 쉬운 이야기가 많아서 청소년이나, 쉬운 독서를 원하는 성인 독자에게 무난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단편 소설 모음은 좋아하는 편이다. 이 책은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하고 그 뒤로 여러 소설집을 낸 것으로 나오는데 기회가 되면 더 읽어보려고 한다. <회색 인간>은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내용은 많았지만, 좀 더 뻔하지 않고 정교한 구성이나 반전 요소를 강화한다면 더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평점 : 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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