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정글만리> 중국의 문화와 경제발전은

소설 <정글만리> 중국의 문화와 경제발전은. 소설 표지


정글만리

저자 – 조정래
연재 – 네이버캐스트(2013)
발행 – 해냄(2013)
페이지 – 420p(1권), 총 3권

중국 경제 부상이 심상치 않다. 90년대 무렵부터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더니 이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경제 대국이 되려고 한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해왔고 경제 규모로는 세계 2위 국가로 올라섰다. 나아가 지금은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기술 발전에 더해 모바일 결제를 통한 무현금 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4차 산업 강대국으로 변모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이 이토록 빠른 경제 발전의 이유로 70년대 말 도입한 개방정책과 저렴한 인민 노동력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무렵 중국은 사회주의 농업 중심국으로 노동 인력은 많았으나 자본과 선진 기술이 부족했다. 이후 베이징을 필두로 몇몇 도시를 개방한 결과, 중국 전역으로 빠른 도시화를 진행할 수 있었고 언제부턴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빠른 경제 발전과 성장의 이면에는 다소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부터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나 농민공(農民工)들의 도시 빈곤 및 인명 경시 현상 같은 문제가 이에 해당한다. 개혁개방 당시 그 많던 농촌 인구는 도시로 이동해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노동력을 제공하였지만, 정작 발전으로 인한 혜택은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여러 폐해와 마주해야 했다.

한편 중국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문화라면 역시 꽌시(关系_관계)가 있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의 학연이나 지연 같은 친분을 뜻하는데 중국 사회에서 청탁이나 뇌물수수 등 공직자의 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에는 주인공인 종합상사맨 전대광부터 철강기업 부장 김현곤, 골드 그룹 사장 왕링링 같은 비즈니스맨이 여러 등장하며 중국의 꽌시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 <정글만리>는 지금 와서 읽으려고 하면 시대에 맞지 않는 감이 조금 있다. 하지만 소설이 발표될 때만 해도 정말 중국에 대해서 자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물론 소설인 만큼 비약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중국 사회 이곳저곳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묘사한 곳이 많아서 읽으면서 놀라거나 감탄한 부분도 적지 않다.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건 조정재 작가가 직접 약 20여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중국을 답사하고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이유에서다. 작품이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에는 먼저 온라인 무료 연재를 진행했는데 당시 우호적이었던 한중 외교에도 힘입어 많은 화제를 모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듬해에는 중국 출판을 앞두고 중국어 번역도 마쳤지만, 아쉽게도 검열로 인해 출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 같다. (자국과 자국민 묘사가 중국인에게 너무 적나라했을 수도..)


소설 <정글만리> 중국의 문화와 경제발전은. 중국 오성홍기
중국 오성홍기(五星紅旗)

소설을 읽기 전에 중국에 1년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모든 면을 알지는 못하지만,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여러 가지 경험하면서 중국에 대해 요만큼 정도(?)는 지식이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소설 내용에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그 중 한 가지라면 소설에서 앞으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미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점이다. 현실 시간은 소설 시점보다 10년은 더 지났는데 이미 산업 기술이나 경제도 성장해서 소설 속 묘사보다 더 잘 나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정글만리> 세 권을 읽고 중국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중국경제 발전상이나 문화적인 전체적인 맥락은 실제로 잘 맞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과장 또는 비약되거나 사실과 다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서 출간일도 이미 10년은 지나있다) <정글만리>가 중국 정부의 반부패 척결 운동을 다루었는지에 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또한 시기적으로 팬데믹이나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 역시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소설을 읽고 ‘이것이 바로 중국’이라고 전적으로 믿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소설은 중국 사회와 경제 발전에 관해 묘사하고 있는데, 소설이 출간된 이후에도 중국 사회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조정래 작가 특유의 등장인물과 상황 설정 및 묘사 등으로 인해 소설 자체로서의 재미는 상당히 있어서 중국에 관심 있다면 가볍게 읽어보는 것은 추천할만하다.

여담이지만, 돈과 관련된 부분에 공감이 갔는데 알고 보니 상업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상인(商人)도 중국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 상나라가 멸망한 후 당시 상나라 사람들이 각지로 흩어져 물건을 팔며 생계를 꾸렸던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까지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해서 상인을 제일 천시했던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중국 사회는 고대 시대부터 상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환경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비즈니스(상업)나 돈 계산 등에 밝은 중국인이 많다고 느낀다. 상나라의 유전자가 계속 이어져 오기라도 했던 걸까? 실제로 중국에서 사람끼리 대화하다가 상대에게 월급이 얼마냐고 직접 묻는 건 실례가 아닐 정도다. 뭐, 너무 통속적이지 않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것도 문화라면 문화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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