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산맥
저자 – 조정래
연재 – 현대문학(1983)
발행 – 해냄(최초 발행 1986, 개정판 2020)
페이지 – 381p(1권), 총 10권
소설 <태백산맥>은 1948년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시점부터 1953년 맺어진 6.25 전쟁 휴전협정까지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을 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이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민족은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누리나 싶었지만, 곧 이념 대립으로 남북이 갈렸고 북침에 의해 6.25 참상을 겪어야 했다.
총 10권에 이르는 소설 분량은 결코 적지 않았지만, 한 권 한 권 읽는 동안 마치 생생한 한국 근대사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태백산맥>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것은 아니다. 작품은 소설인 만큼, 가상의 인물들과 스토리를 통해 당시 분단을 겪어야만 했던 한민족의 한(恨)의 정서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1948년 10월 19일에 발생한 여순사건에서 시작된다. * 여순사건 – 해방 후 새로 출범한 이승만 정부는 여수의 국방경비대 제14연대에 제주 4·3사건 진압을 명령했으나, 이들은 동족상잔의 이유를 들며 정부의 명령을 거부한 뒤 전라남도 여수·순천 지역을 점령해버렸다. 이때 반란군은 정부군에게 진압되었으나 이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여순사건 발생 이후 좌익 세력이 벌교를 점령했지만, 다시 정부군에게 수복되자 좌익 군단 위원장인 염상진은 그를 따르는 안창민, 하대치 등과 산속으로 들어가 활동하기로 한다. 한편 염상진의 동생이자 벌교를 장악한 깡패 두목 염상구는 청년단의 감찰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좌익 세력 척결에 나서는데. 어지러운 시대 상황으로 불만이 쌓인 소작농 강동기는 지주를 죽이고 산으로 들어가 좌익 세력이 되기도 한다.
1950년, 6.25 전쟁이 일어나면서 염상진 세력은 벌교를 장악하고 인민해방을 외치며 미군과 맞서기 시작한다. 그러다 유엔과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쟁의 양상은 더욱 혼란해졌고 38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기에 이르렀다. 지리산을 거점으로 삼은 좌익 세력은 군경과 계속 싸우지만, 궁지에 몰렸고 염상진은 남은 부하들과 수류탄으로 자결하게 된다. 이후 살아남은 하대치는 염상진의 무덤 앞에서 인민해방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소설을 완독했을 때 정말 한편의 긴 역사 대하드라마를 본 것 같은 여운이 남았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렇게 장대한 소설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소설 내용은 여러 부분에서 상당히 구체적이었는데, 주·조연과 엑스트라 등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이 주 배경인 벌교 출신으로 생동감 있는 사투리를 구사한다.
또한 이들이 등장하는 장소도 흙 한 줌, 풀 한 포기까지 굉장히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왠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당시 시대 정황이나 사람들의 생활상 등을 고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1994년에는 안성기 배우 주연의 영화도 제작되었다)
이는 조정래 작가가 어릴 적 실제로 벌교에서 생활한 적이 있어서 더욱 생생하고 현실감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덕분에 10권 분량의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시대만의 분위기나 느낌부터 사람들의 감정도 생생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 시대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여기에는 작가 특유의 문장 묘사나 필력도 한몫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책 분량이 많다고 느껴 <태백산맥>의 독서를 망설이기도 했다. 읽을 분량은 많은데 내용이 너무 교훈적이기만 하면 독서를 지속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소설 첫 장을 읽을 때부터 해소되기 시작했다. 소설은 아픈 내용은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너무 무겁거나 어둡지 않았고, 수십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의 저마다 뚜렷한 개성이나 성격, 서로 얽힌 관계나 상황 역시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였다.
마지막으로 소설 제목인 태백산맥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커다란 등줄기 같은 산맥으로 원래는 하나였던 한민족을 상징한다. 소설 제목으로 손색없다고 느낄 만큼 잘 지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민족 분단의 역사를 바라보고 한민족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계기가 필요할 때, 소설 <태백산맥>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량이 다소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의 교훈적인 의미는 물론이고 소설로서의 재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낀다. 작품은 1983년 처음 출간된 것을 생각하면 제법 오래되었지만, 2020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기존 소설 문체의 가독성을 높였다고 하는데 지금 새로 읽어도 문체 등에서 오는 위화감은 없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소설 배경인 보성군 벌교읍에는 조정래 작가와 <태백산맥>을 기리는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다. 벌교에 방문한다면 한민족의 의미를 생각하고 통일을 기원하는 태백산맥 문학관에 한 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태백산맥 문학관
– 주소 :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홍암로 89-19
– 관람 시간 : 09:00~18:00 (겨울철 17:00 마감)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설날과 추석 당일, 1월 1일
– 홈페이지 : 바로가기
– 문의 : 061-850-8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