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자본주의 세대> 88만원 세대에서 영끌 세대로

세습 자본주의 세대. 88만원 세대에서 영끌 세대로 표지


세습 자본주의 세대 88만원 세대는 어쩌다 영끌 세대가 되었는가?

저자 – 고재석 / 우석훈 해제(解題)
발행 – 인물과사상사 (2023)
페이지 – 348p

목차

프롤로그 : 80년대생의 축복과 고통

제1장 결혼과 부동산 시장의 패자
제2장 어쩌다 1980년대에 태어나
제3장 사다리를 잃은 세대
제4장 진보 담론 우위의 시대
제5장 1980년대생의 변심이 말해주는 것
제6장 가장 논쟁적인 능력주의
제7장 너무 차갑지도,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에필로그 : 사다리 올라타기
해제


이 책은 1980년대생인 저자의 시선으로 결혼, 부동산, 취업, 정치 등과 같은 현대 대한민국 사회 모습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고 이제 그 규모만 세계 열 손가락 안에는 든다. 하지만 출산율은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비정규직 문제나 높은 미취업자 청년 비율처럼 여전히 풀지 못한 문제는 산적해 있다. 뭐가 문제일까?

지금 한국에서 집값이 너무 높아서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국에서도 서울의 집값이 가장 높은데 코로나를 한창 겪었던 시기에는 집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현재 집값은 당시보다는 안정된 것 같지만, 여전히 평범한 직장인의 노동 임금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려면 은행 대출을 끼고도 10~20년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잠깐 저자가 살아 온 이야기를 보면, 1980년대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라 20살 이후 서울로 상경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동아일보에서 기자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교 자취 시절부터 결혼을 앞두고 영끌(영혼 끌어모으기)로 신혼집을 마련하기까지 15번은 서울에서 고시원이나 월셋집을 이사 다녀야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사의 장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인데 대도시에서 보금자리를 구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에 공감했다.



결혼불능세대

세습 자본주의 세대. 88만원 세대에서 영끌 세대로. 제 1장 결혼과 부동산 시장의 패자
제 1장 결혼과 부동산 시장의 패자

1980년대생은 경제 호황기에 태어나 컬러텔레비전과 88 서울 올림픽 그리고 인터넷을 경험하며 성장했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전후로 문화 융성기를 경험해서 자긍심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해찬 세대’는 아직 수능을 준비하던 1980년대생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시험 대신 특기 하나로 대학에 가자’라는 정부의 홍보 아닌 홍보로 학업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졌고 느슨해졌다.

안타깝게도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과 정부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실패하였지만, 1980년대생은 참 기대를 많이 받고 사회에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그랬던 1980년대생은 한 때 88만 원 세대로 불렸는가 하면 코로나 시국 전후로는 아파트 영끌족으로 불리기도 했다.

* 88만 원 세대 : 2007년 말, 경제학자 우석훈과 사회운동가 박권일이 집필한 경제 서적에서 등장한 말이자 책 제목이다. 막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비정규직, 당시 1980년대생들의 평균 임금을 뜻한다.

한때 찬란했던 1980년대생들은 어쩌면 가장 현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이다. ‘고물가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사다리를 타고 계층을 올라가려면 부가 부를 증식하는 방법보다 빠르고 확실한 수단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영끌족을 선택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값 폭등 현상이 잠잠해지면서 아파트나 다른 곳에 영혼을 끌어모았던 이들은 높아진 이자를 감당해야 했다.

어쩌면 이런 현실 상황에서 결혼은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통계 자료도 그렇고 실제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도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을 계속해도 평균 집값이 높아서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만약 상황이 지속돼서 본문에 나오는 ‘결혼불능세대’의 비율이 높아진다면 이것 역시 큰일이다.



국가는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세습 자본주의 세대. 88만원 세대에서 영끌 세대로. 제 2장 어쩌다 1980년대에 태어나
제 2장 어쩌다 1980년대에 태어나

경제가 호황기도 아니고 일자리마저 정년이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정년까지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공무원 자리도 한때 시험 경쟁률이 치솟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역대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정적이라고 해서 시험을 준비했지만, 자유로운 1990~1980년대생 MZ 세대들에게 딱딱하고 수직적인 분위기에 월급도 낮은 공무원은 더 이상 완벽한 일자리 대안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중견 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해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건 같다. 안 그래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하던 일을 AI나 로봇이 하나둘 대체하는 추세이고 근로자 정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이 직장이든 사업이든 아니면 1인 창업이든 뭐가 되었든 간에 스스로 사회라는 정글에서 생존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월급과는 별개로 소득 창출 수단을 찾고, 당장의 매출이나 평판보다 미래의 가능성이 큰 직장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는 120% 공감한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배우고 열심히 경력을 쌓거나 능력을 끌어올리다 보면 미래의 길은 저절로 보이지 않을까?


100세 시대를 사는 요즘, 과거에 비해 사는 환경도 좋아졌고 사람들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60살(+5) 정년을 채우더라도 앞으로 35~40년은 더 남은 셈인데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연금만으로 생활하기는 벅찰 것이다. 그렇다는 건 정년이 지나서도 일해야 한다는 건데 다른 말로 하면 평생 일한다는 개념이 된다.

그런데 일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의미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즐겁다고 느끼기 마련인데,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계속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삶이 즐거워지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일하는 동안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는 정서 순환의 기능도 있다.

결국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좋아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욱 자부심도 생기고 생활에도 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려면 시간 있을 때 부지런하게 경험하고 배우면서 자신을 갖춰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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