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진 돈은 몽땅 써라
원제 : あり金は全部使え 貯めるバカほど貧しくなる (가진 돈은 전부 써라. 저축하는 바보일수록 가난해진다) (2019)
저자 : 호리에 타카후미 (堀江貴文)
옮긴이 : 윤지나
발행 : 쌤앤파커스 (2021)
페이지 : 216p
목차
프롤로그 _ 돈은 쓸수록 기회가 늘어난다!
1. 마인드셋 _ ‘안전제일’이 가장 위험한 시대
2. 행동 혁명 _ 원 없이 놀아본 사람만이 한계를 뛰어넘는다
3. 시간 혁명 _ 돈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몽땅 사라
4. 습관 혁명 _ 절약과 인내에도 비용이 든다
5. 커리어 혁명 - 당신의 돈을 브랜드로 바꾸는 법
에필로그 _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파묻혀 살아보기를
후쿠오카현 야메시(八女市)라는 인구 10만도 되지 않는 시골에서 평범한 샐러리맨 가정의 아들로 태어난 저자 호리에 타카후미(자칭 호리에몽)는 도쿄대에 합격해서 고등학교 졸업 후 홀로 무작정 도쿄로 상경한다. 이후 학교를 중퇴하고 은행에서 600만엔을 빌려 홈페이지 제작 벤처 기업인 라이브도어를 설립해서 대성공하게 된다.
이때가 90년대 후반으로 일본에도 IT붐이 불었고 호리에몽 자신도 그 흐름에 타서 성공할 수 있었고 만약 당시 은행에서 빚을 내지 않고 1년 넘게 일을 하고 돈을 모아서 회사를 만들었다면 그런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큰 성공 이후 호리에몽은 손에 들어온 큰 돈을 그대로 모으고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전부 사용해버리는 데 가치를 둔다. 책 본문에서는 어째서 가진 돈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저축보다 돈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한지 자신의 인생 관점과 경험을 통해 잘 풀어서 설명한다.
한때 분식회계 사건을 저질러서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기업인이자 방송인, 도서 저자, 유튜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에는 그가 세운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 기업이 일본에서 민간 기업 최초로 우주로켓 발사를 시도하는 등(아쉽게도 실패했다) 그는 돈을 저축하는 대신, 그 돈을 사용해서 시간을 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축은 과연 필요한가
호리에몽은 저축이라는 제도에 관해서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에서 저축의 개념이 도입된 건 1930년대 우편저금(郵便貯金)이 그 시초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 중일전쟁을 벌이던 일본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지출이 불가피했다. 전비(戰費)의 확보를 위해 착안한 것이 바로 우편저금 제도이며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고 실제로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고 한다. (당연히 전쟁 자금 이야기는 비밀)
하지만 일본 패망 이후에도 우편저금 장려 운동(?)은 사라지지 않았는데 호리에몽이 초딩이던 시절에도 학교에서 저축을 권장 받고 심적으로 상당한 반발심이 생겼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용돈이 있으면 맛있는 것도 먹고 만화책도 사고 싶은데 그걸 왜 저축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이다.
대학생 이후에도 이런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는지, 20대 시절 은행에서 600만엔을 빌려 IT 기업을 창업해 성공한 이후에도 가진 돈을 사용해서 경험을 사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돈을 사용해서 다양한 체험과 즐거움을 누리고 사람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순간의 느낌과 흥분은 나중에 몇 배는 비싸게 돌아왔고 실제로 당시의 경험은 이제 돈을 몇 배를 줘도 살 수 없는 가치가 되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부분에 상당히 공감한다)
Flex와 YOLO와는 다른 이유
가진 돈을 다 쓰라고 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히 보면 Flex나 YOLO와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플렉스는 성공해서 재력과 명품 등을 과시하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모습에 그 어원이 있는 말이다. 주로 비싼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사고 ‘오늘 플렉스했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다음으로 YOLO(You Only Live Once)는 말 그대로 우리는 한번 뿐인 유한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오지 않을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현재 삶을 즐기자는 뜻의 단어이다. 구체적으로 월급을 다 쓰거나 추가로 빚을 내서 고급 자동차를 사거나 해외 여행, 비싼 오마카세 요리 등을 즐기는 사례 등이 있다.
반면 책의 저자 호리에몽도 가진 돈을 다 쓰라고 말은 하지만, 완전히 탕진하거나 빚을 내서 해외 여행 가고 비싼 음식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라는 구절은 본문에 나오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혹은 과시하려고 플렉스나 욜로를 하고 있다면 그건 이 책의 내용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대신 이 책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자신이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나 진심으로 갖고 싶은 것’의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즉 가진 돈은 자신의 소망이나 목표를 위해서 빠르게 사용해야(혹은 필요하면 빚을 내는 것도 좋다) 나중에 돈을 마련하느라 시간이 늦어져서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 된다.
예컨대 지금은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하이퍼 미디어 시대이고 정보의 변화와 흐름 역시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오래 전 농경사회에서나 통할 법했던 저축 만능 사고(思考)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 결국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망설이지 않는 행동력을 가진 사람이 성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이란 물질이자 계속 순환하는 에너지라서 그냥 쌓아두기만 하면 고여버려서 언젠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돈도 써본 사람이 잘 쓰고 그만큼 계속해서 새로 들어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진짜로 가진 돈을 다 써버리라는 조언은 현실적으로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돈도 필요할 때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힘인데 막상 필요할 때 수중에 아무 것도 없으면 곤란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책 본문에는 먹을 것에 돈을 아끼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예로 젊은이라면 점심 메뉴로 500엔짜리 소고기 덮밥이 아니라 5,000엔짜리 장어덮밥을 먹으라고 추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젊은이가 비싼 점심 메뉴를 먹는 것에 흥미를 느낀 옆 테이블의 중년 자산가로부터 더 비싼 식사에 초대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확실히 자신의 평소 생활 범주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장소에 가서 무언가 즐기고 경험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릴 기회가 생기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저자 말대로 4~5만원짜리 비싼 점심 메뉴를 먹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가끔이면 모를까, 매번 식사마다 그렇게 지출하라는 것은 완전히 현실을 무시한 의견이다.
호리에몽 저자의 취지는 알겠으나 현실 속 많은 사람은 본인처럼 은행으로부터 600만엔을 빌려서 IT 붐을 타고 막대한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경제 재량이 다른데 본인 기준에서만 보고 매번 점심마다 장어덮밥을 먹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래서 요지는 이 책의 내용 상당 부분에 동의하지만 역시 독자마다 자신의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이 글 작성일 기준으로 호리에몽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200만명에 가깝다. 주로 돈이나 경제, 성공, 정치 등에 관한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는데 일본의 일론 머스크라고 평가받는 만큼 일본 내에서 인지도도 상당한 것 같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채널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