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자 행성 공생 진화의 비밀
원제 – Symbiotic planet : a new look at evolution (1999년)
저자 – 린 마굴리스 (Lynn Margulis)
옮긴이 – 이한음
발행 – 사이언스북스 (2007)
페이지 – 239p
목차 1. 지구는 공생자들의 행성 2. 정통 견해에 맞서다 3. 개체는 합병에서 태어났다 4. 생명의 덩굴 5. 세포는 생명 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6. 섹스의 진화 7. 초바다의 해변에서 8. 가이아
평소 생물 분야에는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SF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 에일리언이나 좀비가 나오면 그런 생명체의 신체 구조 정도가 궁금했을 정도이다. 따라서 <공생자 행성> 책을 발견했을 때 생명의 공생 진화에 관한 내용에는 처음부터 매우 끌린 것은 아니다. 다만 평소 잘 모르고 있던 분야인데다 각 장 제목이 흥미로워 보였고 무엇보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읽을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먼저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인류는 미생물과 세균들의 아주 오랜 상호작용으로 인해 진화 발전한 존재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하면 인간 존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보통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신의 창조와는 관계없고 대신 여러 세포나 세균들의 오랜 공생 작용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당연히 일부 종교인들은 이런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는 인간 탄생의 기원을 부정할 것이다. 기독교 성경만 보더라도 인간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당신의 모습을 본떠 사랑으로 만든 존재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원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우선 기독교와 같은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인간 창조론의 입장은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저자가 책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진화의 비밀에는 바로 ‘공생’의 개념이 있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진화했다는 이야기인데 작게 보면 세포들부터 크게 보면 지구에 있는 수많은 동식물이 서로 이어져 있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지구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부터 대기, 토양 등 모든 것이 연결되었다는 가이아 이론으로 이어진다.

<공생자 행성> 마지막 장에서 다루고 있는 가이아 이론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1970년대 주장한 가설로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을 뜻하는 가이아의 이름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론에 따르면 지구는 지구 내 생명들과 대기, 대양, 토지 등 모든 요소와 연결된 하나의 큰 생명체이다. 즉 연결된 요소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진화, 발전해온 건데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공생 진화’ 개념에 해당한다.
지구가 지금까지 아주 오랜 시간 진화해 왔던 방식을 보면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생존을 이어갈 것이다. 그런데 지구에 있는 많은 생명체 중에서 유독 인간 존재만이 이런 자연 섭리를 거스르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수 세기 동안 인류는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려고 했고 성장과 발전을 바라보며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경쟁해왔다.
우주나 지구 전체 역사를 봤을 때 인류가 나타나서 진화하고 번성한 시기는 무지하게 짧다. (지구 나이 45억 년 이상 vs 인류 나이 약 20만 년) 그런데도 인류는 마치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자연을 파괴하면서 개발과 발전을 이어왔는데 이제 지구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온난화 현상으로 매년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다. 또한 세계 각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인류의 활동 수용이 어려운 지구가 자정 작용을 위해 일으키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미 지구 곳곳에서 기후 위기를 깨닫고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개인이나 단체, 기업, 국가 등의 움직임이 적지 않은데 그래도 갈 길은 멀었다고 느껴진다. 가이아 이론의 진실(?) 여부를 밝힐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지구 환경과 공생하려는 자세가 꼭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