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전, 세계 각지에서 여러 문명이 일어나 발달하였고 지구촌 인류는 현재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똑같이 지구에 사는 인류인데도 인종이나 국가 등에 따라 오늘날 문명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과연 이러한 차이는 어떤 이유에 의해 발생한 것일까?
<총균쇠> 책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어느 날 파푸아뉴기니인 친구 얄리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너희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로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뉴기니 흑인은 스스로 화물을 생산할 기술이 없는가?” 저자는 친구의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책을 저술하게 된다.
책 본문에 따르면 저자가 친구 얄리에게 전하는 답변이자 인류 문명 발전 불균형의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적 요인에 있다. 즉, 세계 여러 인종과 국가, 대륙의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난 발전 불균형의 이유는 민족의 유전적 기질과 같은 차이가 아니라 지리적 환경이나 기후 차이에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양장)
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저자 – 제레드 다이아몬드
옮긴이 – 김진준
발행 – 문학사상(2013년 03월 04일)
페이지 – 760p
목차
프롤로그_ 얄리의 질문
1부 | 에덴에서 카하마르카까지
2부 | 식량 생산의 기원과 확산
3부 | 식량에서 총, 균, 쇠로
4부 | 여섯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에필로그_ 과학으로서 인류사의 미래
<총균쇠>는 총 4부에 걸쳐 인류 문명 발전의 불균형 원인이 되는 환경적 요소에 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먼저 환경적 요소는 인간 사회 간 교류와 같은 지리적 요인과 식량 생산에 영향을 미쳤던 기후 요인 등을 대표도 들 수 있다. 또한 어느 문명이 발전하거나 문명끼리 충돌이 있었을 때 무기, 병균, 금속이 어떻게 큰 역할을 했는지도 볼 수 있다.
Q1. 전 세계 문명이 진화·발전하는 과정에서 문명 간의 차이가 발생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역사적으로 어느 문명이 다른 문명보다 발전의 정도가 앞섰을 때 침략이나 식민 지배 현상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지나면 지배 문명은 피지배 문명보다 강해졌고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이들이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요인은 식량 생산에서 비롯된 건데, 오래 전 수렵 방식으로 생활하다가 한곳에 정착하여 농업을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그 변화라면 우선 얻을 수 있는 식량이 많이 증가한 점인데, 점점 생산량이 늘고 거주 환경도 안정되면서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집단의 규모 또한 단순한 마을을 벗어나 도시, 국가로 확장되었고 인류 문명과 기술도 서서히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지리적 혹은 기후적 요인이 좋지 않았거나 농경 생활이 늦은 민족은 선진 문명 기술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아래부터 소개하는 에스파냐 피사로 원정대와 잉카 제국의 이야기를 보면 이 부분을 자세히 알 수 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스페인)의 얼빠진 168명의 병사는 처음으로 남미 잉카 제국 땅을 밟았고 이들의 낯설고 화려한 문명에 감탄하고 경외심마저 느낀다. 하지만 곧 원래 목적대로 당시 잉카 제국의 아타우알파 황제에게 기독교 개종과 스페인에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곧 신과 같은 존재라고 믿었던 황제는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는데, 곧 난생 처음 보는 피사로 원정대의 총과 대포가 불을 뿜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다 잡혀버리고 만다. 그의 곁에는 약 7,000명이나 되는 수행원이 있었음에도 고작 200명도 안 되는 피사로 원정대에게 어이없이 정복되어 버리고 만다.
아타우알파 황제는 신변의 안전을 약속받고 황금을 모조리 모아 스페인에 넘겼지만, 안타깝게도 목적을 이룬 원정대에게 목을 졸려 죽음을 맞이한다. (잉카 제국의 8만이나 되는 군인들은 황제가 원정대에게 황금을 넘기라는 명령만 수행했고 황제의 죽음 이후에는 흩어졌다)
유라시아(스페인) 민족이 잉카 제국을 이렇게 쉽게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유전자나 민족성이 훨씬 우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더 호전적이었기 때문일까? 책 본문에 따르면 그 이유는 유전자나 민족 우월성 같은 것이 아니라 타고난 지리적, 기후적 환경에 있다.
즉, 스페인이 잉카 제국보다 지리적, 환경적으로 유리해서 문명과 기술을 더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었던 셈이다. 사실 잉카 제국은 15~16세기 남미 일대를 제패할 정도로 막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에스파냐의 총과 대포, 말 앞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Q2. 피사르 원정대가 잉카 제국을 쉽게 정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오직 무기뿐이었을까?
스페인 원정대의 신문물은 잉카 제국에 있어 그야말로 꿈에서도 생각 못 해본 공포 그 자체였다. 병력 숫자가 훨씬 많았음에도 잉카의 전사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빴고 그들의 왕 역시 원정대에게 쉽게 잡혀버렸다. 그런데 그런 잉카 제국에게 무기보다 더 무서운 요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건 바로 병균이었다.
채집·수렵 사회가 농경사회로 진화하려면 반드시 가축이 필요하다. 가축은 농사일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거나 사용을 마친 후 도살하여 식량이나 전투 등의 용도로 사용한다. 마침(?) 유라시아 대륙에는 타 대륙보다 다양한 동물군이 있었고 사람들은 여러 세대를 거쳐 동물을 선별해 가축으로 길들여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물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나 면역력도 키울 수 있었다.
반면 잉카 제국에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온 동물의 전염병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존재할 리 없었다. 피사로 원정대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퍼트린 천연두나 독감 같은 전염병은 무자비하게 잉카 제국을 멸망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산맥과 구릉 지역에 있는 페루 잉카 제국에는 당시 비가 많이 오는 엘니뇨 현상이 지속되었다고 하는데 날씨도 춥지 않아 전염병이 퍼지기 좋은 조건이었다)
결론적으로 피사로 원정대는 아군의 사상자는 한 명도 없이 수적으로 몇십, 몇백 배는 되는 잉카 제국과 군대를 손쉽게 물리치고 정복했다. 그래서 이들의 승리는 전적으로 남미 문명보다 먼저 진화·발전한 유럽 문명의 무기, 병균, 금속의 승리하고도 할 수 있겠다.
<총균쇠>를 읽고
피사로 원정대와 잉카 제국의 사례를 보면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명확해진다. 본문에는 이처럼 환경 차이로 인한 문명 발전의 차이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있는데 ‘문명 발전의 차이는 환경의 차이에 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것 같다.
농경사회로 먼저 진입할 수 있었던 문명은 그렇지 못한 문명보다 여러 방면으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문명 간의 지배·피지배 관계로 나타났으며 우리는 역사를 통해 그런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과거 유럽 국가들이 다른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한 일을 떠올려보자)
또한 본문에는 뉴기니와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일본인의 조상 이야기 등 다양한 읽을거리와 주제도 나오는데 넓은 시각에서 환경의 요소가 인류 문명 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둘러볼 수 있다. (책은 1997년 최초로 출간된 이후 그다음 해에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는데 개정을 거쳐 사진 일부와 <일본인은 어디서 왔는가>라는 특별 증보면 등이 추가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분석하는 내용을 전적으로 믿을지는 각 독자의 몫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책 본문에 나오는 농업 시작 시기와 날씨의 관계 혹은 문명의 발전과 풍요의 판단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총균쇠>를 읽고 나서 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는 관점에서 인류 문명 발전사를 생각해보게 된 것은 유익했다. 유럽 인종이 식민 지배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타 인종보다 유전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라, 그저 지리적 운을 타고난 것이 사실이라면 이건 대단한 발견이다..
끝으로 아래는 EBS에서 만든 <총균쇠> 저자의 책 내용 직강 영상을 첨부하였다. 저자가 직접 책 내용을 압축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시청을 마치면 전체 내용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