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원제 – Dying for an iPhone : Apple, Foxconn, and The Lives of China’s Workers (2020)
저자 – 제니 챈, 마크 셀던, 푼 응아이
옮긴이 – 정규식, 윤종석, 하남석, 홍명교
발행 – 나름북스 (2021)
페이지 – 410p
목차 서문 1. 어느 자살 생존자 2. 폭스콘: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제품 제조기업 3. 애플, 폭스콘을 만나다 4. 폭스콘의 관리 5. 학생 인턴들의 목소리 6. 지옥의 업화 7. 도시를 배회하다 8. 꿈을 좇다 9. 환경 위기에 직면하다 10. 죽음으로 가는 길, 데드맨워킹 11. 파업과 저항 12.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에필로그
아이폰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와 감각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자 세기의 혁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7년 전 세계는 애플이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 아이폰에 열광했고 애플은 그 부응에 보답이라도 하듯 매년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맥북 등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애플은 처음에는 매킨토시나 아이맥과 같은 컴퓨터나 MP3 음악플레이어인 아이팟 등이 주류 출시 제품이었다. 그러다 아이폰을 계기로 핸드폰 사업에도 뛰어들어 세계 시장에서 점점 우위를 선점했는데 그런 성장 배경에는 중국의 폭스콘(Foxconn) 공장이 있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만드는 세계 최대의 생산기지이다. 한때 중국에만 40곳 이상의 제조 단지가 있었고 고용된 전체 노동자는 100만 명이 훌쩍 넘을 만큼 그 규모가 대단했다. 중국 전역의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입사했는데 과연 폭스콘은 이들이 생각했던 만큼 이상적인 직장이었을까?
안타깝게도 2010년 이후 폭스콘 건물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폭스콘 노동자가 20여 명에 이른다. 적은 임금과 24시간 3교대 장시간 근무 그리고 기숙사 생활 환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비인간적이고 불합리한 작업환경’을 지적하면서 시위나 파업을 이어가기도 했다.
아이폰 성장의 그림자

2010년 애플은 그해 애플 전체 판매가격에서 50% 이상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전례 없는 성과를 거둔다. 반면 폭스콘 노동자들이 가져간 전체 수익은 2%에도 미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최소 8인에서 많은 경우 16인이 한 기숙사 방에서 생활하며 주야간 교대로 일하는데 아이폰 출시 날짜가 임박하면 연장근무와 초과근무에 시달려야 했다. 이렇게 일하면서도 가져가는 급여는 매우 적었다.
한편 2010년은 폭스콘이 중국 전국에서 15만 명 이상의 학생 인턴을 고용한 해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의 경제 성장이란 커다란 목표 아래 여러 지방 정부는 폭스콘의 기업 이미지 선전과 홍보 업무를 자처했다. (심지어 노동 채용 할당량도 있었다) 각 지방의 직업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폭스콘 인턴십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많은 학생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첨단 기기를 만들면서 IT 관련 지식을 배워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인턴으로 지원했지만, 현실은 그저 조립라인에 종일 붙어서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폭스콘에서의 경험은 직업교육과 아무 상관 없는 데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인턴십을 장려한 학교와 정부에 학생들은 분노한다. 사실상 학생들도 일반 노동자와 하는 일은 같았지만, 폭스콘은 이들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사회보장 보험도 가입해주지 않았다.
폭스콘의 노동자 기만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공정 노동자들이 작업장에서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것에 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으며 제조 공장과 공급업체의 이전에 맞춰 단지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전근시키기도 했다. 만약 멀리 전근 가면 가족, 지인과 떨어져야 하는 등 인적 네트워크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노동자가 전근을 거부하면 폭스콘은 퇴사 처리로 답변했다고 한다.
결국 폭스콘의 이런 만행을 견디지 못한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시로 투쟁을 벌이게 되었다. 불량 제품의 생산 비율을 일부러 높이거나 작업속도를 떨어트리기도 했고 직접적으로 간부진에게 임금과 작업환경 개선을 협상하기도 했다. 또한 조직을 만들어 사회운동을 벌이거나 게릴라 시위를 벌이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평화적으로 싸워나갔다.
책의 공동 저자인 세 연구자는 이 책을 통해 아이폰의 화려한 성장 배경에 있는 중국 폭스콘 공장의 실태와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본문에서 밝히는 내용은 연구자들이 직접 공장에 잠입하거나 수많은 노동자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신뢰성을 높였다.
폭스콘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가혹한 노동환경은 중국 정부가 오직 경제 발전만 생각한 나머지 외면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애플이라는 선진 기업이 어떻게 이윤을 극대화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애플이 진정한 선진 기업이라면 처음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처럼 이제는 함께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이른바 복지 혁신을 일으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책을 읽는 내내 중국 노동자들이 겪어 온 환경에 마음이 씁쓸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중국으로만 한정 지을 수 없고 지금도 세계 여러 곳에서 충분히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중국의 코로나 봉쇄 당시 폭스콘 노동자들의 대규모 공장 기숙사 탈출이 있었고 애플은 인도에 아이폰 생산기지 비중을 늘렸다. 그런데 이곳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지만, 노동자들과 상생하는 최소한의 방향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이 앞장서서 노동자의 양질의 노동환경과 복지 등을 생각한다면 사회 전체 분위기나 환경도 좋아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