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 극단의 환경에서 인간의 선택은

자몽러

10/08/2026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 극단의 환경에서 인간의 선택은

어느 날 정체불명의 대지진 재앙이 발생하고 황궁 아파트 103동을 제외한 지상의 모든 건물은 무너져 내린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인근에 있던,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아파트로 몰렸는데 주민들은 그런 사람들을 외지인으로 칭하며 아파트 밖으로 몰아낼 따름이었다.

주민들은 아파트를 요새화하는 한편, 역할을 분담해서 효율적으로 생존을 도모해 나간다. 이미 아파트 밖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려있는 상황에서 정찰팀은 매일 같이 음식과 자원을 구하러 바깥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식량은 역할을 기준으로 모든 주민에게 차등 지급되었다.

얼마간 황도 아파트 주민들은 신년 행사도 마련할 정도로 평화와 번영을 누리지만, 일부 주민이 집에 숨겨둔 외부인을 발견하면서 주민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 여기에 음식을 구해 돌아오던 정찰팀이 외부인 무리에 습격받는 일도 일어나는데..


아파트 주민들과 대치하는 외부인들

원인 불명의 대지진으로 세상이 무너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도 아파트는 그야말로 유토피아가 된다. 투표로 선출된 아파트 대표 영탁(이병헌)의 주도로 주민들은 철저하게 주민이 아닌 자들을 아파트 밖으로 몰아냈다. 몸싸움은 격렬했고 사상자도 나왔지만, 당장 생존이 달린 이상 누구도 반대할 수 없었다.

최후의 양심을 보여주는 캐릭터 명화(박보영)가 다 같이 살 방법을 찾자고 외치는 소리도 절대적인 재앙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은 줄었고 사람들은 생존 문제에 더 예민해졌다.

주민이 집에 숨겨준 외부인이, 성난 주민들에 의해 아파트 밖으로 끌려 나가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하지만 과연 주민들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직 생존을 위해 때로 난폭하게도 행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멸망한 세계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인간다움으로도 보인다.

이런 인간성의 상실, 난폭해지는 변화는 대표적으로 민성과 영탁 두 메인 캐릭터가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명화의 아내 민성(박서준)은 주민들의 행동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심각한 위기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또한 주민들의 구심점이 된 대표 영탁은 나중에 가서 숨겨둔 진실이 밝혀지자, 최악의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둘 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일 텐데, 작품 속 세계관에서는 설득력이 느껴진다. 단, 오직 이런 인간의 모습만이 인간다움의 정답은 아니라는 듯, 영화는 마지막에서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서 끝이 난다.

폐쇄된 환경에서의 인간군상 관찰을 통해 과연 무엇이 진정한 인간다움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느낀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