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리뷰. 먼지와 식물로 덮인 지구에서

서기 2158년의 지구는 살아 있는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안개인 더스트로 뒤덮인다. 더스트에 내성이 있던 아마라와 나오미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숲속에서 소문의 도피처를 찾아 헤맨다. 한편, 이미 더스트가 종식된 2129년 현재, 생태연구원 아영은 국내 폐허 도시에 증식한 이상한 덩굴 식물 제보를 받은 뒤, 과거의 더스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나가는데..


저자 – 김초엽
발행 – 자이언트북스 (2021)
페이지 – 392p

22세기 초. 더스트생태연구센터 연구원 아영은 폐허가 된 도시 해월에서 모스바나라는 덩굴 식물에 관한 소식을 듣는다. 모스바나는 빠른 속도로 증식해서 도시 곳곳에 퍼져나갔고 누군가 식물 무리에서 푸른 빛을 보았다는 이야기도 접하게 된다. 문득 아영은 어린 시절 이웃 노인이던 이희수의 집 정원에서 알 수 없는 식물과 푸른 빛을 본 사실을 떠 올리고 연관성을 생각해 본다.

모스바나를 채집해서 연구실로 돌아온 아영은 분석을 이어가는 한편, 평소 접속하던 온라인 식물 커뮤니티를 통해 ‘랑가노의 마녀들’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아마라와 나오미 두 자매는 과거 독성 안개 더스트가 창궐하던 21세기 중반 이후 모스바나를 약초로 활용했다는 내용인데, 지적 호기심이 많은 아영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들을 만나고자 한다.

시점은 자매가 어릴 때인 2158년 더스트 시대로 거슬러 간다. (소설에서는 2장) 더스트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사람들은 도시 전체에 거대한 돔을 씌웠고, 생존을 위해서라면 서로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게 벌였다. 돔 시티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특히 더스트 내성이 없던 사람들은 고통스럽게 생을 마쳐야 했다.

내성종이던 자매는 실험실 연구 대상에서 벗어나 소문으로만 듣던 프림 빌리지를 찾아 구성원이 되는 데 성공한다. 프림 빌리지는 더스트로부터 안전한 비밀 숲속 마을이었고 사람들은 협력하면서 작물을 기르고 생활을 유지했다.

한편 마을 한쪽에는 식물학자 레이첼이 홀로 식물을 연구하는 온실이 있었다. 주민들은 레이첼이 건넨 식물로 작물을 수확했고 심지어 마을에 더스트 폭풍이 왔을 때도 그녀의 연구 식물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였다.

아쉽게도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는데, 자원과 음식을 노린 침략자들이 마을을 공격해 왔고 결국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기계 정비사인 지수는 사람들에게 레이첼의 식물을 나누어 주며 새로운 프림 빌리지 건설을 부탁했다. 자매는 얼마 전 배운 더스트 해독 레시피를 확인하며 울면서 마을을 떠난다.


소설 감상

이 소설은 작중 현재 시점인 2129년 연구원 아영이 모스바나를 알게 되는 1장, 2058년 더스트 시대 아마라 나오미와 프림 빌리지, 레이첼, 지수에 관한 2장, 아영이 다시 현재 시점으로 돌아오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아영의 시선에서 모스바나 식물과 마녀로 불린 두 자매 그리고 이들이 지낸 프림 빌리지의 비밀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더스트라는 대재앙 앞에 인류는 무력해졌다. 법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사람들은 앞서간 시대 기술의 산물인 로봇과 드론을 무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마침, 실험실에서 탈출한 어린 자매가 어렵게 찾아낸 프림 빌리지는 멸망해 가는 지구 끝에 있는 낙원과도 같았다. 자원과 식량은 부족했지만, 사람들끼리 온정을 나누고 마치 더스트 이전 시대처럼 살면서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지구를 덮을 다양한 생명체를 고민한 끝에 안개 더스트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설정은 소설 속 디스토피아 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고 느낀다. 여기에 가까운 미래에 어울리는 로봇 드론이나 사이보그형 인간의 등장도 잘 어울린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째서 자매와 같은 더스트 내성종이 생겼고 또 누구는 내성이 없는 건지 명확한 설명이 없는 점이다. 여기에 레이첼과 지수의 서사나 대화 비중이 높아서 소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둘은 중요한 인물이지만, 다소 정적인 모습이라 왠지 작중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동떨어졌다고 할까. 액션씬이나 탈출씬 같은 위기 상황의 비중을 높였다면 좀 더 긴장감과 속도감이 살았을 것 같다.

끝으로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면 한때 지구를 덮은 더스트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담은 영롱한 비밀 이야기 상자를 열어본다고 할 수 있겠다. 반전 요소나 액션, 속도감은 기대보다 적었지만, 잘 구성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설정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눈에 띈다.

평점 : 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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