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인도네시아 현대사를 배경으로 초현실적인 일을 벌이고 경험하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판타지부터 호러, 액션, 로맨스, 전설과 신화 등 적절하게 섞인 다양한 장르의 요소는 특유의 기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동시에 어째서 아름다움이 상처인지 잘 설명해준다.

원제 – Cantik itu Luka(Beauty is a Wound, 2015)
저자 – 에카 쿠르니아완 (Eka Kurniawan)
옮긴이 – 박소현
발행 – 오월의봄 (2017)
페이지 – 540p
죽었던 데위 아유가 21년 만에 스스로 무덤 뚜껑을 열고 나와 부활해버렸다.(?) 도대체 그녀는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갑자기 되살아났던 것인지 이야기는 그녀의 과거로 흘러간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아 동인도 회사를 건설하고 운영하던 무렵 네덜란드 혼혈의 데위 아유가 태어난다. 그리고 그녀가 고작 16살이 되던 해에 전쟁이 터지더니 네덜란드는 물러가고 곧 일본이 온 나라를 장악하였는데. 아름다운 데위 아유는 전쟁 포로로 일본군에 잡혀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매춘부로 살아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으로 비극적인 인생이지만, 데위 아유는 꿋꿋하게 버텨가며 삶을 꾸려 나갔고 슬하에 홀로 딸 셋을 키워간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하지만 여전히 시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 와중에도 알라만다, 아딘다, 마야 데위 세 딸은 무럭무럭 자라더니 어느새 어머니 데위 아유의 미모를 꼭 빼닮은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갔다.
이후 세 딸은 각각 일본군에 저항했던 군인 쇼단초,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공산주의자 클리원, 무적불패의 깡패 마만과 결혼해서 저마다 아이까지 낳았는데 어째서인지 데위 아유는 잔틱이라는 아주 못생긴 네 번째 딸을 낳고 죽어 버린다. (아이러니하게 ‘잔틱’은 ‘아름다움’이라는 뜻이다)
어머니가 먼저 떠났지만 딸들과 가족은 생활을 이어 나간다. 강대국의 식민 지배와 전쟁이 끝나고 이들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기묘한 악령에 의해 세 아이는 죽어 버린다. 더 나아가 딸들의 남편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나타나고 이제 이야기는 데위 아유의 네 번째 딸 잔틱에게 맞춰 흘러간다.
소설 감상
무슨 SF 판타지 아니면 저렴한 로맨스 또는 근대 무협 활극을 한 번에 다 붙여서 보는 느낌이었다. 데위 아유가 부활하는 소설 첫 장면부터 약간은 자극적인 성적 묘사나 억울하게 죽은 이가 원혼이 되어 복수 대상을 찾아 나서는 장면 등 복합적인 장르 구성은 조금 정신없는 느낌도 들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고 왜 아름다움이 상처인지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과 말 그리고 내용 전개는 상당히 흥미로운 데다 판타지나 무협 같은 장면이 가끔 등장하지만, 그렇게 과하지 않아서 소설을 읽는데도 몰입할 수 있었다. (여성이라면 성적 묘사에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소설 배경에는 구전설화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요소에 인도네시아 근대사의 비중이 크다고 하며 결론적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네덜란드와 일본에 식민 지배를 당하고 독립 이후에는 공산주의자 학살이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근대사는 무척 어둡고 암담하다. 어쩌면 데위 아유와 그녀의 딸들 이야기는 마치 어두운 시대에 맞서 삶을 헤쳐 나가려는 밝음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 속 데위 아유는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고 방법을 찾아 살길을 열어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족들이 죽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운명인데.
그 이유라면 소설 마지막에 나오는 데위 아유의 아주 못생긴, 네 번째 딸 잔틱이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들은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니까”라는 대사에 있어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아름다운 나라이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역설적으로 비극을 겪어야 했다.
사실 아름다움이나 추함은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도 (데위 아유 딸들의 미모는 극과 극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쪽만 편애하는 경향이 있다. 인도네시아가 그랬고 데위 아유의 딸들도 아름답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었다는 점에서 결국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하자는 것이 소설의 메시지로 보인다.
끝으로 이 소설은 인도네시아 역사를 미리 알고 있다면 좀 더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역사를 몰라도 작품 속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소설 내용과 전개는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니까” 대사에서는 감탄이 나왔다. 커다란 퍼즐의 마지막 완성 조각 같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