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상 에셔의 손 리뷰. 전자두뇌 해킹과 테러 추적 이야기

인류가 머리에 전자두뇌(전뇌)를 이식하여 다중 사고를 할 수 있게 진화한 21세기 어느 시점. 정부의 주요 건물이나 방송국 등을 대상으로 정체 불명의 테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기묘하게도 경찰이 잡은 테러 범인들은 아예 기억이 없었는데. 일각에서는 전뇌해킹이 원인이라는 추측이 나왔고 기억 자체가 지워진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간다.


저자 – 김백상
발행 – 허블 (2018)
페이지 – 408p
* 2017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인간의 뇌는 본래 단일 사고에 적합하지만, 21세기에 들어 기존 컴퓨터 이식을 뛰어넘는 4세대 전뇌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동시에 여러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술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작업 효율을 가져다주었고, 시대의 보편화된 일상으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동시에 몸이 전뇌 이식에 거부 반응이 있거나 이식받아도 동기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은 소위 ‘전뇌불능자’로 분류되어 사회 낙오자로 취급받게 된다.

한편, 최근 정부 주요 시설이나 포털 서버실 등을 노리는 테러 사건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하지만 막상 잡힌 테러 범인들은 아예 기억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곧 사람들은 누군가 전뇌를 해킹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한다. 즉, 어떤 의도를 가진 해커가 사람들의 전뇌를 해킹해서 테러에 이용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야기는 기억을 지우는 자부터 해킹을 확신하고 배후 세력을 추적하는 전뇌 제조사 사장, 누군가로부터 조종당해 테러로 딸을 잃은 엄마의 고통, 딸이 살아 있는 동안 딸과 알고 지낸 전직 복서, 의뢰받은 일을 완수하는 서처(일종의 개인 탐정) 등의 이야기가 맞물려 진행되면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고 있다.


소설 리뷰

지우는 손
살인하는 손
추적하는 손
제3의 손

작품의 제목 <에셔의 손>은 20세기 네덜란드의 판화가 에셔가 그린 ‘그리는 손’에 모티브가 있다. 그림은 펜을 쥔 오른손이 왼손 셔츠를 그리고, 거기서 뻗어 나온 왼손이 오른손 셔츠를 그리면서 마치 무한히 반복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소설도 각 테마의 맞는 손을 가진 인물들의 얽힌 스토리가 테러 사건과 동시에 복잡하고 정교하게 진행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근미래 SF 요소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고 느낀다. 먼저 작품의 핵심 소재인 전자두뇌를 이식해서 뇌의 활동 효율을 높인다는 상상과 설정은 그럴듯해 보였다. 그리고 본문에서는 전뇌 동기화에 실패한 불능자나 반대로 이상한 능력이 추가된 특이능력자도 설정하는 등 설정이 세심한 모습이다.

하지만 간혹 등장하는 코딩과 같은 도식이나 그림 설명 또는 일부 설정 묘사 등은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집중이 떨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교차 진행 방식 자체는 괜찮았는데 인물이 많고 묘사 시점도 1인칭이 겹치는 때가 있었던 것 같아서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이건 누구 이야기인가?’ 하고 말이다.

다만, 이런 개인적인 아쉬움과는 별도로 확실히 작품은 문장력이나 묘사력, 완성도는 높아 보였다. 그래서 전자두뇌를 이식받고 살아가는 인류 사회에서 주요 인물들이 정체불명의 폭탄 테러 사건을 추적하는 큰 이야기의 흐름도 설득력이 있고 SF 장르로서도 무난해 보인다. ‘언젠가 인류는 정말로 전자두뇌를 사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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