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리뷰 –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소설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은 한·중·일·미 작가 10명이 아시아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전설을 각색해서 만든 SF 소설 모음집이다. 완성된 이야기는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SF 요소도 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저자 : 켄 리우 외 9명
발행 : 알마 (2021)
페이지 : 500p

켄 리우 –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왕콴유 – 새해 이야기
홍지운 – 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
남유하 – 거인 소녀
남세오 –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
후지이 다이요 – 바다를 흐르는 강의 끝
곽재식 – 내가 잘못했나
이영인 – 불모의 고향
윤여경 – 소셜무당지수
이경희 – 홍진국대별상전

한중일 각국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10편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낯선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의 ‘설문대할망’처럼 이미 익숙한 내용을 제외하면 모두 처음 들어보는 외국의 설화나 전설이기 때문이다. 기억에 소설마다 어떤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는지 나왔던 것 같은데, 처음 듣는 내용이라면 단순히 SF 소설로서 각 이야기를 읽어도 무난하다.

소설 감상평은 10편의 이야기 모두 작성하는 대신 주관적으로 재미있거나 인상 깊었던 작품 3가지를 꼽아 보았다. 물론 10편 이야기마다 참신함과 개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내용 전개 방식이나 소재의 활용, 묘사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낀 작품도 있었다.

먼저 <서복이 지나간 우주에서 (서복 설화)>는 먼 우주 코렐 항성계의 탐라성이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탐라성의 많은 위성은 언젠가 충돌로 부서져 잔해로 가득한 죽은 바다가 되었고 사람들은 이 바다를 유영하며 광물을 캐서 생활을 이어간다.

주인공 ‘몽라’는 여느 때처럼 산소통 하나에 몸을 의지해 광물을 캐다가 위기에 직면했고 그 순간 멀리 커다란 은빛 물체를 발견하고 다가가는데.. 이야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현실적인 사연을 묶어 잘 만들었다고 느낀다. 후반부였나, 내용의 반전 요소도 있고 모티브가 되었던 설화의 특징도 잘 살렸다고 느껴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서 지성을 가진 외계 생명체들이 아직 원시시대였던 지구에 여행 오는 설정인 <불모의 고향 (용두암 설화)>도 괜찮았다고 느낀 작품이다. 생명체들은 원시 지구인과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혹은 자기들끼리 바람을 타고 경주를 즐기기도 한다.

마치 신과 같은 능력이 있다고 봐도 되지만, 그렇다고 지구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인간과 직접 접촉하는 것은 금지로 되어 있었다. 이야기 진행 방식은 다소 무난한 느낌이었는데 전지전능한 존재들이 지구를 관찰하거나 지각 밑의 용암을 모아 화산섬을 만드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비슷하게 제3의 존재가 인간을 관찰하는 설정이라면 오래전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 나오는 ‘냄새’와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정도가 떠오른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세 번째 작품은 <흥진국대별상전 (산신과 마마신)>이다. 이야기는 핵폭발 후 폐쇄된 홍진국에서 태어난 ‘날개가 달린 아이’에 관한 내용이다. 폭정을 일삼는 성주(城主)는 훗날 날개 달린 아이가 자신을 치러 올 것을 두려워해 모든 날개 달린 아이 제거를 법으로 정해두었다.

차마 자식을 죽일 수 없었던 부모의 도움으로 어렵게 날개를 감추고 성장한 마고는 점점 마을 사람들에게도 성주에 대항하는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를 끝내고 직접 성으로 찾아가는데.

이 작품은 옛날이야기나 전래동화 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섬세한 묘사와 내용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마고’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을 거쳐 결말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편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이 책은 단편 이야기마다 인용된 설화에 관해 정확히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SF 모음집이라고 본다. 물론 읽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나 재미는 다르겠지만, 설화를 각색한 SF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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