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모음집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리뷰 감상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저자 : 고호관, 곽유진, 김백상 외 17명 (총 20인)
발행 : 현대문학 (2022)
페이지 : 388p

목차

여는 글

• 고호관 그 어떤 존재
• 곽유진 테레비 부처님
• 김백상 나의 전쟁
• 김정혜진 벌들의 공과 사슬
• 남유하 에그
• 문이소 대화
• 문지혁 고잉 홈
• 박문영 패나
• 박해울 토르말린 클럽
• 연여름 큐레이션
• 유진상 주자들
• 이경희 공간도약 기술이 저승 행정에 미치는 영향
• 이산화 뮤즈와의 조우
• 이종산 스위치
• 이하진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 전혜진 인간의 사다리
• 정보라 통역
• 정소연 비 온 뒤
• 정재은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
• 황모과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어릴 때부터 SF 장르를 좋아해서 지금도 SF 영화나 드라마는 평소 기회가 있으면 즐겨 보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SF 소설은 특히 국내 작품이라면 크게 아는 작품도 없고 읽은 기억도 없다. 혹시 몰라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국내에도 많은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많은 한국 작가 중 20인의 SF 작가의 단편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개요

이 책은 2017년 설립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와 1955년 설립되어 순수 문예지로 역사 깊은 ‘현대문학’이 공동으로 기획하였다. 22년도에 영국의 최고 권위 소설문학상인 ‘부커상’의 후보로 오른(아쉽게도 수상은 실패)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를 비롯해 책 출판 시점에서 가장 왕성하게 작품 활동 중인 SF 작가 19인이 참여했으며 저마다 개성이 다른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SF(Science Fiction : 사이언스 픽션) 장르의 책 답게 20편의 이야기 모두 현실의 과학과 기술 수준을 초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인공지능과 로봇은 물론이고 외계인, 우주 여행 그리고 심지어 저승이 소재인 이야기도 있어서 다양한 방향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감상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이야기마다 다른 개성과 설정으로 상상을 자극하고 때로는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제공해 주었지만, 우선 20편 각각의 이야기 분량이 너무 짧다. 그래서 분량이 짧으면 어떤 반전 요소 같이 임팩트가 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했는데 이 부분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적어서 다소 아쉬운 느낌이다.

지구 밖 외계 존재와 인류의 최고 인공지능이 대화를 나누는 <그 어떤 존재>는 결말이 너무 평이하다. 외계인이나 AI는 이야기 끝까지 서로 알 수 없는 대화만 할 뿐, 인류가 생각 못 한 돌발 행동을 하거나 무슨 상황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결말 자체가 그냥 그렇게 마무리돼서 조금 어이가 없다. 예를 들어 초중반까지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중요한 결말이 나오려고 할 때 갑자기 TV 전원 버튼을 꺼버린 느낌이다.

또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신경연결서비스 ‘링링’이 주요 소재인 <벌들의 공과 사슬>은 참신한 소재와 흥미로운 전개라고 느꼈지만, 이야기 핵심인 ‘벌 바이오칩’ 등장 이후의 전개 방식이 너무나 평범했다고 느낀다. 벌 바이오칩은 이야기 속 세상을 뒤집히게 한 대단히 위험한 요소인데도 결말에 이를 때까지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약해서 아쉬웠다. ‘세상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라는 이야기 마지막 문장처럼 전체 결말도 불투명한 것 같다.

반면, 다음의 이야기는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였다고 느낀다.
1. 인공 자궁으로 부부의 우수 유전자를 선별한 인간을 만드는 <에그>
2. 발신자인 셀럽의 뉴런 시냅스 분비 물질을 통해 셀럽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 <패나>
3. 제목 그대로 공간도약 기술과 저승 행정의 이야기를 다룬 <공간도약 기술이 저승 행정에 미치는 영향>

이 중 <공간도약..영향>을 베스트로 꼽는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야기 소재나 진행 방식, 인물과 대화 묘사 방식 등을 생각했을 때 가장 재미있다고 느꼈다. 또한 영원히 달리는 주자(走者)와 그를 따르는 선수들의 이야기 <주자들>은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 진행 방식에 훈훈한 결말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책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들의 연결점이 없다고 할까. 우주로 가든, 로봇이 등장하든 작품 20편을 관통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작품은 각각의 고유한 세계로 존재한다. 뭐, 책에도 문학 작품을 하나로 모았다는 뜻의 ‘SF 앤솔러지(Anthology)’ 문구가 표기되어 있지만, 그래도 모처럼 20인의 SF 작가가 모였다면 ‘커다란 전체 주제를 설정해도 괜찮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20편 작품 모두 희망이라고는 없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이야기라던가, ‘인간, 지구, 우주’처럼 각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몇 편씩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런 큰 주제 없이 저마다 다른 SF 소재로 각자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어서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다소 산만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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