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나오다 리뷰 – 고전 SF 오마주 앤솔러지

책에서 나오다 리뷰 – 고전 SF 오마주 앤솔러지

<책에서 나오다>는 국내 SF 작가 7명이 각자 사랑하거나 인상 깊었던 SF 고전 소설을 오마주해서 만든 단편 모음집이다. 작가들이 오마주한 원작의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 책에 실린 독창성 있고 흥미로운 7편의 SF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저자 – 정보라, 이경희, 박애진, 남세오, 전혜진, 구슬, 박해울
발행 – 구픽(2022)
페이지 – 320p

정보라 – 작은 종말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이경희 –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까 (어슐러 르 귄의 단편 다수)
박애진 – 미싱 링크 (마라코트 심해)
남세오 – 절벽의 마법사 (중력의 임무)
전혜진 – 푸르고 창백한 프로메테우스 (프랑켄슈타인)
구슬 – R.U.R: 혁신적 만능 로봇 (R.U.R: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박해울 – 안개 숲 순례 (영화 맨 프럼 어스)

오마주(hommage)는 프랑스어로 존중이나 존경을 나타내는 말로 주로 예술 작품에서 원작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창작하는 것을 뜻한다. 예로 새로 나온 소설에 어떤 기존 소설의 설정이나 분위기,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가 등장한다면 이것은 기존 소설 원작자를 존경하며 오마주했다고 표현하는 식이다.

<책에서 나오다>에는 국내 SF 작가 7인이 각자 원하는 작품을 오마주해서 새롭게 만든 단편 7편이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 ‘프랑켄슈타인’ 정도를 제외하면 이 책에서 언급된 오마주 원작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 책 독서를 마쳤다.

만약 원작을 알고 있었다면 분명히 독서 중 감탄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원작 내용을 몰라도 7편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에 실린 단편 모두 완성도가 높고 흥미로웠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3편의 이야기를 아래 정리해 보았다.

먼저 <R.U.R: 혁신적 만능 로봇>은 약 2100년, 여성 노동자들이 지난 21세기 산업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회사 이야기가 등장한다. 주인공 안나는 다소 위험한 근무 환경에도 생활을 위해 회사에 들어오는데 어느 날 로봇 영희와 노조 결성에 관한 의견을 나누게 된다.

앞으로 시간이 2100년에 이르면 이때 나오는 로봇도 소설 속 영희처럼 인간과 대등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시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은 설득력 있는 근 미래라는 배경 설정에 로봇 영희의 존재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상황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이어서 지구의 환경 변화로 인해 심해에서 돔을 짓고 살게 된 인류의 이야기 <미싱 링크>도 무척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은 4천미터 위에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공기층의 존재를 믿는 과학자 일행이 잠수함을 타고 심해 위를 계속 올라가는 내용에 있다.

작품에서는 먼저 위로 올라갈 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인류 계층과 생활 양상의 모습을 굉장히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용을 읽는 동안 나오는 장면들도 생생한 느낌이었다. 또한 과학자들이 공기층을 찾으려고 계속 올라가거나 방해꾼들이 나타나는 전개 방식도 속도감 있고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엄청난 중력이 존재하는 외계 행성의 생명체들이 나오는 <절벽의 마법사>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다. 내용은 크게 주인공과 그의 친구는 어렵게 잡은 공벌레의 껍질을 벗기고 먹기 위해 무서운 소문이 있는 절벽의 마법사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사실 지구인 기준에서 이들의 여정은 하찮은 수준이지만, 이들에게는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이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의 여정과 감정 표현은 무척이나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재미와 상상 자극의 포인트가 되었다고 느낀다.

물론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이야기들도 독자적인 개성과 설정이 있는 SF 단편인 만큼,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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