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외계 해양 생물 요소를 조합한 자전적 SF 판타지 소설집. 국내 대학 비정규직 강사 해고 반대 시위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본의 오염수 방류 등 부조리한 현실 변화와 해양 생태를 통한 작가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 정보라
발행 – 래빗홀 (2024)
페이지 – 268p
작품은 작가가 몇몇 시위에 참여하거나 아픈 가족을 보살피는 등의 실제 이야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특정 외계 해양 생물도 등장하고 있다.
예로 첫 장 <문어>에서는 대학 비정규직 강사 해고 반대 시위 현장에 나타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고 외치는 문어가, 두 번째 <대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러시아산 대게 예브게니가 나온다.
<상어>에서는 작가가 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시어머니를 돌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로부터 병 치료에 좋다는 특수 상어 거래를 제안받기도 한다.
한편, 작가와 남편이 외계 해양 생물을 만날 때면 정체불명의 검은 양복 사람들이 나타나 취조받기를 강요한다. 우여곡절 끝에 소설 마지막 장 <고래>에서는 검은 양복 중 하나가 정체를 드러내고 작가는 해양 보호의 의지를 다지며 모든 이야기에 막이 내린다.
정리하자면 작품은 ‘외계 해양 생물’과 ‘검은 양복’ 같은 상상의 존재도 등장하지만, 존재감이 매우 약하고 그보다 작가의 자전적 실제 이야기 비중이 훨씬 높다. <개복치>에 나온 소년의 바다 탐험 이야기만 유일하게 높은 허구성을 띠는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독서 전에 기대했던 상상력이 충만한 SF 판타지 소설집은 아니었다. 작가의 정치 관련 생각이나 행동은 존중하지만, 소설을 통해 얻으려던 스토리텔링과 상상력의 재미에서는 벗어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다만, 작품 전체적으로 비정규직 계약 문제나 가족에 대한 사랑, 국제 전쟁, 해양 환경 보호의 주제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이는 본문에서 작가가 몸소 행동으로 실천하는 설명과 묘사를 보여주어 설득력도 있었다. 여기에 해양 생물 판타지 요소를 살짝 접목해서 각 장의 주제의식을 잘 살렸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