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 공평과 차별, 무한 경쟁, 외모지상주의, 불공정 거래 등 사회에 존재하는 주요 이슈들에 관해 작가가 상상력을 더해서 만든 8편의 단편 이야기 모음. 이야기는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한편, 무거운 현실에 관해 생각해 보게 해준다.

저자 – 김동식
발행 – 요다 (2018)
페이지 – 176p
‘성공한 인생’은 수능 성적으로 고민하던 재수생 김남우는 우연히 시험 만점을 약속하는 귀신과 거래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조건은 앞으로 그의 삶에서 매주 하루를 귀신이 그의 몸에 빙의해 생활하게 해주는 것. 간절함에 끌려 거래하게 된 김남우는 원하던 명문대에 진학했고 곧 조건 대로 매주 하루는 기억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학교 공부는 따라가기 어려웠고, 귀신은 5급 공무원 시험 합격을 약속하는 다른 귀신을 소개해주었다. 이후 아이돌과의 결혼이나 몸매 관리 전문 귀신과도 거래하게 된 김남우는 결국 일주일 중 5일은 잠든 채로, 주말에만 본인 모습대로 생활하는 괴상한 성공한 인생을 살아간다.
소설집 맨 뒤 작가의 말을 참고하면 김남우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여러 가지 포기하면서 하루하루 희생하는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나중에 잘 되기 위해서라고 해도 매일 자신이 살아가는 하루인 만큼 좀 더 즐겨보는 것은 어떠한지 조심스럽게 묻고 있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인상적인 주요 이야기를 정리하면, 기업의 폭리 구조에 관해 생각해 보는 ‘거상의 거래법’, 얼굴 예뻐지는 운동이 보편화된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운동하지 않는 것은 나태함이 되어 버린 ‘얼굴 운동법’, 누구나 정의를 원하지만, 정작 모든 사람이 정의로워진 모순을 지적하지 않는 ‘정의형’ 이야기가 괜찮았다.
이번 작품은 두 번째로 읽은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인데, 역시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느낀다. (이야기 한 편은 5~10분에도 읽힌다) 그래서 다소 어둡거나 심오한 주제라도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아쉬운 점은 저번에 읽은 <회색 인간>과 같이 개별 이야기의 깊이가 깊지 않다는 점이랄까. 뭔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으면 금방 끝나버린다. 이건 초단편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이겠는데 역시 독자마다 받아들이는 것은 다를 것이다.
한편, 아쉬운 이야기를 꼽으라면 우선 법망을 피해 꿈속에서 카지노를 열고 사람들을 모아 부자가 되는 ‘드림 카지노’가 있다. 이 내용은 설정도 진부하고 ‘도박에 중독되지 말자’와 같은 당위적인 결말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외계인의 장난으로 모든 인류가 랜덤한 2명이 서로 붙어 버린 ‘2인 1조’도 이야기가 굉장히 평범하다. 특히 ‘사람들은 처음에 당황했지만 잘 적응했고, 도시에는 사랑과 존중, 배려로 가득해졌다’와 같은 결말은 뻔해도 너무 뻔하다. 타인과의 관계를 고민하며 썼다는 작가의 말과는 무색하게 너무 식상한 결말이라서 소설로서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평점 : 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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