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옮길 수 있는 일명 시프트 소년 찬은 목사 형제에게 이용당하다 생을 마감한다. 같이 학대받던 찬의 동생 란은 이들을 용서할 수 없었고, 성인이 된 이후 마침내 복수의 기회를 얻는데.

발행 – 마카롱(2017)
페이지 – 264p
형사 이창은 어느 날 출근 후 전날 해변가 폐건물에서 피투성이의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현장에 있던 사망자는 10년 전까지 이 도시에서 목사로 활동한 한승목이었는데, 이창은 그가 자신이 그렇게 찾던 사람인 것을 알고 허망함을 느낀다.
10년 전 이창의 아버지는 한승목이 교주로 있던 천령교에 푹 빠져 있었다. 사이비 종교에 집안 전 재산을 갖다 바친 이유는 오직 하나. 희귀병으로 죽어가던 자신의 누나에게 기적이 오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축복의식에 선택되었다며 누나를 그들의 소굴로 데려가는 아버지를 이창은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집회장에 도착 후 실망과 증오만 커지던 순간, 거동이 불편하던 누나는 거짓말같이 멀쩡해져서 걸어 나온다. 이후 결혼도 해서 잘 살았지만,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어린 딸 채린만 남겨놓고 누나 부부는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와 누나가 세상을 떠난 이상, 조카 채린은 이창에게 유일한 혈육이자 지켜야 할 가족이었다. 하지만 누나의 희귀병이 발병한 채린은 허약했고, 이창은 필사적으로 한승목을 찾아 그가 10년 전 자신의 누나에게 그랬듯이 조카에게도 기적을 베풀기를 부탁할 참이었다.
이미 시체가 된 한승목을 보고 이창은 실망하지만, 곧 천령교에서 축복을 내리던 것은 그가 아니라 옆에 있던 작은 소년이었다는 정보를 접한다. 이창은 한승목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가운데, 우연히 당시 현장에 있던 소년 란을 접촉하였고 점점 예상 못 한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데.
소설 리뷰
소설 <시프트>는 처절한 복수를 다룬 총 3부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이창과 란의 현재 시점에서 찬과 란 형제의 10년 전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와 결말을 맞는다.
과거 초등학생 나이의 찬과 란 형제는 인신매매 일당에게 잡혀 왔다. 자신들을 관리하던 한승목 한승태 형제에게 맞는 것이 일상이던 어느날, 형 찬은 동생 란의 고통을 고스란히 한승목에게 이동시키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를 발견한 한승목은 천령교를 만든 뒤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이후 사기를 칠 때마다 전국에서 신도가 늘더니 후원금도 쏟아졌다. 하지만 병은 치료된 것이 아니라 찬의 몸으로 전이될 뿐이었다. 나중에는 천령교가 유명해지면서 점점 중증 장애나 암 같은 무거운 병도 찬에게 옮아갔다.
매일 지옥을 사는 듯한 찬과 그런 형을 바라보는 란의 고통은 커졌는데. 우연한 사건으로 모든 종교 시설이 불타면서 천령교는 끝을 맞는다. 형을 잃은 찬은 자유의 몸이 되어 성인이 되지만, 복수를 다짐했고 마지막 3부에서 자세한 전개가 나온다.
소설은 병을 옮기는 시프트 능력의 설정부터 전체 이야기 전개가 괜찮았다고 느꼈다. 1부에서 3부까지 제법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시점도 오가는데, 각 요소나 사건 등의 짜임새가 정교했고 특히 2부에서 3부로 넘어갈 때는 속도감 있게 읽기도 했다. 여기에는 세계관 끝판왕으로 등장하는 박용석 빌런도 빠질 수 없다.
사실 20대 청년 란이 거대 세력 박용석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활약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되어 보인다. 특히 마지막 전투신은 박용석이 횟집 3층에 미리 깍두기들을 깔아두었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소설인 데다, 란이 숙원이던 복수에 성공하는 해피엔딩 결말은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느꼈다. 또한 본문에서 시프트 능력의 정확한 유래는 나오지 않지만, 그걸 떠나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