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한 학기 천진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고 다음 대련 어학연수까지 약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냥 놀고 있으면 애써 유지한 중국어 감각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아예 이 기간에 중국어 시험인 신 HSK를 응시하기로 했다.
HSK 시험 응시는 처음이었지만, 다행히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아래부터는 시험 개요와 6급 과목별 구성, 독학으로 공부했던 방법 그리고 합격 후기를 작성하였다.
1. 신 HSK 시험 개요
HSK(汉语水平考试 Hànyǔ Shuǐpíng Kǎoshì)는 1992년 중화인민공화국 교육부 산하 기관에서 실시하는 중국어 어학 능력 시험으로 중국어(보통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의 중국어 능력 측정을 목적으로 한다. 2010년 기존 11개 등급에서 6개 등급으로 바뀌었는데 시험은 듣기·읽기·쓰기 세 가지 항목을 측정하며 6급에 가까울수록 중국어 수준이 높아진다.
2022년 3월에는 기존 HSK가 HSK 3.0으로 개편되면서 원래 측정 과목 외에 말하기와 번역이 추가된 7~9급이 신설되었고 22년 11월 첫 시험도 시행되었다. 이는 대학교나 대학원, 연구원 같은 고급 중국어 학습자 등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기존 1~6급 체계의 어휘 조정은 당분간 없을 예정이며 시험 성적 효력도 유효하다. (제도 시행 후 향후 몇 년 안에 조금씩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신 HSK의 1~6급 어휘량과 수준은 첨부한 위 표와 같다.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수록 늘어나는 단어는 2배씩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가장 고급인 6급은 무려 5,000단어 이상이다. 따라서 고레벨 시험을 준비한다면 모르는 단어에 막히지 않도록 어휘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응시 방식에는 크게 아래 세 가지가 있다.
• IBT(Internet-Based Test) : 컴퓨터로 진행
• PBT(Paper-Based Test) : 종이 시험지와 OMR카드로 진행
• HSK 홈 테스트 : IBT 방식을 기반으로 응시자의 가정에서 화상 모니터링으로 진행
응시자는 상황에 따라 컴퓨터나 종이 또는 IBT 기반 시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방식별 특징과 시험 구성 내용 등은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도 명시되어 있다. https://new.hsk.or.kr/
한편 필기시험인 신 HSK 외에 중국어 말하기 시험인 HSKK도 있어 국내외 대학교(원)나 특목고 입학 및 졸업 등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HSKK는 신 HSK와 별도로 응시할 수 있으며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고 컴퓨터 방식으로 진행한다. (HSK 3.0 개편 이후 7~9급에는 말하기가 포함되어 있어 따로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
2. 시험 접수방법과 응시료
시험 접수는 주최 기관인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에 HSK라고 검색) 홈페이지 접속 후 회원가입과 로그인 후 원하는 시험 등급 및 방식부터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선택하고 결제를 마치면 접수가 완료된다.
같은 신 HSK 시험이라도 IBT, PBT 등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시험 응시료에는 차이가 있는 점을 알아두자. (2023년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 기준)
3. 신 HSK 6급 시험 구성
신 HSK 6급은 약 135분간 듣기·독해·쓰기 세 과목 300점 만점에 180점 이상 득점하면 합격할 수 있다. 과목별로 듣기 3부분, 독해 4부분, 쓰기 작문이 있는데 순서대로 예시 문제를 확인해보자.
3-1. 듣기(听力)
• 듣기 1유형(15문항) : 단문을 듣고 4개 보기에서 단문 내용과 일치하는 항목을 고른다.
• 듣기 2유형(15문항) : 총 3개의 인터뷰가 나온다. 인터뷰 하나당 5개의 질문이 있는데 주어진 4개 보기 중 맞는 내용을 골라야 한다.
• 듣기 3유형(20문항) : 여러 편의 단문을 듣고 주어진 4개 보기 중 맞는 것을 고른다.
3-2. 독해(阅读)
• 독해 1유형(10문항) : 각 문제의 보기 4문장을 읽고 어폐가 있는 문장을 고른다.
• 독해 2유형(10문항) : 3~5개 빈칸이 있는 각 문장을 읽고 보기에서 문맥에 맞는 단어가 모인 항목을 고른다.
• 독해 3유형(10문항) : 총 2개의 단문이 나오는데 각 단문에는 5개의 빈칸이 있다. 응시자는 주어진 선택 문항에서 앞뒤 문맥에 맞는 문장을 고른다.
• 독해 4유형(20문항) : 제시되는 여러 편의 단문을 읽고 각 단문의 선택지 질문에 맞는 답을 고른다.
3-3. 쓰기(书写)
• 쓰기 (1문항) : 주어진 1,000자 분량의 글을 약 10분간 읽고 기억한 뒤 약 35분 동안 400자 정도로 추려 작문해야 한다. 글 제목을 붙일 수 있겠으나, 반드시 원문과 같은 내용으로 작성해야 하며 개인 관점은 들어가면 안 된다. 말 그대로 요약 글 작성인 셈.
4. 신 HSK 6급 독학 방법
HSK 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던 건 스스로 중국어 공부와 실력 점검을 위한 목적이 있었다. 5급을 선택했다면 매우 여유로웠겠지만, 5급이라면 이미 한 학기 천진 어학연수 전에도 독학한 적이 있는 만큼 의미가 없다고 느껴 끝판왕인 6급을 접수해버렸다.
시험까지는 앞으로 한 달이 채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 시험 난이도나 과목별 문제 유형도 모르고 있었지만, 고민 끝에 독학으로 해보기로 하고 서점에서 6급 교재를 구해서 보기 시작했다. 교재는 과목과 파트별 문제 유형과 전략, 연습 문제와 해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우선 앞 페이지부터 문제를 풀고 해석을 보면서 지식 습득과 시험 유형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독학과 현지 어학연수를 합하면 그래도 1년 반은 중국어를 공부해 왔지만, 6급 수준은 예상보다도 어려웠다. 일단 어휘가 많고 복잡한 표현도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다행히 교재의 설명과 시험 준비 전략은 큰 도움이 되었는데 교재 내용 일부와 과목별 공부 방법을 아래 정리하고자 한다. * 물론 이 교재만이 정답은 아니겠으며 시중에 다른 좋은 교재도 많다.
4-1. 듣기(听力)
듣기 과목은 미리 교재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MP3 파일을 꼭 들으면서 문제 푸는 연습을 했다. 왜냐하면 평소 중국어를 많이 듣고 익숙해져야 시험에서도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재에는 파트별 문제 유형과 전략 외에도 신조어나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명언 같은 내용도 있었는데 알아두면 시험에서 도움 되는 만큼 최대한 숙지하고 연습을 이어 나갔다.
듣기를 잘 보려면 역시 많이 듣고 연습하는 게 가장 좋다고 느꼈다. 우선 교재의 예시 문제와 기출문제 모두 처음에는 시험처럼 풀어보고, 채점한 다음에는 스크립트를 보며 놓친 어휘나 표현 등을 확인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에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스크립트 일부분을 종이에 써보기도 했다. 이건 쓰기 과목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 듣기와 독해를 공부하면서도 한자 쓰기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신경 쓴 것 같다.
4-2. 독해(阅读)
총 4파트로 구성된 HSK 6급 독해 과목 기본 전략은 우선 중국어 자체의 실력을 높이는 데 있었다. 아무리 시험 유형을 잘 알고 준비를 오래 한다고 해도 지문 속 중국어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재 지문 속 문장을 보며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일단 이해하고 외우려고 했다.
교재에는 문법과 관련된 설명 페이지도 제법 많았는데 이 부분 역시 빠트리지 않고 숙지하고 지나갔다. 모든 언어가 그렇듯이 그 언어를 더 잘 이해하려면 단순히 단어만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문법적 이해도 빠트릴 수 없는 것 같다.
단 이때 ‘문법 용어’ 자체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다. 다시 말하면 ‘전치사, 시량보어, 허사’와 같은 용어라던가 ‘관형사나 부사어의 어순이 틀렸다거나’ 하는 문법 용어 및 어순 분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런 용어에는 익숙하지 않다)
대신 중국어 어휘 본연의 뜻과 문법적 역할을 숙지해서 ‘문장 전체의 뜻이 무엇인지, 전체 문장은 자연스러운지’와 같이 ‘문장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고 공부를 이어갔다. 만약 HSK 독해 과목을 준비하면서 문법 용어를 외우고 분석하는 것에 지쳤다면 이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
문장 단위로 중국어를 잘 이해하려면 개별 단어와 어휘에 관한 정확한 이해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어휘가 문장에 있을 때 정확한 역할을 파악할 수 있고 또 바르게 문장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교재에 나온 동의어/유의어나 한자 성어 등은 무척 도움 되었다.
독해 역시 듣기처럼 예제 문제와 기출문제가 있었다. 문제 유형 자체도 익히고 또 현재 실력도 점검해보기 위해 우선 처음 보는 문제는 진짜 시험 보는 것처럼 풀어봤다.
이후 답안 채점을 한 다음 맞춘 문제가 많든 적든, 모르는 어휘는 꼭 확인하면서 전체 지문의 뜻도 이해하고 넘어갔다. 시험은 어떻게 보면 결국 어휘 싸움이기도 해서 평소 많은 어휘를 익혀두는 것이 무조건 좋다. 그러려면 일단 중국어 글과 지문, 문장은 많이 보고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전체 지문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는 건 기본 공부를 할 때는 적합하지만, 실제 시험에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시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해 과목 중 지문이 긴 3, 4파트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지문을 모두 읽는 대신, 문제와 연결된 키워드 문장이나 단어 등을 찾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
이 부분은 어떤 시험 대비 교재를 봐도 비슷한 안내가 있을 것이다. 시험 시간이 부족한 만큼, 지문을 읽는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정답을 찾는 방법과 같은 전략적인 안내를 잘 숙지하면 실제 시험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실전 모의고사’에서 다시 설명)
4-3. 쓰기(书写)
HSK 5급과 6급의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건 약 두 배 많아진 어휘도 있겠지만, (2,500자 → 5,000자) 아무래도 쓰기 과목의 격차 때문이 아닐까? 5급에서 ‘주어진 단어로 문장을 완성하고, 80자 미만의 단문을 완성’했다면 6급에서는 ‘주어진 1,000자 분량 글을 10분간 읽고 이후 아무것도 없이 35분간 400자 내외의 요약문으로 작성’해야 한다.
처음 6급 쓰기 작문 내용을 접했을 때 멍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싶었다. 듣기나 독해 과목은 다소 공부가 부족해도 객관식 보기 중에 맞는 답을 찾으면 되겠지만, 쓰기 과목은 준비하지 않으면 그냥 빵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감은 오지 않았지만, 곧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 공부는 10분간 예시 지문을 읽고 뒷장에 나온 모범 답안을 그대로 따라 쓰는 것으로 시작했다. 전체 지문과 모범 답안 내용을 대조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작문을 해야 할 지 감을 잡아갔다고 보면 된다.
예시 지문을 볼 때는 해설과 단어 설명도 꼭 참고했다. 듣기, 독해 과목에서 지문과 어휘 및 다른 표현도 모두 익히고 쓰기 페이지로 넘어왔음에도 모르는 단어와 어휘가 많았다.
만약 실제 시험에서 지문 내용을 잘 해석할 수 없다면 답안 작성도 막힐 수 있으므로 최대한 모르는 어휘가 없도록 꼭 숙지하고자 했다. (문장 중 어려운 부분은 스스로 해석한 것과 교재 해석을 비교하면서 중국어 문장의 뜻이나 구조 등을 익혔다)
지문 내용과 새로운 어휘를 익히면서도 작문 요령과 전략을 빠트리지 않고 숙지했다. 지문 구성 파악 방법부터 장소나 시간의 변화 여부, 문장 요약, 원고지 작성법 등 실전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서 꼭 봐두어야 한다.
지문과 모범 답안을 보면서 기본 공부와 시험 요령, 전략 등을 익힌 다음부터는 실제로 작문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모드로 하면 긴장이 떨어지는 법이니 진짜 시험처럼 시간을 재고 딱 10분간 교재 지문을 읽은 다음 35분간 요약 글을 작성했다. 이후 모범 답안과 대조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붙여갔다.
시험까지 약 2주 정도 남았을 무렵부터는 마을 도서관 자습실에 틀어박혀 하루 12시간 정도 공부했는데 준비해간 A4용지에 미친 듯이 한자를 써 내려갔다. 실전모드 쓰기 작문은 하루 평균 3~4번 정도 진행한 거라 횟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대신 연습 지문이나 모범 답안도 따라 썼고 나중에는 시간이 남으면 듣기와 독해 지문도 몇몇 선별해서 그대로 쓰기도 했다.
작문 연습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한자 쓰기에 공들인 것은 바로 한자 쓰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한자를 쓰는 것이 좋았고 덕분에 많이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생 한자를 써오며 살았던 중국인이 아니므로 오만은 금물이다.
특히 시험 때 긴장하거나 해서 평소 잘 아는 한자도 잘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하고 또 시험 자체를 잘 보려면 역시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 실전 모의고사
꾸준히 도서관에 가서 듣기·독해·쓰기 세 과목을 공부하고 부지런히 한자를 쓰는 사이, 벌써 시험이 3일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시험이 바로 코앞인지라 이때부터는 지문을 해석하고 어휘를 익히는 기본 공부보다는 실전모드로 시험을 많이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공부하던 교재 맨 뒤에 실전 모의고사가 있어서 풀었지만, 더 많은 문제가 필요해서 결국 모의고사 문제집 한 권을 새로 구매했다. 그리고 바로 실전처럼 시간을 재면서 앞장부터 한 회씩 모의고사를 풀어나갔다.
한 회 연습이 끝나면 바로 채점하고 (쓰기는 정확한 채점이 어려워 늘 중간 점수만 줬다) 각 과목 지문과 문제, 어휘 목록과 해설을 보면서 부족한 점을 확인했다. 기본 공부를 할 때는 한자도 많이 썼고 또 처음 보는 어휘는 사전도 자주 찾으면서 깊이 이해하고자 했지만, 이제 시간이 없으므로 대략 해설 부분만 빠르게 보고 넘어갔다.
참, 위에서 잠깐 언급하기는 했는데 독해 과목은 시간이 정말 빠듯하다. 50분 동안 총 4파트 50문항을 풀어야 하고 특히 3, 4파트는 사진과 같은 긴 지문이 나와서 이걸 다 읽으려고 하면 제시간에 문제 풀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독해 3, 4 파트는 지문보다 문제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예로 사진 하단의 85번 문제 ‘关于神农，可以知道什么?(신농에 관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보면 A~D 보기중 神农(신농)에 관한 맞는 설명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지문은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문제의 주어인 ‘神农(신농)’이란 단어를 찾아 단어 앞뒤의 내용과 A~D 보기 내용을 대조하며 맞는 답을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실전 모의고사는 총 5회 분량이었는데 시험 하루 전까지 3회 정도만 풀 수 있었다. 모의고사와 채점을 마치고 지문 내용과 어휘는 빠르게 보고 다음 회차 연습을 하고자 했지만, 모르는 어휘가 많아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듯하다. (아니면 계속되는 시험 준비에 피로감을 느낀 것일지도..)
결론적으로 신 HSK 6급 종합교재를 보면서 과목별 문제 유형과 전략을 익혔고 실전 모의고사도 3회 정도 풀어볼 수 있었다. 또한 독해, 듣기를 공부하면서 꾸준히 한자 쓰기를 연습해서 쓰기 과목에도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었다. 듣기와 독해 모의고사는 평균 60~70점 정도 나왔는데 쓰기까지 합하면 과연 실전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5. 신 HSK 6급 합격 후기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험을 준비한 덕분인지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1교시 듣기 문제를 풀 때는 앞서 교재에서 익힌 대로 긴 대화문의 핵심 단어 등을 시험지에 메모하면서 정답을 찾아갔다. 그리고 2교시 독해 과목은 시간 분배에 유의하면서 최대한 찍지 말고 문제를 풀고자 했다.
잘 들리지 않거나 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있었지만, 그래도 연습했던 만큼 어느 정도 무난하게 시험을 치른 느낌은 들었다. 듣기와 독해를 마친 다음 쓰기가 시작되었고 감독관으로부터 지문을 전달받았다. 곧 신호와 함께 10분간 1,000자 지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최대한 모든 내용과 한자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로부터 약 10분 뒤 감독관이 시험지를 걷어갔고 35분의 작문 시간이 주어졌다. 지문 내용은 선명하게 기억했는데 마지막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여유롭게 작문을 시작했는데 중간에 방심으로 이어진 것 같다. 다름 아니라 첫 문장의 몇 단어를 잘못 적은 걸 나중에 발견한 건데, 전체 문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몇 줄을 지우고 새로 다시 쓰느라 시간을 제법 허비하게 되었다.
이대로라면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자 쓰는 속도를 높였지만, 결국 250자 정도를 쓰던 와중에 시험이 종료되었다. 지문 후반의 30%의 내용은 아예 적지도 못 한 건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어쩌면 쓰기 과목 점수가 낮아서 시험에 떨어지는 것 아닐까.. 시험장을 나설 때는 생각이 조금 복잡해진 것 같다.
시험이 끝나고 약 이틀 뒤 다음 학기 어학연수를 위한 짐을 정리해 한국을 떠났다. 시험 점수와 합격 여부는 응시일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나서 중국 현지에서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었다. 총점 194점은 합격 커트라인인 180점에 가까워 조금 아슬아슬하게 시험을 통과한 느낌이었지만, 공부한 보람을 느낀 것 같아 무척 기뻤다.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먼저 400자를 다 채우지 못한 쓰기 작문이 그래도 52점은 받았다는 점이다. 만약 400자만 다 채웠다면 적어도 총점은 210점은 넘었을 것 같아 조금 아쉽기는 하다. 쓰기 다음의 변수라면 독해보다 듣기 점수가 높았다는 점인데 세 과목 중 가장 적게 연습하고 가장 점수가 높아서 조금 묘한 기분이었다.
신 HSK 6급 독학 방법과 합격 후기 글 작성은 이쯤에서 마치고자 한다. 공부할 때 어려운 부분이나 실제 시험에서 실수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험을 한 번에 통과해 뿌듯했다. 조금 더 준비하고 시험을 봤다면 분명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는데 특히 독학으로 해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느낀다.
끝으로 독학으로 6급 시험을 준비하고자 한다면 시중 교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물론 개인 경험을 토대로 한 의견이지만, 듣기, 독해 지문과 어휘, 문법 등을 익히면서 전체 중국어의 실력을 높이고 부지런히 한자 쓰기와 작문 연습을 하다 보면 꼭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