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진 어학연수 끝. 마지막 이야기

다음 학기 지역을 고민하던 5월 어느 날, 류원의 외국인 교류회에 참석했다가 한 본과생 한국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던 중 다음 학기 어학연수 지역 화제가 나왔는데 소도시 연수도 괜찮을 거라며 추천해주었다.

그 이유는 천진 같은 대도시보다 소도시로 갈수록 중국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중국인과 더 많은 교류는 항상 원하고 있었던 참에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물론 천진 생활에 질린 것은 아니었지만, 남은 한 학기는 새로운 지역에 가서 체험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시간이 나면 인터넷으로 중국의 다른 지역과 학교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역과 학교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학교 앞에 피시방이 있었고 인터넷 속도나 컴퓨터 사양도 괜찮았다. 이후 평일 수업이 끝나거나 주말 같은 때 방문해서 이곳저곳 지역과 학교 정보를 알아보았다. 이때 한국 사이트나 블로그도 참고했고 중국의 바이두(百度) 사이트도 자주 검색했다.

새로운 지역은 소도시를 원했기 때문에 베이징이나 상하이, 하얼빈 같은 대도시는 일단 제외했고 대륙 안쪽보다는 바깥의 바다 지역을 찾아보았다. 며칠 정도 검색한 끝에 도시 몇 곳을 추려낼 수 있었고 연수가 가능한 대학교의 사이트가 있으면 직접 들어가서 정보를 확인했다.

그렇게 다음 학기 지역은 랴오닝성(辽宁省)의 대련시(大连市)로 정했다. 대련은 물론 소도시는 아니지만, 바다와 가깝고 도시 풍경도 마음에 들어서 결정하게 되었다. 또한 천진과 마찬가지로 중국어도 표준어권이라고 해서 언어 환경적으로도 마음에 들었다.


새 학교에 전학 신청

원하는 지역과 학교는 정한 뒤에는 등록 방법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한국 유학원에 연락해서 의뢰하는 것이겠지만, 이미 중국어도 제법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왠지 다음 학기 학교 등록은 혼자 해봐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등록 신청을 하려고 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는데, 대학교 홈페이지 하단에 적힌 사무실(办公室) 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천진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입니다. 다음 학기 연수는 여러분의 학교에서 진행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중국어가 매우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의사 전달은 충분히 되었던 것 같다. 곧 유학생 담당자에게 전화가 한번 돌더니 다음 학기 연수 기간부터 비용, 등록 절차 및 준비할 서류, 비자 등과 관련해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글로만 보면 간단한 과정 같지만, 담당자 또한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다고 해서 날짜 간격을 두고 몇 번은 더 전화를 걸어야 했다.

당시 듣기로 신규 등록이 아니라 전학(转学)을 진행한다고 했다. 자세한 중국 현지 사정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 한 학기 공부하던 외국 학생이 다른 지역 학교에 등록해서 그렇게 진행된다는 것 같았다. 몇 번의 통화 끝에 최종적으로 필요한 서류 목록을 안내받고 메모를 마쳤다. 그 과정에서 중국어를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었지만, 거듭 확인한 끝에 통화를 마쳤고 이제 한국에 돌아간 뒤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어학연수 마지막 기간

통화를 마친 뒤 정말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 학기를 위한 서류나 비용은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서 준비하면 되는 문제라서 이제 남은 연수 기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현지 생활을 재미있게 즐기려면 여행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한 가지가 아닐까?

사실 그동안 학교에서 주최한 베이징 당일 여행을 빼면 다른 지역에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록 멀리 가지 않았더라도 평소 좋아하는 중국어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맞으면 외국 유학생이나 중국인 친구와도 자주 어울려서 그럭저럭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천진 어학연수 끝. 마지막 이야기
6월 졸업식을 앞둔 중국인 친구 Jianxin과

* 3월에 첫 학기가 시작되는 우리나라 학교와는 달리, 중국 학교는 9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가 1학기이고 2월부터 6월까지가 2학기이다. 어학연수가 끝나가는 6월 무렵 천진대 교내에서는 중국인 대학생들이 졸업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학연수가 끝나기까지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매일 오전 중국어 수업은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학기가 시작될 때만 해도 반에 유학생이 15명 가까이는 있어서 북적거리는 느낌이었는데, 6월 연수 종료가 가까워졌을 때는 많아야 2~3명 정도만 수업에 참여했다.

생각해보면 첫 수업 시작 이후로 단순 결석이나 여행, 자국 대학교 개강 또는 개인 사정 등으로 수업에 나오는 학생 수는 점점 줄어만 갔다. 학생이 줄어든 만큼 선생님과 1:1 중국어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좋았지만, 같은 반에서 정들었던 학생들이 하나둘 떠날 때는 마음이 무척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6월 중순 어느 날.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들과 남은 학생이 모여 조촐하게 졸업식을 진행했다. 이때 졸업 증서도 나눠 주었는데 평소 출석률이 높았던 학생은 학교 이름이 인쇄된 필통을 선물 받았다. 정들었던 사람들과의 인사를 끝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천진대 한 학기 어학연수 과정도 모두 끝났다.


천진을 떠나다

졸업식까지 끝나니 이제 학교에 다른 공식 일정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귀국 비행기 날짜까지 얼마간 더 천진에 남아있기로 했다. 날짜는 일부러 앞당기지 않았고 조금 더 생활하면서 천진을 더 기억하고자 했다. 참고로 기숙사에는 추가 비용을 내면 아마도 다음 학기 시작 전까지 머물 수 있었다.

5개월에 가까운 전체 연수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중국어 소통을 잘 못 해서 겪은 여러 곤란한 일부터 자신 있게 참가했던 말하기 대회에서의 실패나 편의점 앞에 세우고 자물쇠를 채워 둔 자전거를 5분도 안 돼서 도둑 맞은 일도 있다.

또 하루는 시내에서 피자를 먹고 돌아왔더니 2시간 정도 정체 모를 알레르기에 시달린 일이 있고, 학교 식당에서 마파두부를 먹다가 밥에 있던 동그란 알갱이가 고기나 후추인 줄 알고 전부 씹었는데 알고 보니 마라(麻辣)여서 그날 반나절은 혀와 입이 마비됐던 일 등 여러 추억 거리가 많이 쌓였다.

그런 추억을 안고 일주일 정도 혼자 학교 기숙사에서 보낸 것 같다. 왠지 마음은 들떴지만, 매일 중국어도 공부했고 학교 주변이나 천진 시내도 일부러 나가서 한 번이라도 더 구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행기 날짜는 하루하루 가까워졌고 슬슬 귀국 준비를 해야만 했다. 주변 학생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자신이 천진을 떠날 차례가 온 것이다.

며칠 뒤, 드디어 귀국 당일이 되었고 트렁크와 배낭에 원래 짐을 정리한 다음 한 학기 잘 지냈던 기숙사 방을 정리도 마쳤다. 이후 1층 로비로 내려와 직원과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방 열쇠를 반납하면서 택시 호출을 부탁드렸다. 곧 택시가 도착했고 트렁크에 짐을 실은 다음 학교를 떠나 공항으로 출발했다.

중국어 대화를 거의 못 하는 상태로 천진에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수를 마치고 귀국 비행기를 타러 가고 있었다. 전체 연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고 느낀 것은 현지 생활과 중국어 공부 둘 다 무척 재미있다고 느낀 이유가 큰 것 같다. 택시 기사님과 그동안 천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중국인 친구 J에게 당시 유행하던 노래 제목을 그대로 문자 메시지로 보내봤다. “我是不是你最疼爱的人? (내가 너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 돌아온 J의 답변은 “你该吃药了。(너 약 먹어야 해)”

천진 어학연수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며 이어서 다음 지역인 대련 연수 이야기를 작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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