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천진에 막 도착했을 당시 중국어 실력은 신 HSK 시험 5급 교재를 약 60~70%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면서 독학으로 약 1년 정도 공부해서 만든 결과였는데 딱히 말할 기회가 없어서 회화는 거의 꽝이나 마찬가지였다.

말하기는 거의 할 수 없었고 읽기, 듣기, 쓰기도 딱히 유창하지 않았지만, 그나마 이 정도 공부한 덕에 중국에 처음 왔을 때 어느 정도 말을 이해하고 생활할 수 있었다. 혼자 매장이나 식당에 가서 한자를 읽고 무언가 사거나 주문할 수 있었고 처음 만나는 중국인과도 조금이나마 대화는 통할 수 있었다.

중국 어학연수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24시간 중국어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고 본다. 어디를 가든 중국어를 사용해야 하니 학습자로서 정말 좋은 환경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물론 중국에만 간다고 저절로 중국어가 느는 건 절대 아니지만, 공부 의지가 있는 학습자라면 언어 향상에 확실한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천진 어학연수 기간은 2월부터 6월까지 약 5개월 정도였는데 당연히 중국어 실력을 크게 올리기에는 시간이 짧았다. 하지만 24시간 중국어 환경에서 공부도 계속하다 보니 생각보다는 많이 발전해서 스스로 놀란 것 같다. 그럼 현지에서 평소 어떻게 공부했는지, 추천하는 중국어 공부 방법을 몇 가지 작성해 본다.


1. 수업은 꼭 참여하자

어학연수생은 학기 초 중국어 테스트를 거쳐 실력에 맞는 반을 배정받는데 주말·공휴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오전 4교시 수업에 참석해야 했다. 물론 수업에 자주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겠지만, 중국어 향상을 위해서라면 학교 수업에는 되도록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수업에서 쓰는 교재를 통해 지금 실력에서 모르는 단어나 표현 등을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본문 예습과 복습의 병행을 추천하는데 다음 날 배울 곳을 미리 공부하면 수업도 잘 따라갈 수 있고 수업 뒤 복습을 통해 교재 내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본문을 세 번은 볼 수 있고 많이 보는 만큼 학습 효과도 오르기 마련이다.

외국어 환경을 타고나지 않은 성인 학습자가 그 언어를 잘 배우려면 일단 많이 접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본다. 이 점을 생각했을 때 수업에 빠지지 않으면서 예습과 복습을 하고 숙제도 빠트리지 않는 건 경험상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추가로 교재 본문을 공부할 때 간혹 소리 내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이렇게 하면 본문을 보면서 중국어 이해력이 늘고, 소리 내 읽을 때 발음과 성조 연습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본문 읽기를 통해 발음과 성조를 연습하면 나중에 회화로도 이어지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혹시 여유가 되면 녹음해서 들어보거나 중국인 선생님과 친구에게 교정을 부탁해 보자.

여담이지만, 수업에 계속 빠지지 않으면 수업 때 선생님과 대화 기회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학기 초만 해도 교실에 10명은 넘는 학생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귀국이나 여행 같은 사유로 인원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학기 마지막에는 3명 이하의 학생만 남았고 그만큼 선생님과 중국어로 대화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2. TV 시청이 꼭 필요한 이유

맞선 방송 非诚勿扰

한국에서는 평소 TV를 안 보는데도 중국에 온 뒤에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숙사 방에서 홀로 TV를 시청했다. 예상대로 방송 종류도 매우 다양했고 중국어 역시 잘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자막이 있어서 공부할 때 유용하다고 느꼈다.

거의 모든 중국 방송에 자막이 있는 건 10억 명이 넘는 전체 인구와 55개의 소수민족의 언어를 중국의 표준어인 보통어로 통합하려는 이유 때문이라고 어디서 들은 적 있다. 다만 학습자라면 이런 중국의 내부 사정과는 관계없이 자막을 참고해서 더 효율적으로 중국어를 공부할 수 있다.

당시 TV는 오전 수업 전이나 수업과 복습, 예습, 외출 등을 다 마친 저녁에 주로 시청하고는 했다. 중국어 공부에 TV가 좋은 이유는 역시 방송마다 다양한 상황이 있고 그에 맞는 어휘와 표현을 익힐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조금 딱딱한 교재 문체와는 다르게 회화에 어울리는 구어체도 많고 여기에 자막까지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중국어 회화 실력을 높이려면 잘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들었을 때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말에 맞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을 계속하다 보면 당장은 모르는 단어가 많더라도 중국어 듣기 실력은 향상될 수밖에 없는데 점점 중국어 듣기가 익숙해져서 귀가 열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여기에 아는 말이 많아지면 그만큼 듣고 이해하는 부분도 늘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연수 왔다면 언어 습득을 위해 TV 시청은 꼭 권하고 싶다. 추가로 재미있는 방송도 많아서 자칫 무료한 중국 생활에도 활력을 줄 수 있고 여러 방송을 보는 사이 중국의 문화나 사회를 이해하는 폭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현지 서적을 활용해보자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현지 서적을 활용해보자.
현지에서 구매한 동화책

학습자는 자신의 레벨에 맞는 다양한 교재나 매체 등을 통해 중국어 어휘를 늘려볼 수 있다. 공부 의지가 충분하다면 수업 교재 말고도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서적을 활용해보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혹은 학교에 다음 레벨 반 교재 구매도 알아볼 수 있겠다)

유학생이라고 해서 반드시 외국인 대상의 중국어 학습 교재만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내 서점에 가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서적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아보자. 분야나 대상 독자층이 다양한 만큼, 학교 교재와 TV에서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어휘나 표현, 지식 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현지 서적을 활용해보자.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현지서적을 활용해보자.
현지에서 구매한 동화책

실력에 맞는 책을 선택했다면 이후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면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때로 문장을 따라 읽으면서 발음과 성조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본문 속 어휘나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향후 중국어 문장력이나 표현력도 좋아지게 된다.

당시 5~6살 정도 어린이가 보는 동화책을 구매했는데 전반적으로 쉽고 잘 읽히는 편이었다. 그래도 모르는 단어도 제법 있어서 끝까지 읽는 동안 여러 번 사전을 찾아야 했는데 전체 중국어 공부의 효율 면에서 현지 서적 활용은 참 좋다고 느꼈다.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친구에게 선물받은 당시·송사·원곡
당시·송사·원곡

J는 학교에서 만난 현지 대학생 친구인데 어느 날 ‘당시·송사·원곡’이라는 책을 선물해주었다. 중국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모두 배우는 내용이니 이 책도 같이 공부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여기서 잠시 당시·송사·원곡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 당시·송사·원곡은 고대 중국에서 전해지는 당나라의 시(诗), 송나라의 구절(词), 원나라의 노래(曲) 작품으로 당대 정치부터 사람들의 문화나 풍습을 볼 수 있는 중국 고대 문화의 정수 중 하나이다. 전해지는 작품이 수천~수만 편은 되지만, 보통 학교에서는 1,000~1,500편 정도 배운다고 하는 것 같다.

원나라 이후 중국에서는 소설 문학도 발전하는데 대표작으로 명나라의 삼국지(三国演义), 수호전(水浒传), 서유기(西游记), 금병매(金瓶梅) 등과 청나라의 홍루몽(红罗蒙), 유림외사(儒林外史), 삼협오의(三峡五义), 경화연(镜花缘) 등이 있다.

후대 소설도 높은 평가를 받는 명작이 많은만큼, 기존 중국 고전 문학에 추가하면 ‘당시송사원곡명청소설(唐诗宋词元曲明请小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천진대 어학연수 후기 8. 중국어 공부 방법 추천. 친구에게 선물받은 당시·송사·원곡
당시·송사·원곡

중국에서 몇 달 지내는 동안 중국어가 발전한 것은 맞지만, 사실 책의 수준이 너무 높다고 느껴서 첫 페이지의 개요만 읽은 뒤 다시 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 오래간만에 책을 펴보니 천진 연수 때보다는 눈에 익은 한자가 훨씬 많지만, 그래도 어려운 건 맞다 ㅎ; 하지만 현대 중국어 해설도 있는 만큼, 언젠가 마음먹으면 천천히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여담으로 J는 참 고마운 친구였다. 만나면 중국어도 잘 알려주고 학교 주변에도 여러 곳 데려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 생각해보니 당시 중국도 스마트폰과 위챗(微信 Wechat) 메신저를 쓰는 사람이 많았는데 매번 피처폰으로 문자나 전화 연락해도 J는 귀찮은 내색 없이 잘 받아주었다.

덕분에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학연수를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년이었나, 오래간만에 위챗으로 연락해서 반갑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는데 지금 중국에서 일하면서 잘 지낸다고 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 중국어는 얼마나 늘었나

천진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중국어는 잘 들리지 않았고 말은 더 못했다. 수업을 들어도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 못 하거나 기숙사 밖에 나갈 때 조금 긴장하기도 했는데 매일 꾸준히 공부했더니 거짓말같이 중국어가 발전하는 경험을 했다.

연수가 끝날 무렵인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니 선생님의 중국어도 80~90% 이상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모르는 말은 많았지만, 담당 선생님 네 분의 말을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웠다. 그저 중국어 삼매경에 빠져 지내다 나중에 보니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늘어 있다고 해야 할까.

혼자 TV를 볼 때도 연수 처음에는 사전으로 모르는 말을 찾기 바빴지만, 나중에는 이해하는 말이 늘어서 방송 내용도 제법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당시 非诚勿扰(Fei Cheng Wu lao)라는 맞선 방송을 즐겨 봤는데 찾아보니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 孟非(Meng Fei) MC 아저씨도 여전해서 좀 놀랐다 ㅎ

언어가 발전한 덕에 중국인과 대화할 때도 표현이나 어휘가 풍부해졌고 전보다 자신감도 오른 것 같다. 가끔 말이 잘 나오지 않거나 대화가 매끄럽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학교 밖에서 긴장하는 일도 크게 줄었다. 이 정도면 약 5개월 정도의 어학연수 결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 무렵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바로 중국 연수는 총 두 학기 진행하기로 해서 앞으로 남은 한 학기도 천진에서 보낼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지였다. 이제 6월 중순 정도가 되면 어학연수 수업도 모두 종료되고 졸업식이 진행되어 슬슬 결정을 내려야 했다. 어떻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조금씩 시간은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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