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한 학기 지낼 대련(大连)은 바다와 가까우면서 생활 환경도 쾌적하고 중국어도 표준어권인 멋진 도시이다. 알아보니 어학연수 가능 학교도 제법 적지 않았는데 인터넷 정보와 후기 글 등을 참고해서 대련공업대(大连工业大学)를 선택했고 직접 학교에 전화해서 어학연수 등록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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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천진 어학연수 끝. 마지막 이야기
천진 연수를 마치고 잠시 한국에 와서 신 HSK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대련 연수에 필요한 서류 준비와 비용 환전 등을 마쳤고 항공권 날짜에 맞춰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사실 연수는 9월부터 시작했지만, 미리 가서 중국어도 공부하고 도시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미리 담당자에게 확인했는데 다행히 괜찮다고 답변받아서 연수 시작 3주 정도는 일찍 대련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 이번 글에는 대련에 일찍 와서 연수 시작 전까지 지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련공업대 어학연수 관련 정보가 필요한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중국 대련 어학연수 끝. 대련공업대 연수 후기
대련 공항에서 학교까지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서해 하늘을 날아올랐다. 2시간 남짓한 짧은 비행이었지만, 도중에 기내식이 나와서 먹었고 입국 확인서도 받아서 미리 작성했는데 옆좌석에 앉아 있던 중국인 승객과 서로 펜을 빌려주다가 이야기하게 되었다. 승객은 마침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즐겁게 대화하는 동안 무사히 대련 저우수이쯔(周水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비행기에서 내려 검색대를 통과하고 수화물로 맡긴 캐리어를 찾아 출구를 나왔다. 피켓을 든 사람들 무리를 지나 공항 밖으로 나오고 보니 역시 처음 와 본 도시라서 그 풍경이 낯설었는데 왠지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곧 공항 앞에 줄지어 있던 택시 중 한 대를 잡아 타고 바로 학교로 이동했다. 생각해보니 공항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나 이동 시간을 미리 알아보지 않고 온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10~15분 만에 학교 정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확실히 가까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택시에서 내려 학교를 보고 있으니 이제 도착했다는 것에 실감이 났다. 잠시 주변을 둘러본 다음 학교 안 어딘가 있을 유학생 사무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우선 학교 내 건물 위치나 구조를 전혀 몰랐고 근처에 안내 표지판도 분명히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못 보고 지나쳐서 없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거기에 8월 중순 날씨가 무슨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쏟아지는 무더위였는데 배낭하고 캐리어 무게도 상당해서 이대로 무작정 학교 안을 헤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눈앞에 보이는 큰 건물 안으로 피신했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래도 다시 짐을 끌고 학교 정문으로 나가서 핸드폰 대리점을 찾아 나서는 건데.. 너무 더워서 내키지 않았다.
어째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그냥 물어볼 사람이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멀리 학생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이 시기가 방학이라서 학교에서 사람 그림자도 못 봤던 차에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들 수가 없었다 ㅎㅎ 당연히 앞뒤 잴 것 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었는데 중국 학생은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곧 데려다줄 테니 따라오라고 했다.
곧 중국 학생이 앞장섰고 이어서 배낭과 트렁크를 챙겨 뒤를 따라나섰다. 다시 생각해봐도 이 날씨에 처음 보는 외국인을 직접 데려다주는 건 매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교내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교내를 걷길 10분 가까이 되었을까? 드디어 목적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로비 한쪽 소파에는 중국 학생의 친구로 보이는 다른 학생들이 연락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사도 하고 잠시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곧 학생 한 명과 같이 프론트 직원에게 유학생 사무실 이야기를 꺼내 보았지만, 무심한 표정의 직원은 무심한 말투로 지금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니, 미리 다 알아보고 온 건데 왜 어디 확인도 안 하고 방법이 없다고 무심하게 알려주기만 하면 끝인가. 어이가 없었다. -_-
그대로 일행에게 돌아와서 유학생 담당자 연락처를 언급했더니 이 중 한 명이 직접 통화에 나섰고 소파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위로 올라오면 된다고 확인해주었다. 이렇게 간단한 건데!! 잠시 학생들과 로비 소파에 앉아 땀을 식히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맙다는 뜻으로 가지고 있던 우리 돈 1,000원 한 장씩 기념품으로 주고 작별 인사를 했다.
유학생 사무실과 기숙사 이야기
사무실로 들어와 보니 선생님 몇 분이 근무 중이셨고 반갑게 인사한 뒤 우선 연수 등록에 필요한 여권과 서류, 비용을 전달했다. 이 중 비용이라면 한 학기 등록금부터 교재, 기숙사, 비자 연장 등을 포함한 금액인데 수중에 많았던 현금을 떠나보내서 무척 홀가분해졌다. (이제 수중에는 약간의 생활비 현금과 은행 체크카드만 남았다)
공식 등록 절차(?)를 마친 이후 선생님들과 중국어 연수나 중국 생활 등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우선 간략하게 앞으로의 일정 안내를 받은 뒤 선생님 한 분과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기숙사로 이동했다. 방에 도착한 뒤에는 앞으로 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안내와 함께 기숙사 건물과 방 출입에 필요한 카드 키를 받은 뒤 혼자 남게 되었다.
여기서 잠시 대련공업대 기숙사 이야기를 해보자면, 먼저 유학생 기숙사는 외국인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2호동과 건물 뒤쪽 언덕을 좀 오르면 있는 1호동이 있었다. 1호동은 주로 몽골과 일부 유럽 국가 교환 학생들이 사용했고 2호동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국적의 학생들이 사용했다.
이 중 2호동 기숙사는 당시 중국 전체 대학 외국인 기숙사 중에서도 시설이 가장 좋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도 시설이 좋았고 하루 숙박 비용도 저렴한 편이었다. 2호동을 기준으로 1인실 : 45元(약 8,300원), 2인 1실 : 28元(5,2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3호동이 새로 생겼고 전체 가격도 변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저렴하다고 해도 중국 현지 대학생이 쓰는 4인 1실, 6인 1실 같은 기숙사보다는 월등히 높은 금액이지만, (대략 1년에 1,000~1,500元 한다는 것 같음) 그래도 외국인 유학생에게 이 금액은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같은 조건이라도 베이징과 비교하면 시설, 가격 어느 쪽이든 장점은 있다. 그렇다고 대련이 무슨 지방인 것도 아닌데 이건 아무래도 베이징이 다소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텅 빈 2인 1실 기숙사 방에서 한숨을 돌린 뒤 간단히 짐을 풀고 식사를 위해 학교 밖으로 이동했다. 조금 전 사무실 선생님들의 추천대로 학교 서문 쪽 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시장이라기보다는 상점가의 느낌이 강했는데 방학 기간이라 한산한 건 학교 안과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근처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현지 주민들을 볼 수 있었고 곧 적당한 식당을 찾아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 뒤에는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생수나 간식, 생필품 등을 몇 가지 사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날 대련에 막 도착하기는 했지만, 이미 지난 학기 중국 생활 경험이 있어서 딱히 불편한 점도 없었고 중국어도 제법 잘 통했다.
정신없었던 이날 하루도 어느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방에 돌아온 뒤에는 리모컨으로 벽걸이 TV 전원을 틀어 현지 방송을 시청하면서 휴식했고 하루를 마쳤다.
8월 기록
다음 날 오전. 학교에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먼저 짐 정리부터 얼추 마쳤고 이후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는 크게 교재와 TV를 활용하기로 했는데 먼저 교재는 한국에서 준비했고 첫 장부터 본문을 보면서 내용의 이해와 어휘, 표현 습득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때도 여느 때처럼 본문 읽기나 듣기 파일 청취도 빠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교재를 공부한 다음에는 방에 있던 TV를 켜고 흥미로운 채널을 찾았는데 이때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거나 방송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 하는 섀도잉을 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섀도잉은 늘 의욕적으로 시작하지만, 역시 말을 계속 내뱉다 보니 1~2시간이면 지쳐서 이때는 주로 눈으로 자막을 쫓으며 TV를 봤다. 연수 시작까지는 아직도 3주는 남아 있었는데 기숙사에 있으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혼자 공부하고는 했다.
그러다 학교에 도착하고 삼사일 정도 되었을 때였나. 오전에 기숙사에 찾아온 담당 선생님이 학생 비자를 신청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권해주셔서 얼떨결에 처음 대련 시내로 나가보게 되었다. 첫 대련 시내 탐방이기도 해서 이때 왠지 설렜는데 막상 관련 기관에 도착했더니 30분 정도 만에 모든 업무가 종료되었다.
시간이 짧아서 조금은 아쉬운 외출이었지만, 그래도 이날을 계기로 대련 시내도 여러 번 나가게 되었는데 하루는 스마트폰을 사러 시내 중심인 싱꽁지에(兴工街)에 처음 나간 적이 있었다.
우선 학교 정문 앞으로 나와 도로를 건너서 BRT 버스를 40분 정도 탔는데 시간은 조금 길었지만, 처음 번화한 대련 시내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름에 거리(街)가 있는 것처럼 중심가는 큰 차도가 있고 주변에 백화점이나 상점 풍경도 중국 분위기도 한껏 나고 인상적이었다.

그대로 주변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대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니 핸드폰 매장도 여러 곳 있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매장에 들어가 사진 속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사실 핸드폰이라면 이전 학기 때 같은 반 학생으로부터 받은 피처폰도 있었지만, 이미 주변에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아졌고 특히 위챗 메신저를 사용하고 싶어서 구매를 결정했다.
모델은 2013년 5월 삼성이 출시한 갤럭시 트랜드 2세대이다. (1세대는 2012년 9월 출시) 지금 기준으로 보면 CPU 사양도 낮고 특히 메모리가 SD카드를 합해서 2GB도 채 안 되었는데 어떻게 연수 기간 내내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 오래간만에 충전하고 켜 보니까 지금도 잘 작동해서 무척 반가운 마음은 들었다.

당시 1,800元(약 33만 원)이 넘는 기기 가격은 절대 저렴하지 않았지만, 약정이 없는 게 마음에 들었고 제조사가 삼성이라 왠지 품질에 대한 믿음도 갔다. 이참에 아예 심카드도 같이 구매했는데 선택한 요금제는 중국 국내 기본 통화와(국제전화도 약간 가능했던 것 같다) 문자 얼마에 300MB 데이터 포함 상품으로 100元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매장을 나와 시내를 좀 더 구경하다가 기숙사로 돌아온 뒤 바로 메신저앱을 내려받아 천진에서 만난 인연과 한국 지인들과도 안부를 주고받았다. 또 국내 포털이나 중국 바이두(Baidu)를 검색하거나 스마트폰 게임을 내려받기도 해보았다. 300MB라고 하면 지금 기준으로 말도 안 되게 적은 데이터 용량이지만, 당시 대련 연수를 통틀어도 한 달 이상 잘 사용할 때가 많았다.
9월 기록
기숙사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고 가끔 시내 탐방을 하는 사이 벌써 9월이 되었다. 날씨는 더 선선해졌고 학교 안에도 현지 대학생이나 다국적 어학연수 학생들이 도착하면서 문 닫았던 식당과 매장도 영업을 시작하는 등 교내에는 얼마 전까지 없던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사이 혼자 지내던 2인 1실 기숙사 방에도 룸메이트가 찾아왔다. (덕분에 약 2주 만에 한국어로 말해보게 되었다) 뿔테 안경을 쓴 몇 살 동생이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금세 친해졌고 연수 시작 전 학교 안이나 시내에 갈 때 같이 나갈 때가 많아졌다. 1인실이 아닌 2인 1실 기숙사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참, 이번에 대련에 올 때 저번 천진에서처럼 씨티은행 계좌에 돈을 넣고 현금카드를 가져왔지만, 학교 안이나 주변에는 씨티은행 ATM기가 없었고 가장 가까운 곳에 가려면 중산광장까지 나와야 했다. (서문으로 나와 버스를 타면 50분 정도 걸리는데 싱꽁지에로 가는 BRT와 다른 버스임)
마침 룸메이트는 한국에서 대련으로 생활비를 보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하여 상의한 뒤, 가족을 통해 씨티은행 계좌에 돈을 입금했고 같이 ATM에서 도착해 돈을 찾아 주었다. 용건을 마치고 광장 근처를 한참 구경하다가 현지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 한번 나가면 왕복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여정이지만, 시내 구경도 할 겸 이날의 외출은 마냥 좋기만 했다. 특히 광장 자체도 넓고 깨끗했고 주변에 가볼 만한 곳도 많아 앞으로 ATM을 핑계로 이곳에 자주와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제 정식 어학연수 시작이 바로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학교에서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조촐한 여행을 마련해주었다. 참가를 희망하는 학생은 중국 선생님 몇 분과 함께 학교에서 빌린 관광버스를 타고 대련 시내의 성해광장에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었다. 일정에는 점심 도시락도 포함되었고 참가 비용도 저렴해서 룸메이트와 여행에 참여했다.
학교에서 출발한 버스는 얼마간 달려 목적지인 성해광장에 도착했는데 막상 내리고 보니 이렇게 큰 광장은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 기억에 단체 사진도 찍은 것 같은데 그 뒤로 학생들은 광장과 주변 조형물 등을 감상하거나 걸으면서 개인 시간을 보냈고 당일치기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기억에 정확히 다음 날부터 공식 어학연수 일정이 시작되었다.